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위화 지음, 백원담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들은 자신의 고난을 두고 다른 사람들을 탓하고 환경을 원망한다. 조금이라도 고통이 덜어지고, 자신을 위로할 수 있는 일이라면 모든 것을 탓한다. 하지만 인생에서 '일어났던 모든 일은 일어나야만 했던 것이다'(심리학자 잭 그레고리). 나에게 고통을 준 사람들도 다 자신의 삶을 산 것 뿐이고 다만 그들과 우리가 인연의 그물로 연결되어있어 그 자리에 그 시간에 겹쳐져 있었을 뿐이다.

 

인생은 자신이 가지고 태어난 운명이고, 자신만이 겪어내야 할, 그리고 자신만이 누릴 수 있는 몫이다. 운명을 극복했다고 말하는 그 누군가도 그것을 극복할 운명이었던 것이고... 누군가 나 자신을 대신해서 죽임을 당할 수도 없고, 나에게 일어날 재앙에 발이 달려 다른 누군가에게 옮겨갈 수 도 없는 일이다. 만약 이런 일들이 가능하다면,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될까? 슬픔도 고통도 없을까?

 

푸구이 노인의 삶에는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피하고 싶은 고난이 다 들어있다. 어이가 없어 눈물조차 나오지 않는 삶이고, 위로할 말을 찾을 수 도 없다. 하지만 이 노인은 그 자신의 삶을 그렇게 원망하는 것 같지도 피하려 하는 것 같지도 않다. 푸구이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운명에 순응하는 것은 어리석은 것도, 미련한 것도, 그렇다고 비겁한 것도 아닌 듯하다.

 

화가 복이되고 절망이 기쁨이 되는 순간을 인간이 어떻게 스스로 만들어 낼 수 가 있을까? '굽이져 있어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인생' 자신의 운명의 짐을 짊어지고 가는 인생들을 위로하는 것은 어쩌면 소박한 바램만으로 충분한 것 아닌가 싶다. 그래서 노인의 말처럼, 지레 겁먹고 살 필요도 없고 '다만 조금씩 나아지겠지' 자신을 위로하며 살아갈 뿐...

 

#111. 후에 나는 생각을 달리하게 됐지. 내가 나 자신을 겁줄 필요는 없다고 말일세. 그게 다 운명인 거지. 옛날에 큰 재난을 당하고도 죽지 않으면, 훗날 반드시 복이 있을거라 했네. 그래서 난 나머지 반 평생을 점점 더 나이질 거라 믿기로 했지. 자전에게도 그렇게 말했더니 그녀는 이로 실을 끊으며 이렇게 말하더군. "저는 복 같은 거 바라지 않아요, 해마다 당신한테 새 신발을 지어줄 수만 있으면 그걸로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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