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쿠라코 씨의 발밑에는 시체가 묻혀 있다 1
오타 시오리 지음, 박춘상 옮김 / 디앤씨북스(D&CBooks)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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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할 것 같은 여자를 만났다.


제목부터 사람들 이목 끌기에 충분한 작품임에 틀림없다. 일찍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이름난 작품인 것을 이번에도 몰랐다. 그저 일러와 제목에 끌려 서평단에 응모했는데 덜컥 당첨되고 만 것.


솔직히 표지에 그려진 사쿠라코 씨는 남성 와이셔츠 차림에 흑발이 매력적인 아가씨인데 띠지에 가려져 있던 손을 확인하고 아차 싶었다. 본문에서 사쿠라코 씨는 청년 버금가는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또한 말투하며 행동까지 뼈 연구원인 남자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남성적으로 그려내고 있다(지극히 개인적인 느낌). ‘나’의 시점이 잘못된 걸까. ‘나’는 소년인데 사쿠라코 씨를 아름답고 하늘거리는 여성으로 보기보다 아름다운 청년을 노래하는 느낌이었다. 어쨌든 일러와 본문 매칭이 조금 잘못되지 않았나 싶다. 소년이 너무 아이 같아서 오히려 사쿠라코 씨가 장발의 남자 같은 느낌이 강했다, 여자인데도 불구하고. 이 작품의 첫인상은 이쯤이었던 것 같다.


‘나’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는 덤덤하면서도 미스터리한 느낌을 이어나가고 있다. 애니를 접하지 않고 소설 먼저 접한 것이 다행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확실히 글로 읽을 때 상상력이 더욱 자극된다. 식용 가자미마저 뼈를 발라 표본으로 만들어 버리는 그녀이기에, 정말 괴짜가 아닐까 의심이 들지만 중간중간 등장하는 어설픈 모습들이 굉장히 매력 있는 캐릭터였다. 이 작품을 보고 있자니 전에 봤던 <빙과>라는 애니가 떠올랐다. 에피소드 형식의 추리물은 꽤나 흥미가 있으니까. 뼈에 집착하는 독특한 스타일의 아가씨를 만나고 싶거나 그녀에게 질리면서도 어쩔 수 없이 끌리는 풋풋한 소년을 만나고 싶거든 이 작품을 읽어 보라 추천하고 싶다. 겨울에 꽤나 읽기 좋은 작품이다.




*디앤씨미디어에서 도서 무료 제공받아 작성하는 서평입니다. 진심을 담은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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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하게 해줄래요?
기려한 지음 / 청어람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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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중심이었다면 훨씬 좋은 작품이었을 텐데 아쉬운 마음이…….


<책 소개>

“다이아몬드 등급인 내가.”

그가 말하고도 웃긴지 피식 입술 끝을 올렸다.

“궁금해졌어, 기은설 당신이.”

견고한 목소리가 귓바퀴 안으로 스며들어 왔다. 은설은 파르르 떨리는 눈꺼풀을 밀어 올리며 조심스럽게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와 눈이 마주친 채로, 그의 한쪽 입꼬리가 느리게 올라가자 은설의 두 뺨에 홍조가 차올랐다. 그가 그녀 앞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당신이 안 오면, 내가 천천히 가지.”

귓가에 스치듯 닿는 입술과 그의 목소리에 은설은 몸을 떨었다.


