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설적 낙원
이예담 지음 / 봄출판사(봄미디어)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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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굿 테이스트


<책 소개>

​“세준아, 여자들은 뭐에 약할까?”

LK그룹의 후계자 이유준에게 박하나는 꼭 필요한 존재였다.

엉뚱하게도 박하나에게 상속된 지상 낙원, 나르카디아.

유준에게 그것은 빼앗아서라도 손에 넣어야만 하는 무기였기에.

“박하나예요. 반도체 연구팀의 막내 연구원이죠.”

“최세준입니다. 평범한 신입사원이고요.”

두 사람의 손이 맞닿는 순간 정전기가 흘렀다.

“그니까 동료도 친구도 하지 말고 아무 사이 하자는 거죠?

이런 식으로 고백하는 사람은 세준 씨밖에 없지 않을까요.”

“박하나 씨, 진심으로 당신이 필요합니다.”

나르카디아의 여주인은 솔직하고도 엉뚱했다.

감정에 솔직해지는 건 그와는 맞지 않았기에

박하나는 유준에게 있어 가장 어려운 숙제였다.

시작은 분명 연극이었는데 결국 자신이 진심에 갇혀 버리고 말았다.

세상에 유일무이한 역설적 낙원,

그곳에서 ‘우리’는 함께할 수 있을까?


<주인공>

이유준, 박하나, 최세준​


<소감>

​글 쓰는 도중에 로맨스 소설은 잘 읽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서평을 신청해서까지 보고 싶었던 작품은 꽤나 오랜만이었다. 일단 제목부터 취향이었다. 역설적 낙원. 제목이 말하는 낙원은 누군가에게는 낙원이지만 결코 낙원 그 자체의 의미는 아니었다. 책 소개글에서도 느낄 수 있지만 이 작품의 주인공인 이유준이 원하는 것도 낙원임을 알 수 있다. 박하나라는 여자의 손에 들어간 낙원.

로맨스 소설이라는 장르임에도 여타의 다른 작품들과는 조금 다르게 느껴지는 분위기가 있었다. 시원시원 후련하게 읽히는 문체, 착착 맞아 떨어지는 정돈된 느낌, 과하지 않은 캐릭터 설정, 전문성 녹아 있는 대화체. 모든 게 구미가 당겨서 책을 한 번 잡으면 후루룩 읽었다. 이 작가의 작품은 처음 접하는 것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작가가 뭘 말하고 싶은지, 뭘 담고 싶었는지 착착 알 수 있었다. 또 하나 독특했던 점은 여주의 시각보다 남주의 시각을 주로 묘사했다는 데에 있다. 남주 마음에 관심이 높은 독자 중 하나여서 그랬는지 정말 오랜만에 정신없이 빠져들어 읽었던 것 같다. 진한 로맨스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지루할 수도 있지만 내 입맛에는 굿 테이스트였다고 말하고 싶다.

하나에게 접근한 유준의 방법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방법이었다. 유준이 바라던 목적이 사랑이 아닌 물질이었기에 하나는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 내게 이렇게 다가왔다면, 그 모든 전말을 알게 됐을 때 세상 자체에 반감이 들어 그 누구도 믿지 못 하게 될지도 모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정한 누군가에게만 속마음을 터놓을 수 있다. 그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느낌이 드는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을 한 순간에 잃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당장에 아무 것도 손에 잡히지 않을 것 같다. 헌데 사랑까지 준 사람에게 그런 실망을 받게 되면 과연 다시 그 사람을 믿을 수 있을까. 아직 그런 일을 당하지 못 해 확실히 말하진 못 하겠다. 그랬던 사람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 진실로 잘못을 뉘우치고 다시금 믿음을 심어 주면 그 믿음을 받고 싶어지지 않을까.

일반적인 사람들의 사랑은 아니었다. 한 기업의 경영자가 남주이다. 현실에서는 찾기 힘든 조건. 그렇지만 신입사원으로 위장된 남주와 연구소 신입사원의 사랑은 보편적인 사랑이었다. 흔히 겪을 수 있는, 흔히 느낄 수 있는 감정선들. 그것들이 주는 편안함이 일반적이지 않은 배경을 잘 덮어 줘서 읽기가 편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내게는 오랜만에 느낌 좋은 작품이었다.




*봄미디어에서 도서 무료 제공받아 작성하는 서평입니다. 진심을 담은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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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반윙클의 신부
이와이 슌지 지음, 박재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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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낯선 세계에서 깨어난 립반윙클처럼 눈을 떴을 때 이 모든 것이 사라져 버리면 어쩌지?”

