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인간다운 죽음을 말하다 - 현대의학이 가로챈 행복하게 죽을 권리
브렌던 라일리 지음, 이선혜 옮김 / 시공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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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서 계속 돌아가는 환자들의 이야기에 150km 밖에서 죽음을 맞고 있는 양친의 이야기, 그리고 저자 삶의 일부가 된 프레드와 마사의 이야기ㅡ이 세 가닥 실을 교차시키며 놀라운 텍스쳐를 만들어냈다. 어머니의 연명치료를 ok하는 마지막이 압권. 국문 제목은 너무 오버하였음. 원제를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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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인간다운 죽음을 말하다 - 현대의학이 가로챈 행복하게 죽을 권리
브렌던 라일리 지음, 이선혜 옮김 / 시공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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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여러분은 이런 내 이야기에서 특이한 점을 발견할지도 모르겠다. 사실 나 같은 의사는 멸종 위기에 처한 공룡과도 같다. 나는 의료 역사 속 주목할 만한 한 시기의 소멸을 목격한 사람의 눈으로 확자들을 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8)

나는 감명을 받았다. 나를 감동시킨 것은 티나의 놀라운 타자 실력이 아니라 정직성이었다. 그녀는 지난 밤에 워너를 진찰했을 때 신경학적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음을 주저 없이 인정했다. 일류 대학 병원의 경쟁적인 분위기 속에서는, 이번처럼 쉽게 용서될 수 있는 경우라 해도 잘못을 인정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47)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가?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재력도 갖춘, 사리를 아는 똑똑한 남자가 세계 최고의 병원 중 한 군데도 아니고 여러 군데에서 암 치료에 실패해 놓고서도 어떻게 이런 상태에 있을 수 있을가? 죽음을 눈앞에 두고서도 어떻게 그 사실을 모를 수 있을가? ... 간 이식 같은 극단적 수술은 자신에게 해당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어떻게 모를 수 있을까? 기나긴 고통의 나날을 보내는 동안, 항상 그를 위한 최선의 선택을 위해 고민하고, 그의 건강 상태와 기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그가 필요로 하는 것과 원하는 것에 대해 대화를 나눌, 그를 잘 알고 있는 단 한명의 의사를 만나지 못했을까? 미국 최고의 병원에서 어떻게 이런 소통의 결핍이 생겨나고 있을까? (69)

많은 환자가 신체화로 인해 극심한 자아애를 경험하고 심한 고통을 겪는다. 안타깝게도 신체화는 소통의 한 방법이 되었다. 의료가 대중화된 사회에서 사람들은 신체화를 통해 고통을 표현한다. 속내를 털어놓고 이야기할 만한 상대가 없는 사람들은 의사 앞에서 두통이나 피로감 혹은 모호한 신체 증상을 호소하는 것으로 자신의 걱정과 불안을 풀어 놓는다. 그러나 많은 의사가 환자들이 호소하는 이 같은 증상이 심리적 고통의 표현임을, 진료실로 들어올 수 있는 입장권임을 알아차리지 못하다. 의사가 이러한 연관성을 파악하지 못하면 환자의 ‘진짜‘ 문제는 다루어지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 있게 된다. (105)

뭐든지 다 시도해 주기를 바라는 환자는 어디에나 있고, 그 수는 증가하고 있다. ... 이러한 일들을 가능하게 하려면 귀 기울여 듣고, 환자가 어떤 사람이며 환자에게 무엇이 중요한지를 알고자 노력해야 한다. ‘뭐든지 다‘가 뜻하는 바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은 바로 이 같은 노력에서 출발해야 한다.
슬픈 이야기는 대부분 너무 늦은 뒤에야 이 같은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할 때 생겨난다. (142)

리스트를 만들었어야 했다. 그렇게 했더라면 놓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답은 바로 거기에 있었다. 그날 프레드의 손가락이 가리키고 있던, 내 책의 그 구절 안에. 책에는 신경성 원인과 심장 및 폐와 관련된 원인을 포함하는 실신의 다ㅣ양한 원인이 적혀 있었다. 심지어 별도의 표 안에 ‘심장성 실신의 드문 원인‘이 나열돼 있기까지 했다. ... 만약 책을 근거로 모든 가능성을 나열하고, 하나 속은 두서너 개만 남을 때까지 검사 결과에 따라 하나씩 지워갔다면 우리는 아마도 심방 점액종과 맞닥뜨렸을 것이다. (241)

