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걸음을 재촉하여 점심시간 바로 전에 집에 돌아왔다. 아버지는 이미 옷을 갈아입고 깨끗하게 세수를 하고는 어머니의 안락의자 옆에 앉아서 고르고 낭랑한 목소리로 <<주르날 데 데바>> 의 풍자 기사를 읽어주고 있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별로 귀담아듣고 있지 않았다. 그러다가 나를 보자, 종일 어디에 가 있었느냐고 물은 다음, 누군지도 모르는 인간과 어딘지 모를 곳을 싸돌아다니는 것은 질색이라고 덧붙였다. '혼자서 산책했어요.' 하고 대답하려다가 아버지의 얼굴을 보고 나는 왠지 입을 다물어버렸다.*들켰네. 하지만 내가 부모님이라도 모르는 사람과의 연애는 정말 싫을 것 같다. 부모님 맘으로서는 그 사람은 아니다라는 걸 결정할 권리가 없긴 하지만 그래도 좋은 사람과 살았으면 하는 마음에 그러는 건데 나도 저 때가 올 거고 부모님과 트러블이 생기겠지. 미리 생각해두고 그 때가 오면 잘 풀어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