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넉한 마음/김재진고궁의 처마끝을 싸고도는 편안한 곡선 하나 가지고 싶다. 뾰족한 생각들 하나씩 내려놓고 마침내 닳고 닳아 모서리가 없어진 냇가의 돌멩이처럼 둥글고 싶다. 지나온 길 문득 돌아보게 되는 순간 부끄러움으로 구겨지지 않는 정직한 주름살 몇 개 가지고 싶다. 삶이 우리를 속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삶을 속이며 살아왔던 어리석었던 날들 다 용서하며 날카로운 빗금으로 부딪히는 너를 달래고 어루만져 주고 싶다.
**내가 지금까지..** 내가 지금까지 받은 가장 귀한 충고는 건강을 되찾기 위해 약이나 치료에 매달리는 대신 다양한 오락 활동을 하라는 것이다. 이 충고는 정신 건강과 육체 건강 모두에 해당된다. 변화와 실험, 여러 종류의 휴양, 혁신, 모험으로 꽉 찬, 병이 끼여들 여지가 없는 인생이다. -지미 카터의 《 나이 드는 것의 미덕 》중에서-
-가을을 타는 여자/남낙현- 창가에 놓인 활짝 핀 국화처럼 그녀의 가슴속에도 가을이 만발 하였다. 창 밖에 희끄무레한 저녁비가 내리고 한 여자가 커텐사이로 실루엣처럼 서있다. 누구를 기다리는가? 무엇을 기다리는가? 아직은 멀리 있는 그리운 사람 발자국소리에 귀 기울이고 할 일 없이 지나가는 바람이 창문에 얼굴을 들이민다. 스쳐 가는 소슬 바람에도 쓸쓸하게 떨어지는 나뭇잎을 보며 여자는 흘러가는 구름처럼 마음을 잡지 못한다. 가을이 되면 그녀는 외로움을 이겨내지 못한다. 풀벌레 울음소리에도 잠못 이루고, 그리운 것을 늘 곁에 두고 싶지만 너무 소유하려 드는 것 같아 아직은 속내만 탄다. 한 남자의 여자로 정 붙이고 살면 행복할 것 같지만 가을이 되면 왠지 그것마저도 쉽지 않다.
삼십삼 세의 가을/신현림- 삼십삼 세란 무엇인가 아이 하나, 둘 유아원에 보내거나 미리 죽어 목화솜 같은 바람으로 떠돌거나 우울의 강둑을 거닐며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 달래거나 좀더 넓은 아파트 좀더 안정된 살림을 위해 고되고 답답한 나날을 장승처럼 견디는 것인가 '돈을 모아 자유로울 수 있다면' '하고 싶은 일로 밥을 먹을 수만 있다면' 성취와 만족은 얼마나 먼 등대인가 등대와 가을 태양을 보며 사무치는 나의 삼십 삼 세란 무엇에든 용감해지는 일이다 바람 속 장작불처럼 거친 외로움은 죽음의 공포쯤은 커피 마시듯 넘겨주는 일 지금껏 사랑했는가 무얼 제대로 사랑했는가 슬프다면 대신 울어주마 불쾌하다면 기분을 바꿔주마 손을 내밀어 情人들을 편안히 맞이하고 내 안의 깊은 산책길을 따라 잊고 지낸 것을 생각하는 일이다 간소하게 사는 매력과 초조하게 들린 시계소리가 얼마나 어여쁜 노래인가 느끼는 일이다
<더 많이 사랑하세요>할 만큼 했다고 생각되더라도 멈추지 말고 더 많이 사랑하세요. 더 이상 그 사람을 위해 노력하고픈 마음이 없어지더라도 용기를 내어 사랑하세요. 지치고 피곤하여 이제 그만이라고 말하고 싶더라도 한 발자국만 더 내딛어 사랑하세요. 이기심의 껍질 속에 숨어 버리고 싶을 때에도 그 유혹을 깨고 나와 사랑하세요. 상대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고 싶을 때, 처음으로 돌아가 버리고 싶을 때라도 눈을 질끈 감고 한 언덕 뛰어 넘어 사랑하세요. 사랑하기에 지쳤다고 느껴질 때일수록 더욱 마음을 활짝 열고 사랑하세요. -J.갈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