아름다운 영상과 특유의 감성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전세계 영화 팬들의 사랑 받는 감독. 이와이 슌지가 신작 『립반윙클의 신부』를 발표했다. 『러브레터』 『하나와 앨리스』 이후 12년 만에 현대 일본을 배경으로 만든 실사영화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감독이 집필한 동명의 소설은 일본 현지에서 영화 개봉에 앞서 출간되어 단숨에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의 변함없이 아름다운 세계가 ‘소설가’ 이와이 슌지의 손에 의해 영화와는 또 다른 형태로 꽃을 피운다.

SNS에서만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폐쇄적인 삶을 살던 주인공이 여러 사건들을 겪으면서 진짜 세상으로 나아가게 된다는 이야기는 아름다운 풍광과 비일상처럼 느껴지는 일상의 장면들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이와이 슌지는 그가 말하고자 하는 현실의 문제들을 독특한 사건과 배경을 통해 그려냈다. 여기에 다양한 동화적 모티프가 더해져 잔혹하고 아름다운 ‘현대의 페어리테일’이 탄생했다. 때로는 아련한 감성을 자극하고 때로는 신랄함으로 가슴을 서늘하게 하는 감독의 작품세계를 집대성한 ‘새로운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모든 것이 바쁘게 돌아가는 차가운 도시 도쿄에서 홀로 생활하는 23살의 나나미. SNS ‘플래닛’에서 만난 남자와 얼떨결에 결혼을 약속한 그녀는 결혼식에 부를 친구와 친척이 없자 플래닛에서 알게 된 남자에게 도움을 청한다. 어떤 심부름이든 해 준다는 ‘아무로’라는 이름의 남자가 섭외한 가짜 하객들 덕에 결혼식은 무사히 끝나지만, 나나미의 이 작은 거짓말은 생각지 못한 사태를 불러온다.

SNS와 현실에서 전혀 다른 얼굴을 보이던 주인공은 거짓말 때문에 파국을 맞게 된다. 이처럼 낯선 타인과 쉽게 소통하지 못하는 현실과, 그에 대한 반동인 것처럼 거리낄 것 없이 얼굴도 모르는 타인과 마음껏 소통을 즐기는 SNS 세상. 그리고 돈만 있으면 어떤 어려운 일이라도 서비스로 해결할 수 있는 시대. 이와이 슌지는 이러한 현대의 모습에 주목해 ‘지금 이 사회, 그리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불안’을 이야기한다. 자유로운 소통을 위한 기능이 거꾸로 현실의 소통을 낯설게 하고, 갖가지 서비스들이 오히려 인간을 속박하기도 하는 씁쓸한 양면성이 등장인물들의 삶을 통해 생생하게 그려진다.

 

<거짓 위에 쌓은 거짓>

이와이 슌지 작품을 글로 접하게 된 건 이 작품이 처음이다. 그가 만든 영화는 자주 접할 수 있었지만 그가 쓴 글을 접하기는 쉽지 않았던 것 같다. 영상도 물론 좋지만 글이 더 사람 마음 들여다 보기가 좋다. 그의 작품 중 가장 먼저 접한 작품이 <러브레터>였다. 현실에서 있을 법한 약간의 판타지적인 요소들이 작품 곳곳에 숨어 있어 그것을 발견할 때마다 주는 신선함과 쾌감이 좋았다. 이 작품은 다른 의미의 판타지적인 요소들이 작품 곳곳에 적나라하게 깔려 있었다. 첫 문단부터 글은 호기심을 충분히 자극했다.

나나미는 순결을 잃지 않은 여자였다. 보통의 평범한 여자이자 솔직한 여자였다. 하지만 SNS를 통해 남자를 만나며 나나미는 더 이상 순결할 수 없었고, 솔직할 수도 없는 삶을 살게 된다. 거짓으로 시작된 연애와 결혼. 거짓 위에 쌓인 것들은 결코 오래 버티지 못했다. 남편으로 맞은 남자는 바람이 났다. 그 내연녀의 애인이 나나미를 찾아왔고, 기가 막힌 복수법을 제안하기까지 했다. 작품은 담담한 듯하면서도 기습적으로 날카롭게 파고들어 어딘가에 충격을 줬다. 때문에 나는 전반적으로 충격적이다, 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던 것 같다. 기존의 이와이 슌지 작품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새로운 충격이었다.

