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채 만드는 방법은 말할 것도 없다. 음식을 보면 레시피가 투명하게 드러난다.

 

그래도 맛 내는 난이도는 中下 정도.

왜 그냥 下가 아닌가 하면 겨자 드레싱의 농도와 맛 잡기가 저절로 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노란 빛을 살린다며 겨자 농도를 조금이라도 짙게 하면 그 매움에 얼굴이 찌푸려지고

(오늘 내 겨자채가 그랬다. 한국의 냉채든 중국의 량차이든 둔탁한 느낌은 곧 실격이다. 그들의 아름다움은 언제나 세련된 가벼움에 있기 때문.)

그렇다고 반대쪽 극단으로 가서 물맛이 나면 요리도 아닌 것이 되고 만다.

 

또한 겨자 드레싱의 주된 맛인 매운 맛을 보조하면서 그 풍미를 더해주는 두 가지 보조 맛, 신맛과 단맛을

어떤 비율로 맞출 것인가도 셰프의 결정이다.

 

그러나 신맛 단맛 잘 살린다고 해도 겨자가 워낙 한 성깔 하니 일단 혀에 다가오는 맛은 좀 단순하다고나 할까?

잣물에 섞는다든가 하는 식으로 부드러운 맛을 강화한다면

겨자의 톡 쏘는 맛이 더욱 격조 있게 쓰임 받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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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원전과 완자 만들어 보았다면 표고전과 고추전은 별거 없다.

 

태어나 딱 세 번 전 부쳐본 사람으로서 한 마디 하자면,

일단은 고기반죽이 잘 되어야 한다.

1. 고기를 '나의 웬수'라고 생각하고 칼로 다지고 또 다져서 곤죽을 만들어라.

2. 그리고 두부와 섞되 비율---며칠 전 읽은 책 <셰프의 탄생> 왈: '비율을 알면 요리사는 자유로워진다'. 삶의 현장이 살아 있는 좋은 책이다. 추천한다.--을 맞춰야 한다. 고기 삼에 두부 이. 

3. 간장은 안 된다. 정 넣고 싶으면 한 방울만. 소금 넣어라.

 

반죽이 잘 나왔다면, 성형도 예쁘게 되고 익힌 뒤 맛도 더 쫀득하다.

 

육원전이나 완자와 다른 것은 당연히 표고와 고추의 색이 살아 있어야 한다는 것. 

일단 좋은 표고와 좋은 고추를 고르고, 팬에서 지질 때 

기름 묻힌 키친 타올로 표고등과 고추등을 싹싹 밀어주는 센스. 

애들이 한층 때깔난다. 

 

아참, 풋고추는 처음에 소금물에 데치는 것 잊지 말고. 

 

[주의사항] 서두르면 겉만 타고 속은 안 익는 '메롱' 현상 나타난다. 약불에서 꼼꼼히 익히자.

 

고추전은 맛있는지 잘 모르겠다. 맛보다는 저 어여쁜 녹색이 존재의 이유인 듯.

표고전은 제주표고의 향이 좋아 좋다. 다만 향이 강해 나는 많이는 못 먹겠다. 하나만 먹으면 딱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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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포장육 한 팩을 사다가 고기 다지는 요리는 한 번씩 다 해보기로 함.

막요리에 한우 쓸 필요 없으니 호주산 소고기 선택. 

고기 한 번에 다져서 육원전, 표고전, 고추전, 완자탕을 스트레이트로 끝냈음. 박수, 짝짝짝!

 

완자탕의 완자 만들기는 이미 두부전골 할 때 해본 적이 있어 낯설진 않았으나,

지름 4센치나 되는 고기공(두부전골의 완자 지름은 겨우 1.5.) 여섯 개를

홈런볼(한쪽이 평평한, 되다만 구) 만들지 않고 제대로 익히려면

센불 위에 팬을 들고 한 십분 돌려 주어야 한다는 게 쥐약.

팬 위에서 공들이 계속 뛰놀아야지  

뛰지 않고 앉아서 쉬는 공이 있다면 바로 일으켜 세워야 함!

 

처음에 팬 돌릴 때 튀어나가 바닥에 떨어진 공은 (아무도 본 사람 없기에) 바로 잡아서 다시 팬으로 돌려보냄.

뭐가 좀 묻었을 수도 있지만, 뭐, 불에 익으면서 소독이 되기를 바랄 뿐.

오른팔 왼팔 바꾸어가며 무념무상으로 돌리다 보니

어느새 여섯 아이들이 햇볕에 탄 개구장이들처럼 갈색으로 변하면서 

수분 타는 소리가 듣기 좋게 타닥타닥 타닥타닥--이것이 바로 맛이 생겨나는 소리!

 

'이렇게 돌렸는데도 안 익었으면 그건 소고기 네 잘못이다' 라는 생각이 들 때 쯤 꺼내어

키친 타올 위에 올려 다시 좀 돌려주고 (기름도 빼고 검정 때도 씻기고)

끊는 육수에 넣어 3초 샤워시킨 다음 국그릇에 담아 냈다.

 

지난 번 고기반죽에 간을 안 하는 큰 실수를 저질렀으므로

이번에는 소금을 아낌 없이 뿌렸고, 육수에도 간장을 넉넉히 넣었음.

갤러리는 '오늘 음식은 짜다'는 일차원적 평가를 내리심.

 

짜면 밥이랑 같이 드시라고 응수하고 나도 한 입 먹어보니, 짠 것보다

들어가는 공에 비해 맛은 참 별 게 없다는 쓸쓸한 생각이 스친다, 훌쩍.

맛이 참 수수해. 그냥 고기맛.  

 

그.러.나. 어느 나라 누구의 음식은 그리 특별하더냐. 다 분위기와 정취로 먹는 거지.

(배고파서 먹는 건 비참하니까 그런 경우는 패쓰.)

 

저 옛날 어느 추운 날(그러니까 조선의 모년모월모일 쯤) 어느 집 저녁상으로  

고깃 국물에 고기 완자에 지단까지 들어간 김 나는 완자탕 한 그릇

아담한 교자상 위에 올려져 들어오면 보기에 흐뭇했으리라,

고 상상하며 다음 음식으로 고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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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식당
마츠오카 조지 감독, 오다기리 죠 외 출연 / 콘텐츠게이트 / 2015년 9월
평점 :
품절


전에 보다가 재미 없어서 껐던 기억. 다시 봐도 역시나. 음식 볼 게 없고, 연기 위어드. 미치루가 등장해 보여주는 분위기는 나중에 밝혀지는 그녀의 사연과 맞질 않아. 납골함 아짐은 아예 이해불가. 배달소녀의 바보 연기가 젤 자연스러운. 미장센과 음악은 좋고, 심야식당이라는 컨셉은 성공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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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셰프 서유구 - 요리하는 조선 사대부
곽미경 지음, 정정기 번역.주해 / 씨앗을뿌리는사람 / 201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의미 깊은 작업. 오래된 새 음식 아는 재미도 솔솔. 아끼는 마음에서 지적하면: 1) 서선생 독백과 음식 재현의 두 '나'는 엄연히 다르다. 그 차이를 머릿말에서 명확히 하자. 2) 음식 얼굴 제대로 안 보이는 사진들 있다. 구면 진주면 등 처음 보는 메뉴에서 치명적. 3) 낯선 음식명 한자 병기,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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