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 조/김남조-


당신을 나의 누구라고 말하리
나를 누구라고 당신은 말하리
마주 불러볼 정다운 이름도 없이

잠시 만난 우리
오랜 이별 앞에 섰다.

갓 추수를 해들인
허허로운 밭이랑에
노을을 등진 그림자 모양
외로이 당신을 생각해 온
이 한철

삶의 백가지 가난을 견딘다해도
이것만은 두려워했음이라
눈 멀 듯 보고자운 마음
신의 보태심 없는 그리움의
벌(罰)이여
이 타는듯한 갈망

당신을 나의 누구라고 말하리
나를 누구라고 당신은 말하리

우리
다 같이 늙어진 어느 훗날에
그 전날 잠시 창문에서 울던
어여쁘디 어여쁜
후조라고나 할까

옛날 그 옛날에
이러한 사람이 있었더니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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