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아이와 '팥죽할멈과 호랑이' 연극을 보기위해 대학로에 갔었다. 내가 사는 곳은 울산이라서 모든 문화적 혜택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서울에서 처럼 쉽게 문화적 환경을 접할 수 없다. 그래서 난 아이에게 기회가 닿는대로 많은 것을 보여 주려고 애쓰는 편이다.사전에 게획이 있었더라면 미리 책을 사서 읽어 주고 연극을 보았을 텐데 급하게 서울로 가는 탓에 책을 읽지 못했다. 올여름 갑자기 딸아이가 팥죽할멈을 다시 보고 싶다고 하는게 아닌가? 그래서 알라딘에 책을 신청하고 팥죽할멈을 기다렸다.아이는 책을 보자마자 지난 겨울일을 생각해내며 너무 반가워 했다. 난 책을 읽어주고 책에 나온 멍석이며 맷돌의 쓰임새에 대해 다시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리고 이야기 속의 의태어를 반복하며 즐겁게 우리 아이와의 추억을 더듬었다. 연극에서도 맛깔스러운 이야기 표현이 있었는데 책은 단순하면서도 구수한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었다. 그림도 어느 책보다 섬세하고 특히 표지와 연결된 부분의 앞 뒤장에 그림자처럼 처리된 호랑이와 할머니의 모습은 이야기를 읽고 난 뒤 느낌을 그대로 회상할 수 있었다. 이 책은 마치 할머니가 우리에게 들려주시던 옛날이야기를 우리에게 보여 주는 것 같고 한국의 정서와 해학이 그대로 깄들여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