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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 정유정 장편소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3년 6월
평점 :
인수공통전염병으로 재앙의 불구덩이가 되어버린 화양, 그곳엔 인간의 이성은 다 타버리고 오롯이 인간의 죄악성이 드러나 있다. 28일의 시간은 그러한 추악한 인간의 본성을 확인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이 소설을 통해서 작가는 '희망'을 이야기하려고 했다고 했다. 작가는 그 희망을 재형이 자신의 개를 죽인 기준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희생하고, 자신을 어려움에 빠트렸던 윤주와 서로 의지하고 위로하는 과정을 통해서 보여주려는 듯하다. 재앙에 맞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은 희생과 사랑이라고...그것이 희망이라고...
"풍랑은 풍랑에 맡겨두고 우리는 우리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해야 하는 거다(193)"라는 수진 아버지 말이 기억에 남는다. '작가의 말'에 덧붙인 우리는 "서로 빚을 지고 갚으며 살아가는 존재다(495)"라는 말에 공감한다. 살면서 이러한 상호작용이 묘하게 균형을 이루는 것을 느끼게 된다. 세상은 혼자가 아닌 함께 사는 곳이니까...
같은 시공간의 이야기를 여러 화자의 입장에서 전하는 구성은 소설을 더욱 촘촘하고 흥미롭게 만든다. 정유정 작가를 만나는 첫번째 작품이었는데 집중력있게 재미있게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