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포장육 한 팩을 사다가 고기 다지는 요리는 한 번씩 다 해보기로 함.

막요리에 한우 쓸 필요 없으니 호주산 소고기 선택. 

고기 한 번에 다져서 육원전, 표고전, 고추전, 완자탕을 스트레이트로 끝냈음. 박수, 짝짝짝!

 

완자탕의 완자 만들기는 이미 두부전골 할 때 해본 적이 있어 낯설진 않았으나,

지름 4센치나 되는 고기공(두부전골의 완자 지름은 겨우 1.5.) 여섯 개를

홈런볼(한쪽이 평평한, 되다만 구) 만들지 않고 제대로 익히려면

센불 위에 팬을 들고 한 십분 돌려 주어야 한다는 게 쥐약.

팬 위에서 공들이 계속 뛰놀아야지  

뛰지 않고 앉아서 쉬는 공이 있다면 바로 일으켜 세워야 함!

 

처음에 팬 돌릴 때 튀어나가 바닥에 떨어진 공은 (아무도 본 사람 없기에) 바로 잡아서 다시 팬으로 돌려보냄.

뭐가 좀 묻었을 수도 있지만, 뭐, 불에 익으면서 소독이 되기를 바랄 뿐.

오른팔 왼팔 바꾸어가며 무념무상으로 돌리다 보니

어느새 여섯 아이들이 햇볕에 탄 개구장이들처럼 갈색으로 변하면서 

수분 타는 소리가 듣기 좋게 타닥타닥 타닥타닥--이것이 바로 맛이 생겨나는 소리!

 

'이렇게 돌렸는데도 안 익었으면 그건 소고기 네 잘못이다' 라는 생각이 들 때 쯤 꺼내어

키친 타올 위에 올려 다시 좀 돌려주고 (기름도 빼고 검정 때도 씻기고)

끊는 육수에 넣어 3초 샤워시킨 다음 국그릇에 담아 냈다.

 

지난 번 고기반죽에 간을 안 하는 큰 실수를 저질렀으므로

이번에는 소금을 아낌 없이 뿌렸고, 육수에도 간장을 넉넉히 넣었음.

갤러리는 '오늘 음식은 짜다'는 일차원적 평가를 내리심.

 

짜면 밥이랑 같이 드시라고 응수하고 나도 한 입 먹어보니, 짠 것보다

들어가는 공에 비해 맛은 참 별 게 없다는 쓸쓸한 생각이 스친다, 훌쩍.

맛이 참 수수해. 그냥 고기맛.  

 

그.러.나. 어느 나라 누구의 음식은 그리 특별하더냐. 다 분위기와 정취로 먹는 거지.

(배고파서 먹는 건 비참하니까 그런 경우는 패쓰.)

 

저 옛날 어느 추운 날(그러니까 조선의 모년모월모일 쯤) 어느 집 저녁상으로  

고깃 국물에 고기 완자에 지단까지 들어간 김 나는 완자탕 한 그릇

아담한 교자상 위에 올려져 들어오면 보기에 흐뭇했으리라,

고 상상하며 다음 음식으로 고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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