글을 막 읽기 시작했을 땐, 기간제(계약제) 교사인 여자가 뭐가 부족해서 거짓말로 사람관계를 이어나가야만 하나. 잘렸다 해도 다시 직장을 알아봐 일하면 되지 않나, 굳이 그 일이 아니라도 일은 얼마든지 있지 않나 등등 현실적으로 많은 것들을 나나미에게 묻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내가 그 물음을 받게 되면 글쎄, 딱 부러지게 답할 수 있을지는 장담 못 하겠다. 사람이라 흔들리고, 사람이라 사람에게 상처 받기 싫은 법이고, 사람이라 다른 사람들에게 잘나 보이고 싶은 걸까. 그녀가 무엇 때문에 거짓말을 시작했는지, 그 거짓말을 가리기 위해 어떠한 거짓말을 또 했었는지. 그렇게 해서 결국 남은 게 무엇인지.

나나미는 아르바이트, 가정부 등 상상도 못했던 직업군을 전전하며 여러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방황하듯 살아간다. 결혼이니 직장생활이니 자신의 꿈이니. 그런 것들을 쫓다 결국 나나미가 얻은 무엇이었나 곰곰히 생각해 봤다. 이 또한 딱 부러지게 말할 수가 없을 것 같다. 결국 나나미는 원래의 모습으로 가장 비슷하게 돌아왔지만 예전의 그 여자가 아니었다. 나는 나나미를 전부 다 이해할 수 없다. 그럴 수밖에 없다. 그녀와는 다른 인생을 살고 있고, 그녀처럼 거짓 위에 내 삶을 짓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 어딘가에는 그런 모습을 한, 그녀와 비슷한 모양새를 한 채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분명 존재한다.

솔직해서 무서웠다. 거짓이 거짓이 아닌 듯 마치 진실인 양 태연자약하게 존재하는 모습들도 소름끼쳤다. 그래서 더 몰입할 수 있었다. 언젠가 나도 그러한 현실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다음 작품이 이래서 기다려지는 것 같다.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곁에 살아갈 법한 인물들을 만들어 낸다. 도저히 기다리지 않을 수가 없다.




*알에이치코리아(RHK)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제공된 도서를 읽고 쓰여졌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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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식 룰렛
은희경 지음 / 창비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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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하게 책읽는당 두 번째 샘플북이 도착했다. 김려령 작가의 샹들리에 샘플북보다 작고 아담해서 사실 좀 놀랐다. 전에 만들었던 손바닥만 한 단편집이 생각났다. 폰트가 작아서 눈이 좀 아팠지만 내용이 좋아서 술술 읽었던 것 같다.


은희경 작가의 소설집 <중국식 룰렛> 중에서는 <장미의 왕자>나 <대용품>을 가장 읽고 싶었다. 어느 작품이든 좋을 것 같긴 했지만 제목이 어쩐지 마음에 들어서. 헌데 <장미의 왕자>가 떡하니 손안에 들어왔다. 이 작품의 화자, ‘나’는 찻집에서 일한다. 나는 손님들이 놓고 간 분실물을 카운터 서랍에 보관한다. 그 중 여자 손님이 놓고 간 수첩을 화자가 보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과거에 만났던 그녀를 떠올리게 해 준 소방서 앞에 울었던 얼굴의 여자. 나는 살아가는데 있어 감흥이 크지 않은 건조한 사람이다.


화자가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잘 모르겠다. 초반엔 남자임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는데​ 이야기가 진행할수록 여자인 것도 같았다가, 이 사람이 대체 어떤 대상을 마음에 뒀었는지도 막판에는 가늠이 되지 않았다. 어렵지 않게 읽기 시작했다가 끝에는 알 수 없는 느낌으로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다. 나만 이런 느낌을 받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 작가의 의도를 정확히 읽지 못한 것 같다. 어려웠다고 해야 하나. 장미의 왕자 이야기를 대입해 화자의 생각을 이해하려 해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또 읽어 봐야 될 것 같다. 이해가 될 때까지.


은희경 작가의 작품은 아직 한 번도 제대로 읽은 적이 없지만 섬세하고 감성적인 묘사들이 돋보이는 문체인 것 같다. 나쁘지 않았지만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았나 싶다. 작품 자체가 어렵다는 게 아니라 내가 화자의 심경을 이해하지 못해 그게 아쉬운 것 같다. 보통은 작품에 등장하는 화자에 감정이입이 쉽게 되는 편인데도 불구하고 이번 작품의 화자는 좀처럼 이입이 되지 않았다. 아마 나와는 다른 생각, 다른 세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 그런 것 같다.


확실한 건 은희경 작가의 작품보다는 김려령 작가의 작품이 나와 좀 더 맞는 세계관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창비에서 가제본 도서 무료 제공받아 작성하는 서평입니다. 진심을 담은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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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들리에
김려령 지음 / 창비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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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당 두 번째 서평에 당첨됐다. 영광이라 생각했다.