<주요 키워드>

현대 로맨스, 보석 파는 남자, 커플매니저 여자, 드라마 감독, 첫사랑


<주인공>

기은설, 윤제후


<소감>

​기대가 컸던 탓일까. 오랜만에 청어람 로맨스 작품이었는데……. 초반에는 흥미 있게 읽기 시작했다. 남자 주인공 직업이 보석세공사 겸 주얼리샵 대표라 신선했다. 흔히 나오는 잘나가는 남자이긴 했지만 직업은 흔하지 않았기에 독특한 이야기이겠거니 기대가 부풀었다. 여자 주인공 또한 커플매니저라는 독특한 설정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열 번 꺾어도 안 꺾이는 다이아몬드 등급 남자를 결혼정보업체 노블리스에 가입시키는 것이 기은설의 목표였다. 전화통화로는 도저히 가입시킬 수 없겠다 싶어 윤제후를 직접 찾아가기에 이른다. 그렇게 만나서 뜻밖의 스킨십도 하고 은설은 매혹적인 외모의 제후에게 묘하게 마음이 동하게 된다. 그러면서 은설을 향한 남자 조연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이상하게 흥미가 반감됐다. 뭔가 주인공 중심의 이야기가 진행되던 초반과는 분위기가 전환된 것이 큰 요인으로 작용된 것 같다. 하지만 은설의 첫사랑 진우의 등장은 신박했다. 스릴러 느낌이랄까. 은설을 향한 집요함이 무서울 정도였다. 게다가 시준까지 등장하면서 은설에게 집착하는 남자가 또 나타난 셈. 반복적인 소재는 흥미를 반감시킬 수 있는 요소로 작용될 수 있다는 것을 이 작품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기대가 컸던 탓인 것 같다. 아니면 저자의 과유불급이었던 걸까. 흔하지 않을 거란 기대를 끝까지 충족시켜 주지는 못했지만 나쁘지 않은 작품이었다. 은설의 끈기 있는 성격이라던가, 제후의 단호함이라던가, 진우나 시준의 집요함이라던가. 캐릭터 성격이 분명했던 건 좋았다. 하지만 제후의 어투가 너무 딱딱하지 않았나 싶다. -나, -지, -군, 으로 끝나는 말투가 조금 부담스러웠다. 오히려 대화체는 진우나 시준이 훨씬 더 자연스러웠던 것 같다. 저자의 첫 작품이라고 하니 이해는 된다. 다음 작품은 주인공 중심의 글이었으면 좋겠다고 소원해 본다.

​주얼리샵 묘사나 표지에서 느껴지는 느낌이 중세풍이라 로맨스 판타지 느낌이 났는데 지극히 현대적인 로맨스였다. 조연들이 많이 나와 살짝 풍성한 이야기를 원하시는 분이나 단호하고 도도한 남자 주인공을 원하시는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하지만 집착하는 남자 조연들이 보기 힘들다 하시는 분들께는 주먹을 꼭 쥐고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잘못하면 험한 말이 튀어나올 수도 있으니 주의하시기를.




*청어람 로맨스에서 도서 무료 제공받아 작성하는 서평입니다. 진심을 담은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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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테라 : 악마의 서재 세트 - 전2권 블랙 라벨 클럽 20
이수연 지음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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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제목에 충실하면서 온 정신을 빼앗었던 작품은 올해 단연코 ​처음


<책 소개>

​1권​

“지독한 꿈은 현실을 무너뜨린다.”

책‧악마‧연금술‧뱀파이어…… 그리고 수수께끼의 신사.

검은 마차가 도착하는 날, 마을은 달콤한 광기로 물들기 시작했다!

19세기 말, 빅토리아 여왕이 통치하는 영국.

해안가의 작은 마을 ‘리틀 가든’에

검은 정장 차림의 아름다운 신사, ‘미스터’가 찾아온다.

그는 9년 전 어떤 참사가 벌어졌던 언덕 부지

세상의 기괴한 이야기책을 모은 ‘도서관 몬스테라’를 짓는다.

“그런 도서관에 두신다면 몬스테라를 추천해요.

몬스테라의 꽃말은 ‘기괴’니까요.”

미스터에게 관상식물을 추천해 준 일을 계기로 사서가 된

마을 꽃집의 사랑스런 소녀 마샤 브라운.

그러나 도서관을 찾은 사람들에게 차례로 일어나는

‘책 속 이야기가 현실이 된 듯한’ 괴사건에 휘말리며

평범하게 살아온 그녀의 일상이 조금씩 무너지고…….

그리고 마샤에게 기묘한 집착을 보이기 시작하는 미스터.

그는 과연 완벽한 신사인가, 아니면―?

2권

“묻노니 그대는 사람인가, 괴물인가?”

평범한 마을을 뒤흔든 ‘악마의 책’들과 기괴한 사건들.

