앞으로 살펴보겠지만, 사실 ‘혼자 살기‘라는 거대한 사회적 실험의 현실은 이런 담론들이 우리에게 주입하는 것보다 훨씬 덜 고독하고 훨씬 더 흥미롭다. (21)
몰리의 경우는 독신생활이 아주 잘 맞아서 진심으로 즐기고 있지만, 그런 성향이 비정상으로 취급되는 사회 분위기에서 ‘혼자라서 좋다‘는 소신을 유지하려면 굉장한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한다. 독신으로서 자신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가지는 일은 결코 저절로 되지 않는다고 몰리는 말한다. 혼자 사는 여자에게 자신감이란 스스로 쌓아올려야 하는 것이다. (99)
숙박시설이 아무리 편해진다 할지라도 혼자 사는 사람에게 여행이란 결국 의미 있는 삶을 창조한다는 과제로부터 일시적으로 도피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엘라와 같이 대담하고 경험 많은 여행객들이 인정하는 것처럼, 새로운 것을 탐색하더라도 깊은 사색이 동반되지 않으면 금방 시들해진다. ... "혼자 살면 언제든, 어디든 여행을 떠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정말 많이 봤어요. 그러나 여행은 가짜 구세주가 되기 십상입니다. 우리 내면의 심오한 질문들에 답해 주지 못하고, 오랜 휴식 이상의 것을 선사하지도 못하니까요." 결국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집이 최종 목적지이며, 그곳에서 자기 삶을 보람차게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104)
에밀리와 내가 그곳에서 아무런 단서를 찾지 못하고 45분이 흘렀을 때, 나는 이것이 특별한 경우인지 물었다. "특별하긴요, 이런 경우가 비일비재하죠. 사람들은 물건에 둘러싸여 살아요. 친구들이 아닌 물건들이요. 이 할머니도 온갖 물건을 들여놓고 여기를 동굴처럼 아늑한 장소로 만들었네요. 거의 온종일 여기서 지내셨다는 건 아시겠죠?" (171)
이런 사실을 발견하고 놀란 카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우정은 적어도 노인들에게는 일정 정도 결혼과 똑같은 효과를 제공한다." ... 그녀의 연구는 가족 외에 친한 사람들과 끈끈한 관계로 이어진 독신자들이 결혼을 했지만 다른 인간관계가 빈약한 사람들보다 건강의 위험 징후가 적으며, 실제로 혼자 사는 여성들이 같은 나이의 기혼여성들보다 정신질환이나 체력감퇴를 적게 겪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것은 내가 노인들을 인터뷰하면서 알아낸 바와 정확히 일치한다. (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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