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빨강 - 그 눈부신 열정의 빛깔로
새해에는
나의 가족, 친지, 이웃들을
더욱 진심으로 사랑하고
하느님과 자연과 주변의 사물
생명 있는 모든 것을 사랑하겠습니다
결점이 많아 마음에 안 드는 나 자신을
올바로 사랑하는 법을 배우렵니다

노랑 - 그 부드러운 평화의 빛깔로
새해에는
누구에게나 밝고 따스한 말씨
친절하고 온유한 말씨를 씀으로써
듣는 이를 행복하게 하는
지혜로운 매일을 가꾸어가겠습니다


파랑 - 그 열려 있는 바다빛으로
새해에는
더욱 푸른 꿈과 소망을 키우고
이상을 넓혀가며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로
삶의 바다를 힘차게 항해하는
부지런한 순례자가 되겠습니다


보라 - 그 은은한 신비의 빛깔로
새해에는
잃어버렸던 기도의 말을 다시 찾아
고운 설빔으로 차려입고
하루의 일과를 깊이 반성할 줄 알며
감사로 마무리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다른 이에게 거듭 강요하기보다는
조용한 실천으로 먼저 깨어 있는
침묵의 사람이 되렵니다

주황 - 그 타오르는 환희의 빛깔로
새해에는
내게 오는 시간들을 성실하게 관리하고
내가 맡은 일들에는
인내와 정성과 책임을 다해
알찬 열매 맺도록 힘쓰겠습니다




초록 - 그 싱그러운 생명의 빛깔로
새해에는
크고 작은 어려움이 힘들게 하더라도
절망의 늪으로 빠지지 않고
초록빛 물감을 풀어 희망을 짜는
희망의 사람이 되겠습니다


남색 - 그 마르지 않는 잉크빛으로
새해에는
가슴 깊이 묻어둔 사랑의 말을 꺼내
편지를 쓰고, 일기를 쓰고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며
사색의 뜰을 풍요롭게 가꾸는
창조적인 기쁨을 누리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빨 · 주 · 노 · 초 · 파 · 남 · 보
일곱 가지 무지개 빛깔로
새로운 결심을 꽃피우며
또 한 해의 길을
우리 함께 떠나기로 해요

- 이해인 수녀 작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내가 나에게/이해인-


오늘은 오랫만에
내가 나에게
푸른 엽서를 쓴다

어서 일어나
섬들이 많은
바다로 가자고

파도 아래 숨쉬는
고요한 깊이
고요한 차가움이
마침내는 따뜻하게 건네오는
하나의 노래를 듣기 위해
끝까지 기다리자고 한다

이젠
사랑할 준비가 되었냐고
만날 적마다 눈빛으로
내게 묻는 갈매기에게
오늘은 이렇게 말해야지

파도를 보면
자꾸 기침이 나온다고
수평선을 향해서
일어서는 희망이
나를 자꾸 재촉해서
숨이 차다고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후 조/김남조-


당신을 나의 누구라고 말하리
나를 누구라고 당신은 말하리
마주 불러볼 정다운 이름도 없이

잠시 만난 우리
오랜 이별 앞에 섰다.

갓 추수를 해들인
허허로운 밭이랑에
노을을 등진 그림자 모양
외로이 당신을 생각해 온
이 한철

삶의 백가지 가난을 견딘다해도
이것만은 두려워했음이라
눈 멀 듯 보고자운 마음
신의 보태심 없는 그리움의
벌(罰)이여
이 타는듯한 갈망

당신을 나의 누구라고 말하리
나를 누구라고 당신은 말하리

우리
다 같이 늙어진 어느 훗날에
그 전날 잠시 창문에서 울던
어여쁘디 어여쁜
후조라고나 할까

옛날 그 옛날에
이러한 사람이 있었더니라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별/이 정하-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선뜻 그대에게 다가서지 않겠습니다.
내가 그대를 묵묵히 바라만 보고 있는 것은
내 사랑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대를 너무나 사랑해서임을 알아주십시오.

오늘따라 저렇게 별빛이 유난스런 것은
가까이 다가가고 싶지만 참고 또 참는
내 아픈 마음임을 헤아려 주십시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원시(遠視)/오세영-



멀리있는 것은
아름답다
무지개나 별이나 벼랑에 피는 꽃이나
멀리 있는 것은
손에 닿을 수 없는 까닭에
아름답다.
사랑하는 사람아,
이별을 서러워 하지마라.
내나이의 이별이란
헤어지는 일이아니라 단지
멀어지는 일일 뿐이다.
네가보낸 마지막 편지를 읽기 위해선
이제
돋보기가 필요한 나이,
늙는다는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멀리 보낸다는
것이다.
머얼리서 바라다볼 줄을
안다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