저주받은 운명의 그림자가 이윽고 파국을 몰고 온다!

찬란한 문명의 빛 이면에 몽환의 어둠을 감춘

19세기 말, 빅토리아 여왕이 통치하는 영국.

정체불명의 신사 ‘미스터’가 ‘도서관 몬스테라’를 세운

그날부터, 마을은 잇따른 기괴 사건에 시달리기 시작한다.

『검은 고양이』 부터 시작하여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피리 부는 사나이』, 『모비 딕』, 그리고…… 『뱀파이어』.

몬스테라의 사서로 일하며 미스터와 친해진 마샤는

모든 사건이 도서관의 책과 연관된다는 사실을 깨닫지만,

자신에게 한없이 다정한 그의 매혹을 거부할 수 없다.

과거의 악연, 숙명적 끌림, 소중한 것을 지키려는 마음.

‘이야기’의 실낱들이 치밀하게 그려내는 것은

구원의 무늬인가, 아니면―?


<주요 키워드>

로맨스 판타지, 기괴, 괴이, 도서관, 뱀파이어


<주인공>

마샤 브라운, 미스터, 로윈 피터슨 


<소감>

첫 느낌은 이러했다. 프롤로그가 상당히 지루하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진도를 전혀 못 뺐다. 읽기에 흥미가 없었을 때라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 당시 책을 읽을 여유가 없었다. 핑계지만 나름의 정황이 그랬다(이해를 바라지 않는다. 그랬다는 사실 정황일 뿐.). 블랙라벨클럽 서평 당첨이 두 번째라 기쁜 마음이 컸다. 남들은 당첨되고 싶어도 당첨이 어려운데 복에 겨워 그러는 거라고 혹자들은 손가락질할지도 모르겠다. 욕을 먹어도 할 말이 없다. 욕먹을 짓을 했으니. 사실 서평 당첨 이후 서평이 이렇게까지 늦은 경우는 없었다. 책을 받아 첫 패이지를 읽고 솔직히 로맨스다운 부분이 전혀 없어서 흥미를 못 느꼈다. 그렇게 서평을 포기하고 싶어질 즈음, 카페지기님의 쪽지를 받고 다시 마음을 고쳐먹게 됐다. 책을 다시 돌려보낼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보내 주신 마음을 거절할 수는 없었기에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처음부터 읽기 시작했다. 천천히 곱씹으며 읽으니 첫 느낌과는 엄청나게 다른 느낌이었다. 바보 같던 선입견이 작품의 매력을 온전히 가린 안타까운 일이 일어났다. 나한테는 없을 줄 알았던 일이었는데. 여느 로맨스 소설과는 확연히 다를 수밖에 없는 플롯이었다. 사람들이 식상하다 말하는 로맨스 소설과는 어딘지 모르게 세계관 자체가 다르다고 느꼈다.

1,800년대 이야기. 중세 시대. 연금술사. 뱀파이어. 로맨스라는 장르에서 쉽게 다뤄지는 듯하면서 체계적으로 다뤄진 적은 거의 없는 소재들이었다. 대부분 현대의 남녀 간의 사랑만을 접한 나로서는 상당히 새롭고 멋있었다. 작가가 얼마나 노력해서 써낸 글인지, 어떤 작품들에 영감을 받아 로맨스와 잘 버무렸는지 여실히 느껴졌다. 굉장한 작품을 너무 늦게 알아본 것 같아 죄스러운 마음이 크다.

프롤로그에 등장했던 피부가 창백한 청년은 작품이 끝날 때까지 신비로운 인물로 그려졌다. 그는 영겁의 세월을 살아내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런 그가 한 여자에게 접근한다. 먀샤 브라운. 빼어난 미모 덕분에 마을 남자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지만 내면에는 가슴 아픈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여자이다. 상처가 있긴 해도 밝은 기운이 있는 사람. 미스터 또한 이름조차 밝히지 않지만 로윈을 일일이 상대해 주는 모습이라던가, 마샤를 상냥하게 챙겨 주는 모습에서 따스한 사람인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도서관의 책 이야기가 나오면 미스터의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시베리아 바람 같은 서늘함이 자리하고 있는 인물. 기괴한 미소가 썩 매력적인 주인공임은 틀림없다.

