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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들리에
김려령 지음 / 창비 / 2016년 6월
평점 :

책읽는당 두 번째 서평에 당첨됐다. 영광이라 생각했다.
<미진이>나 <아는 사람>, <파란 아이> 중 한 작품을 읽고 싶었지만 내 손에 들어온 건 <만두>였다. 만두도 궁금했던 작품이기 때문에 받자마자 읽었다. 첫 문장, 첫 대화, 첫 단어가 걸걸한 욕인 작품은 아마 손에 꼽히지 않을까. 그럼에도 정감 있고 듣기 거북하지 않았다.
시장에서 만두 장사를 하는 미주의 엄마. 시장 사람들은 미주엄마를 만두라 불렀고, 미주의 친구, 소희와 선희는 미주를 만두라 불렀다. 만두 상점을 하는 엄마와 그 엄마의 딸이 불리는 이름이 같은 것. 거기서 묘하게 슬픈 생각도 들고 재미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분명 시장 사람들에게 불리는 만두도, 친구들에게 불리는 만두도 각자의 이름이 있을 텐데 만두라니……. 상징적인 별칭 같았다, 그들만의.
욕지거리로 시작된 이야기는 미주와 엄마가 시장에서 옥신각신 하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모녀가 그리 된 건 다 박 씨 때문이다. 박 씨는 엄마와 미주 사이에 갈등을 일으키는 그러면서도 연결시켜 주는 사람으로 사람이 염치가 있다. 몸이 불편해 휠체어에 의지하고 있어도 시장에서 도장 파는 일을 한다. 나였어도 아마 미주처럼ㅡ특히나 미주 나이였더라면ㅡ 행동하지 않았을까 싶다. 시장 사람들이 보는 엄마와 박 씨에 대한 미주의 소감도 솔직히 굉장히 통쾌했다.
세상을 잘 아는 어른들은 그래서 뭐 얼마나 잘 사는데. -만두, 17쪽
미주의 시점에서 어른들은 그랬던 것 같다.
만두가 의미하는 바는 한 가지가 아니다. 만두는 모녀이고, 모녀가 살아가는 수단이고, 박 씨와 모녀를 연결해 주는 매개체이다. 단편이지만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또렷이 드러나고, 인물들도 하나 같이 다들 생동감 넘친다. 희극 바탕에 비극이 숨어 있어, 너무 무겁지도 너무 경박하지도 않게 딱 덤덤하고 조금은 재치 있게 읽었던 것 같다.
이런 특유의 분위기는 저자만이 가지고 있는 강점이 아닐까 싶다. 김려령이라는 사람이 쓴 글이 계속 궁금하다. 조만간 트렁크도 구매해 읽어 볼 생각이다. 생각할거리를 주는 글을 계속해서 써 줬으면 좋겠다.
*창비에서 가제본 도서 무료 제공받아 작성하는 서평입니다. 진심을 담은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