프레드가 세상을 떠난 뒤 여러 달 동안 마사와 나는 전처럼 자주 만나지 않았다. 꼭 필요할 때만, 그것도 그녀의 집이 아닌 병원 진료실에서 마주했다. ... 마사와 나는 우리가 과연 유죄인지 확신하지 못한 채, 기소된 적은 없지만 공동 피고인이 되었고 암묵적으로 서로에게 의존했다. 우리는 서로를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 마사가 세상을 떠나고 오랜 세월이 흐른 뒤 그녀의 딸은 어머니가 나를 무척 좋아하셨다고 말했다. 마사와 나는 그랬다. 우리는 여전히 자식들과 보물들 그리고 추억을 공유하는 별거 중인 부부와도 같았다.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하고 안쓰럽게 여기면서도 서로를 피했고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안타까워했다. (259)

그러나 정신 상태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는 섬망을 조기 진단하려면 환자의 평소 정신 상태를 잘 알아야 한다. 이것이 바로 섬망 조기 진단이 어려운 이유이다. 환자들이 과거에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간호사와 의사의 진료를 받는 급성 환자 치료 병원에서 일하는 의료진은 섬망의 발병을 예고하는 감정이나 태도의 변화를 알아보기가 힘들다. 더 심각한 것은 고령인 입원 환자가 섬망 증세를 보일 때 의료진이 치매라고 잘못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결국 의료진은 환자를 진정시키기 위해 안정네, ... 등의 정신 작용제를 투여하게 되고, 이러한 약물은 환자의 섬망 증상을 약화시킨다. (287)

하나의 체계를 해체하는 것은 ... 원인보다는 결과를 공격하는 것이다. 결과에만 공격을 가한다면 그 어떤 변화도 이룰 수 없다. ... 체계 잡힌 정부를 혁명으로 무너뜨렸다고 해도 그 정부의 근간이 되었던 체계적인 사고 유형이 그대로 살아남았다면, 그 사고 유형은 뒤를 이어 들어서는 정부 안에서 또다시 터를 잡을 것이다. 체계에 대한 논의는 넘쳐나지만 제대로 된 이해는 너무나 부족하다. (317)

아버지는 내게 아버지 이상의 의미를 가진 분이셨다. 아버지는 내게 친구가 되어 주셨다. 아버지는 아내와 아이들 다음으로 내가 가장 사람한 사람이었다. 나는 침대 옆 의자에 앉았다. 벌써 아버지가 그리웠다. 하지만 아버지를 위해서는 잘된 일이었다. 마침내 끝났다. 나는 한동안 그대로 앉아 아버지를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어머니가 그리고 내가 한 일이 떠올랐다. 잠시 뒤 나는 다시 병원으로 가서 어머니에게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490)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 밤, 일은 그렇게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왜 그렇게 되었는지, 내가 이미 내린 결정을 왜 번복했는지 지금도 잘 모르겠다. 어쩌면 어머니가 들려주신, 아버지와 베니 굿맨 그리고 춤을 추며 지새운 밤에 대한 이야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아버지와 어머니 두 분 모두를 차마 같은 날 보낼 수 없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바다를 내다보던 어머니 얼굴에 어려 있던 표정 때문이었던 것 같다. 창문은 닫혀 있었지만 몇 초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어머니는 머리카락을 어루만지는 바닷바람이 정말로 느껴지기라도 하는 것처럼 고개를 뒤로 젖힌 채 눈꺼풀을 떨면서 기쁨의 한숨을 내쉬셨다. (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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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을 만드는 집 - 돈.건강.관계의 흐름이 바뀌는 공간의 비밀
신기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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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가구, 색깔, 유행하는 인테리어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기운에 대한 감수성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되는 책. 인테리어보다 공간에 대한 철학 정립이 먼저. ‘이완된 몰입‘이 가능한 공간을 만들어낸다면 최고의 경지. 공간이라는 반려자에 대한 바른 이해와 꾸준한 노력으로만 가능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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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언제 예술이 되는가 작가수업 1
김형수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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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작품은 집필이 시작될 때 이미 수준이 어느 정도까지는 결정되어 있기 마련이에요. 가령, 글을 쓰는 사람이 스스로 고무되어 있지 않으면 필시 자기 역량보다 키가 작은 작품이 나옵니다. 작가의 내면이 문학적 실감으로 충분히 고양된 상태에서 첫 문장을 끄집어 내면 평소에 유지하던 수준보다 높은 단계의 작품이 나올 거예요. (22)