에드거 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라는 작품은 중학생 때 읽었다가 분위기가 너무 오싹하고 무서워서 읽기를 포기했던 작품이다. 이 글을 통해 검은 고양이의 내용을 아주 제대로 파악하고 말았다. 역시나 오싹하고 무서운 이야기였다. 그런 끔찍한 이야기가 실제로 일어날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과거, 책 속의 로맨스가 현실에도 있기를 바랐던 내가 다 소름이 끼쳤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몰입도 또한 정비례적으로 수직상승했다. 이런 작품을 몰라보고 뒤늦게 읽는 내가 정말 소름 끼치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한탄스러울 뿐…).

기괴한 분위기의 도서관, 수상하지만 매력적인 도서관 사서, 상처 많은 꽃집 아가씨, 딸을 그리워하지만 정작 알아보지 못하는 여자, 천생연분을 만났지만 결코 행복할 수 없었던 부부, 쓰고 다니는 가면처럼 양면성을 가진 화가 등 흥미로운 인물들이 대거 등장한다. 서사도 서사지만 매끄러운 문장과 흥미를 유발하는 말미의 문장까지. 최근 본 작품 중 이렇게까지 극찬하고 싶은 작품이 없었다. 로맨스에 치우쳤다면 이렇게까지 극찬을 받지는 못했을 것 같다.

이쯤 되면 제목 그대로 『몬스테라: 악마의 서재』에 대해 충실하게 집필한 저자가 존경스러운 지경까지 이르게 된다. 그 많은 방대한 지식과 수많은 작품들을 이해하고 본인 작품에 잘 버무린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 뮤지컬 드라큘라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 이렇게 활자본으로 나오기까지 저자는 얼마나 많은 고뇌에 시달렸을까. 그렇게 생각하면 내가 처음 느꼈던 이 작품에 대한 분위기는 정말 오류가 아닐 수 없다.

로맨스 진한 블랙라벨클럽 차기작을 기다렸던 분들에게는 살짝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나처럼 미스터리나 스릴러, 추리물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굉장한 인기를 받을 거라 자신한다. 겨울이 성큼 다가온 계절에 읽기에 안성맞춤인 작품이라고 과감하게 추천한다. 상세한 분위기와 내용은 책을 통해 직접 느끼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1권에 대한 스토리 라인만을 다뤘다. 미리 스포당하는 것만큼 분노를 사는 일도 없을 테니. 


덧) 서평이 늦어져 진심으로 송구합니다. 이런 일이 없도록 앞으로는 더욱 세심한 선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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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토록 너를
김선민(하니로) 지음 / 청어람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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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 곁에 숨 쉬고 있을 사랑이기에


<책 소개>

바람에 날린 머리칼을 귀 뒤로 넘겨주던 그 순간, 세상의 호흡이 그대로 멈춘 것만 같았다.

설렌 마음에 몇 날 며칠 잠도 이루지 못했고 참 오랫동안 가슴앓이를 했었다.

하지만 거기까지.

아주 가끔씩 아무도 모르게 그를 그리워하는 것, 딱 그 정도만 욕심냈다.

‘가끔씩 꿈속에서도 길을 잃어요. 저는요, 꿈을 꾸더라도 현실에 발을 딱 붙인 채로 꿔야 해요.’

가까워진 거리만큼이나 욕심도 자라고 있지만 여은은 두 눈 꾹 감고 현실을 되뇌었다.


<주요 키워드>

첫 사랑, 다정남, 정감 넘치는 분위기, 배려남, 좋은 사람, 순수한 사랑


<주인공>

신동준: 프루트 바스켓 사장(빠께쓰 사장)

김여은: 공무원 준비중이면서 프루트 바스켓 연신내


<소감>

​첫 페이지부터 면접이니 원서니 현실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단어들과 상황 때문에 숨이 막혔다는 게 이 작품에 대한 솔직한 첫 느낌이다. 그래서 아, 엄청 현실적이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우울하지는 않았다. 우연을 통한 주인공들의 재회가 이루어졌고, 뭔가 뜨거운 만남이 예고됐다. 설렘을 담고 있었고, 익숙하지만 불편하지 않게 다가왔다.

