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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씁쓸한 열세 살 ㅣ 홍진P&M 우리동화 읽기 10
이미애 지음, 오은영 그림 / 홍진P&M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얘들아, 너희 담배 피워봤어?"
우리는 고개가 떨어져라 가로저었다. 담배라니, 담배라니!
"아니."
"내. 그럴 줄 알았어. 으이그, 착한 초딩들. 오늘 이 언니가 담배 쏜다.잠깐 기다려."
채린이가 우리를 비웃었다. 그러고는 제 방으로 쪼르르 가더니 손에 담배 한 갑을 들고 왔다. 무지개 단란주점이라고 찍힌 일회용라이터까지 들고.
나는 이빨이 부딪칠 정도로 떨렸다. 머리가 어질어질. 담배가 피우고 싶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왜?우리 아빠가 피는 것도 싫어서 엄마와 내가 어르고 달래 기어코 금연하게 만들었는데. 학교에서 틀어준 금연 비디오에서 담배를 많이 피워 폐암에 걸린 환자의 폐를 보았었다. 정말 끔직했었다.
채린이가 손에 든 게 담뱃갑이 아니라 그때 보았던 썩은 폐처럼 한순간 느껴졌다.
채린이는 능숙한 손길로 담뱃갑의 비닐을 벗겨냈다. 종이 뚜껑을 찍어 톡톡 쳐서 담배 한 개비를 끄집어냈다.
"잘 봐. 담배는 이렇게 멋있게 펴아 해. 폼 나게."
채린이는 담배를 입에 물고 라이터를 켜서 불을 붙였다.채린이가 담배를 피우고 숨을 후 불어냈다. 멋있기는 커녕 무서워서 죽을지경이었다. 이 장면을 누군가 본다면 우리는잡혀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