<미진이>나 <아는 사람>, <파란 아이> 중 한 작품을 읽고 싶었지만 내 손에 들어온 건 <만두>였다. 만두도 궁금했던 작품이기 때문에 받자마자 읽었다. 첫 문장, 첫 대화, 첫 단어가 걸걸한 욕인 작품은 아마 손에 꼽히지 않을까. 그럼에도 정감 있고 듣기 거북하지 않았다.


시장에서 만두 장사를 하는 미주의 엄마. 시장 사람들은 미주엄마를 만두라 불렀고, 미주의 친구, 소희와 선희는 미주를 만두라 불렀다. 만두 상점을 하는 엄마와 그 엄마의 딸이 불리는 이름이 같은 것. 거기서 묘하게 슬픈 생각도 들고 재미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분명 시장 사람들에게 불리는 만두도, 친구들에게 불리는 만두도 각자의 이름이 있을 텐데 만두라니……. 상징적인 별칭 같았다, 그들만의.

욕지거리로 시작된 이야기는 미주와 엄마가​ 시장에서 옥신각신 하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모녀가 그리 된 건 다 박 씨 때문이다. 박 씨는 엄마와 미주 사이에 갈등을 일으키는 그러면서도 연결시켜 주는 사람으로 사람이 염치가 있다. 몸이 불편해 휠체어에 의지하고 있어도 시장에서 도장 파는 일을 한다. 나였어도 아마 미주처럼ㅡ특히나 미주 나이였더라면ㅡ 행동하지 않았을까 싶다. 시장 사람들이 보는 엄마와 박 씨에 대한 미주의 소감도 솔직히 굉장히 통쾌했다.


세상을 잘 아는 어른들은 그래서 뭐 얼마나 잘 사는데. -만두, 17쪽


​미주의 시점에서 어른들은 그랬던 것 같다.


만두가 의미하는 바는 한 가지가 아니다. 만두는 모녀이고, 모녀가 살아가는 수단이고, 박 씨와 모녀를 연결해 주는 매개체이다. 단편이지만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또렷이 드러나고, 인물들도 하나 같이 다들 생동감 넘친다. 희극 바탕에 비극이 숨어 있어, 너무 무겁지도 너무 경박하지도 않게 딱 덤덤하고 조금은 재치 있게 읽었던 것 같다.


이런 특유의 분위기는 저자만이 가지고 있는 강점이 아닐까 싶다. 김려령이라는 사람이 쓴 글이 계속 궁금하다. 조만간 트렁크도 구매해 읽어 볼 생각이다. 생각할거리를 주는 글을 계속해서 써 줬으면 좋겠다.




*창비에서 가제본 도서 무료 제공받아 작성하는 서평입니다. 진심을 담은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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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이 지음 / 청어람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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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들썩한 춘향가에서 찾은 어딘가 사랑스러운 사람들


​<책 소개>

1권

“짝사랑을 하는 소녀에게, 이별에 힘겨운 그녀에게,

연애를 해도 혼자인 것 같은 심란함을 이기고 싶은 당신께 드리는 소담한 이야기.

함께…… 공유하실래요?”

춘향가에 어서 오세요.

무슨 술집 이름이냐고요? 아니요! 사람 사는 곳이에요.

겁먹지 않으셔도 돼요. 여기 사람들 되게 평범하거든요.

부모님과 의절한 바리스타, 19금 모태솔로 작가, 무성욕자 사진작가님이 살고 있어요.

길에서 흔히 마주칠 별거 아닌 캐릭터입니다.

아, 참! 하나 빼먹었다. 성질 고약하고 잘 삐치는 오리 주둥이 의사 선생도 있네요.

저는 누구냐고요? 임용고시 4수한 생물 선생님입니다. 물론, 지금은 반백수예요.

아무튼 저는요, 오리 주둥이의 구 여친, 현 셰어메이트입니다.

세상에! 전 남친이랑 한집에서 사는 게 가능하냐고요?

뭐, 괜찮아요. 어차피 저 자식, 곧…… 결혼해요.

나는요, 매일 달 토끼한테 기도해요. 어서 빨리, 장가가라고.

겨우 그런 소원이냐고요? 나는 간절한데. 그래야 나도, 잊죠. 내 사랑…… 오리 주둥이를.

2권

“삶에 지쳐 연애를 잃어버렸나요? 버리고 온 사랑이 조금은 가엽나요?

그래서 울고 싶은 날 찾아오세요.

여기는요, 당신의 사랑을 위로하는 <춘향가>입니다.”

춘향가는 어떤 곳이냐고요?

뭐, 그냥 시끄럽고 사람 많은 데죠.

