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심/박영희-
사람의 깊이를 모르겠다 어제의 얼굴이 다르고 오늘 얼굴이 다르다
저렇게 넓은 집에서 어떻게 시가 나올까 저렇게 윤기나는 밥상에서 어떻게 소말리아가 보일까 저렇게 멋진 자가용을 타고 다니면서 어떻게 실직자들이 보일까
노을의 실체를 알고부터였다 오랫동안 헤어져 지낸 친구를 만나 차를 마시고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불러도 마음이 열리지가 않는다. 저 삶이 정말 정당한 것인지
오죽했으면 사람의 깊이를 패랭이꽃에게 물었으랴 오죽했으면 사람의 깊이를 날아가는 새에게 물었으랴
오늘도 나는 잔가지만 잔뜩 보고 돌아와 꽃병 가득 꽂혀 있는 장미를 들어낸 뒤 꽃병 안만 들여다본다
눈물로 꽃을 키우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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