작가는 어떤 존재일까요? 마밀린 먼로의 앵무새가 아니라 내무반의 십자매입니다. 그래서 위기 앞에서 건재할 수 있는 사람, 아파하지 않는 사람, 가스가 새어 나오는데 의연히 살아남는 강인한 사람, 이런 게 미덕이 아니라 악덕이 됩니다. ... 이 경우에 십자매는 적어도 세상과 목숨을 걸어놓고 그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존재의 상징물로 서 있는 것이죠. 상처를 이타...적으로 써야 되는 사람! 글 쓰는 사람을 공인이라 함은 바로 이런 뜻입니다. (38)

바로 이 같은 태도로 부단히 취재하고 답사하고 사색하는 것은 창작의 필수 조건입니다. 그걸 언제까지 해야 되는가 하면, 글을 쓰는 내내 작가가 스스로, 무엇보다도 ‘낡은 나‘가 ‘새로운 나‘로 부단히 교체되는 것을 경험할 때까지 해야 하는 겁니다. 창작의 과정을 통해 작가 스스로 경이로움을 체험하고 다시 태어나는 느낌을 얻지 못하면 좋은 작품을 낳기가 굉장히 어렵죠. (40)

작품을 쓰려는 사람은 자기를 부단히 어둠 속으로 끌고 가야 합니다. ... 언제나 무대 위에 서 있는 왕자병이자 공주병인 사람은 좋은 작품 쓰기의 필수조건인 ‘세상 바라보기‘가 어려운 사람에 속하죠. 어떤 일상의 영광 속에 놓여있지 말고 그 영광이 도달할 수 없는 자리에 놓여있어야 합니다. (41)

분명한 사실 중 하나는 독자가 눈물 한 방울을 떨어뜨린 자리는 반드시 작가가 피눈물을 흘렸던 지점이라는 겁니다. (69)

어릴 적엔 떨어지는 감꽃을 셌지 / 전쟁 통엔 병사들의 머리를 세고 / 지금은 엄지에 침 발라 돈을 세지 / 그런데 먼 훗날엔 무엇을 셀까 몰라. (71)

"그해 서울 인구는 팔백 명이었다." 하고 말하는 것과 "그때 서울에서는 일천만 칠백구십구 명과 그녀가 살고 있었다."고 쓰는 것은 다르겠지요? 문장 하나가 추상적인 정보를 전달하는 것과 전체를 개괄하면서 집중을 만들어내는 것은 달라요. 작품 전체에서 개괄과 집중의 끈을 놓치지 않아야 주봉도 놓치지 않고 유기적 총체성도 잃지 않습니다. (138)

최근 작품들에게 치명적으로 결여된 것 중 하나가 이겁니다. 대지를 모른다는 것은 하나의 생명체로서 큰 불행입니다. (140)

세 번째로 할 이야기는 장르의 본질을 살리는 일입니다. 장르는 그냥 종류의 차이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그것이 놓인 현실적 기반의 차이를 안고 있어요. 어떤 것은 서사적인 현실 때문에 발생하고, 또 어떤 것은 서정적인 방식이 아니면 접근 불가능합니다. 이래서 소설과 시는 요리 방식의 차이가 아니라 감동의 계보 자체가 전혀 다른 것에 속합니다. 그래서 소설이라면 소설적 본질, 시라면 시적 본질을 놓치지 않아야 해요. (148)

만약 아무도 그것을 보지 않았고, 또 보았다고 하여도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한 것이라면, 재현은 불가능할 것이다. 또 많은 사람들의 전 생활이 무의식 속에 지나간다고 하면 그 생활은 존재하지 않은 것과 같다. ... 이렇게 무...로 돌려지면서 생활은 사라져가는 것이다. 자동화 작용은 사물과 의복과 아내와 전쟁의 공포를 수긍해 가는 것이다. (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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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울다
래리 양 감독, 량예팅 외 출연 / 미디어포유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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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적 완성도는 좋으나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혼란을 가득 남김. 이 커플 중 누가 희생되어도 진부하니, 차라리 정의가 세워질 것이란 암시로 끝났으면 더 참신했을 것. 산에서 대야 두들기는 장면을 더 살렸으면 영화 전체에 좋았을 것. 동네사람들, 행동은 아큐, 발음은 그래도 또렷한 표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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