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넉한 마음/김재진


고궁의 처마끝을 싸고도는
편안한 곡선 하나 가지고 싶다.

뾰족한 생각들 하나씩 내려놓고
마침내 닳고 닳아 모서리가 없어진
냇가의 돌멩이처럼 둥글고 싶다.

지나온 길 문득 돌아보게 되는 순간
부끄러움으로 구겨지지 않는
정직한 주름살 몇 개 가지고 싶다.

삶이 우리를 속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삶을 속이며 살아왔던
어리석었던 날들 다 용서하며
날카로운 빗금으로 부딪히는 너를
달래고 어루만져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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