이름도 촌스럽고. 아무튼, 귀찮으니까 집 소개는 건너뛰고, 그냥 저는 김도욱입니다.

오리 주둥이, 아니! 만인의 연인이자 신의 손이며 다정하고 상냥하죠.

게다가 순수하고 친절한 남자였는데…… 분명히 나는 그런 남자였는데,

누구 덕분에 아주 유치하고 치사해졌습니다.

그게 누구냐고? 아, 바로 여기 있네요. 날 실연 피해자로 만든 내 전 여친.

지금 그녀가 내 눈을 보고 묻습니다.

‘너, 왜 진호 씨 컵 써? 네 거 아니잖아.’

와, 이런 망할!

대답하기 싫어서 쏘아보는데도 뭐가 그리 좋다고 웃습니다. 감히, 나를 찬 주제에.

그래요. 저 잔망스럽고 독한 여자 때문에 나는 이별을 당했습니다.

그래서 보란 듯이 잘나고 예쁜 여자를 만났죠.

아, 춘향가가 어떤 곳이냐고 물었죠? 여기, 정신 바싹 차려야 합니다.

까딱하면, 날 찬 여자를 다시 사랑하게 돼서 결혼도 못 하거든요.

누가 그렇게 바보같냐고요? 바로, 나요.


<주요 키워드>

첫 등장부터 이별, 헤어진 연인, 미련 가득 남은 연인, 셰어메이트, 어린왕자, 사막여우


<주인공>

홍화리, 김도욱, 하진호, 백아련, 송진한, 홍화훈


<소감>

다 똑같은 로맨스겠지, 라고 읽기 시작하면 안 된다는 말을 제일 먼저 하고 싶었다. 그간 봤던 로맨스 소설과는 다른 뭔가가 있다. 여는 글부터 심상치가 않았다. 이별로 시작하는 글, 뭐 다 거기서 거기겠지, 라는 마음이 대부분인데 달랐다. 이별을 고한 건 화리였다. 솔직히 그 이유에 대해서는 100퍼센트 공감할 수 없었지만, 그럴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80이었다. 임용고시가 쉬운 게 아니니까. 그리고 의외로 이별은 사소한 곳에서 올 수 있으니까.

셰어하우스 <춘향가>에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어우러져 있었다. 이별 당한 남자와 결혼할 여자가 있는 남자를 아직도 마음에 담은 여자, 원수처럼 투닥거리지만 결국 사랑이었던 남녀, 돌고 돌아 만난 사람들까지. 어찌 보면 어수선할 수 있었는데 글쓴이가 아주 잘 버무린 것 같았다.

말은 냉정하게 하면서 알코올 섭취 후에는 쳇, 칫 거리는 귀여운 여자를 좋아하지 않을 남자는 없다고 본다. 게다가 이미 사랑했던 상대가 눈앞에서 그러고 있는데 눈이 안 가고 배길 남자는 없다. 그런데 이 여자, 홍화리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정말 많은 심경 변화를 보여 준다. 그래서 조금은 우유부단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뭐, 사랑 앞에서 이렇게 해야 된다! 하는 방정식은 없지만 그래도 먼저 이별을 고한 사람이 흔들리는 건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웠다. 한 번 끝이면 끝인 내 성격하고는 정말 안 맞는 캐릭터였지만 도욱이 좋다는데 뭐. 김 선생은 처음부터 일관성 있는 태도가 꽤 마음에 들었다. 미련이 뚝뚝 남았다는 게 눈에 보일 정도로 화리를 좋아했으니까.

어린왕자와 사막여우가 등장했을 땐 나도 모르게 더 좋아했던 것 같다. 인상 깊게 읽은 작품을 장르문학에서 접하게 될 때 반가움이 배가 된다. 뭐랄까, 깜빡 잊고 있던 게 생각난 것 같은 기쁨이랄까. 보통은 한 번 읽은 작품을 또 읽는 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은가. 짧은 만남이 강렬하게 작용될 수 있으니 스치듯 만나면 더 반가운 듯.

마음에 들었던 건 적정선을 지키며 수위 조절에 공을 많이 들였다는 점이다. 적당히 야릇하고 적당히 뜨거웠다. 감정선이 솔직하게 드러나는 글이라 작품에 몰입이 훨씬 쉽게 되지 않았나 싶다. 정말 좋아하는 스타일의 작품이었다.

현재 이별 중인 사람들이 읽으면 다시 사랑을 하고 싶어질 것 같다. 초콜릿 줄 사람도 없는 내겐 항상 사랑이 필요하지만(흡).




*청어람 로맨스에서 도서 무료 제공받아 작성하는 서평입니다. 진심을 담은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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