여은은 면접 봤던 곳에서 안타깝게 합격하지 못했지만 더 활기 넘치는 곳에서 일을 하게 된다. 바로 첫 사랑인 동준과 함께. 여은은 공무원 시험 준비생이다. 불확실하고 불투명한 꿈. 그리고 진정 원하는 꿈이 아닌 꿈을 좇고 있었다. 나 또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 볼까 생각하고 있지만 막막하고 답답하기만 하다. 어디서부터 준비해야 할지, 어떻게 어떤 것들을 준비해야 할지 막막하고 막막하기 때문에 선뜻 시작하기가 어렵다. 그래서인지 여은은 지금까지 봐 왔던 소설 속 여주인공과는 다른 느낌이 들었다. 꼭 주변에 있을 것만 같은 친근하고 현실적인 모습이었기에 아마 그렇게 느끼지 않을까. 어려운 상황 가운데서도 여은이 버틸 수 있었던 건 동준과 동준의 어머니 수정 그리고 할머니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여은의 할머니(강연홍 사장님) 말투는 정감이 넘친다. 말하는 그대로 대사가 쓰여서인지 더욱 캐릭터가 생생했다. 프루트 바스켓 사람들도 친근하고 재미있어서 몰입이 남달랐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 솔직히 로맨스 느낌도 느낌이지만 누군가의 삶을 그대로 담은 것 같아 전형적인 로맨스 소설 같지 않았다. 그래서 더 좋았던 것 같다. 어느 회사 실장, 어느 댁 부잣집 도련님, 관능미 넘치는 예쁜 여자. 이런 꾸민 모습이 아니라 꾸미지 않은 수수하고 담백한 모습들이 이 작품의 진정한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저자의 역량을 무시할 수 없게 하는 대목이 아닌가(괜히 다작한 작가들이 대단하다고 칭송 받는 게 아니다).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문체 또한 이 작품의 매력 중 하나로 꼽고 싶다(청어람 로맨스에서 출간되는 작품들은 대부분이 읽기 편하고 매끄럽다는 강점). 서평 기간을 맞추지 못해 하루 만에 다 읽어야 되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몇 시간 만에 정독이 가능했다. 나 같이 꼼꼼히 한 글자 한 글자 읽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좋은 작품인가.

거기에 그치지 않는다. 이 작품, 캐릭터가 살아 있다. 동준은 실없이 변죽만 좋은 것 같아 보여도 진지하고 여은의 미래를 걱정해 주는 세심한 남자다. 정수리에 뺨을 비비는 남자라니. 고양이 이름을 먼지라고 붙여 주는 남자라니. 휴, 다시 생각하고 곱씹으니까 더 떨리는 것 같다. 암튼 이 남자, 분명 좋은 남자가 틀림없다. 완전 좋은 남자! 그에 반해 여은은 쓸 데 없는 걱정이 많은 겸손을 넘어 자괴하는 약간 답답한 스타일의 여자. 하지만 어쩐지 귀여워서 쓰담쓰담해 주고 싶은 여자이기도 하다. 여자가 봤을 때 이 정도니 남자가 봤을 때는 더없이 사랑스러운 여자겠지?

곁에서 숨 쉬고 있을 것 같은 사랑을 만나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또 오랜만에 로맨스 소설을 찬양하게 됐는데, 친구들한테 한 권씩 사 주고 싶은 책이다. 올가을의 시작으로 적격인 <내가 그토록 너를>. 내가 이토록 찬양하는 이유는 읽고 나면 아마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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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블 이야기
헬렌 맥도널드 지음, 공경희 옮김 / 판미동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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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대신할 또 다른 상실을 만나게 된 행복


처음 <메이블 이야기> 표지를 보고 ‘아, 꼭 읽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맹금류 이야기다!’ 싶어서 망설이지 않고 서평단 신청을 하게 됐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서평단에 당첨됐다는 문자를 받고 매우 신이 났다. 하지만 책을 받고 맨 앞에 옮긴이 공경희님이 쓴 헬렌 맥도널드에 대한 속사정을 읽고 신났던 마음이 가라앉으면서 ‘이 책은 상처를 받은 사람이 그 상처를 극복하기 위한 이야기구나, 작가 본인의 이야기구나.’하고 소설이 아님에 첫 번째 충격을 받았다.


첫 장을 읽기 시작했을 때 띠지에 인쇄된 문구처럼 정말 도저히 읽기를 멈출 수 없었다. ‘인내’에서는 순록이끼, ‘상실’에서는 참매, ‘작은 세상들’에서는 맹금류, ‘화이트’에서는 동성애 등 마음을 사로잡는 소재들이 뇌리에 쏙쏙 박혔다.

헬렌 맥도널드는 아버지를 잃은 상실감에 ‘참매 길들이기’ 즉, 자신이 ‘참매’가 되기로 마음먹는다. 자신을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길들이는 그 과정 속에서 아버지만큼이나 그녀 인생에 영향을 준 사람이 ‘테렌스 핸버리 화이트’가 아닐까 싶다. 그 또한 말 못한 참매를 통해 자신을 위로하고자 했던 것 같다.


동물 저서를 생전 본 적이 없어서 화이트가 누구인지, 그가 어떤 글을 썼는지 하나도 몰랐지만 헬렌을 통해 이웃집 주민처럼 세세하게 알게 됐다. 이 또한 이 책의 묘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저자가 아닌 저자에게 영향을 미친 사람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책이 흔하지는 않으니까.


헬렌은 참매를 데려와 참매가 먹이를 먹을 때까지 집중하고 숨죽였다. 피의 움직임으로 자신의 떨리는 심정을 저술했다.


「작은 별, 빳빳하지 않고 그저 보드라운 흰 솜털 덩어리. 나는 오래도록 그것을 바라보았다. 전화를 받은 날 순록이끼 이후로 다른 데서 어떤 사물을 이렇게, 뭔가 찾으려고 온 마음을 쏟으며 쳐다본 적은 처음이었다.」


이 구절이 참 가슴에 남는다. 헬렌이 또 다른 뭔가에 마음을 길들이고 있는 것이 느껴지는 대목이리라.


헬렌은 점점 매가 되어 인간성을 태워 버렸고, 매는 헬렌의 손길에 길들어 길러졌다. 헬렌은 어린 참매에게 ‘메이블’이라고 말했다. 매의 이름이 된 것이다. 그렇게 서로에게 물들어 가며 동물과 인간이 한 공간에서 살아간다. 메이블은 후드를 쓰길 거부했으며, 헬렌은 얌전한 매가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을 갖고 다른 매잡이들과의 만남, 그리고 화이트와 블레인과 같은 사람들이 쓴 저서를 통해 헬렌은 매에 대해 알아가고 메이블은 점점 더 길들어진다. 하지만 메이블과 헬렌은 서로가 서로의 세계에 길들여진 게 아니었다. 각자의 세계에서 서로가 행복한 것들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것이었다. 이 결론에 이르기까지 헬렌의 손은 상처투성이가 되었지만 치유하기 위한 상처였다고 말하고 있다.

헬렌이 메이블을 통해 치유한 것은 자기 자신이었다. 어두운 숲으로 옮겨진 메이블을 그리워하는 헬렌을 느끼며 아쉬운 마음과 먹먹한 가슴으로 책장을 덮어야만 했다.


무언가를 상실했을 때 무엇으로 치유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동물을 키워 본 적도, 무언가를 길들이려 했던 적도 없다. 어쩌면 상실은 아직도 나를 갉아먹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소설인 줄 알고 읽기 시작했는데 인생을 담은 하나의 지침서를 얻은 것 같아 마음만은 풍성해졌다. 아직 아물지 않은 상실에 대한 치유를 원하는가. 그럼 주저 말고 ‘메이블’과 ‘헬렌’ 그리고 ‘화이트’를 만나길 바란다. 이들을 만나고 나면 아마 무언가 달라진 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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