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예보의 첼리스트
스티븐 갤러웨이 지음, 우달임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이런 소설들이 던져주는 주제는 언제나 명확하다. '어떻게 살 것인가?'


삶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요구하는 상황은 극단적인 상황이다. 전쟁, 기아, 혁명, 재난과 같은... 특히나 전쟁의 주제는 인류 탄생 이후로 문학과 예술의 주제에서 아마도 가장 많이 다루어진 주제이자 소재일 것이다. 물론 이 책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제목에서 들어나 듯이 최근 일어난 전쟁 중 가장 참혹하고 극단적인 야만성이 드러난 곳에서 발생한..


사라예보의 첼리스트는 그렇다고 그 야만적인 전쟁의 진상을 폭로하고 있지는 않다. 그리고 그럴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미 이 전쟁은 십년도 전에 발생했고, 그 후 몇년 후에 끔찍한 단어들을 탄생시키고 총성을 멈췄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전쟁에 대한 목소리는 아마 수천, 수만 건이 있었을 것이다.)


피 냄새가 난무하지 않는 이 소설은 그러나 잔혹한 전쟁의 모습을 직접보는 것 보다 가슴을 더 무겁게 만든다. 평화로운 일상에 갑자기 너무나 무거운 철학이라는 배의 닻을 내려놓기 때문이다.


Do the right thing!  20년전 미국의 스파이크 리라는 흑인 감독이 사회에 던져 놓았던 삶의 화두가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떠오른다. 사라예보 한 복판에서 연주되는 첼로의 선률만이 남고 전쟁과 관련된 주변 소리는 모두 없어지는 것 같은 환상적인 시퀀스가 왠지 등장할 것 같은 소설답게 품위 있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전쟁이라는 배경 속에 펼쳐진다. 그들의 주제는 대 놓고 말은 하지 않지만, 어떻게 살 것인가이다. 징그럽게 생존을 위해 모든 것을 감내할 것인가? 아니면 차라리 존엄성을 지키며 품위있게 생을 놓아 버릴 것인가...


그러나, 전쟁은 어쩌면 이런 생각조차도 사치로 여기게 만들 것이다. 그리고 사라예보에서 발생한 전쟁은 히틀러가 주도한 그것 만큼이나 최근 전쟁 중에 가장 추악한 면모를 보였던 것이었다.


삶은 극단적인 상황에서 행동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요구한다. 그리고 우리는 전쟁이나 재난 같은 상황이 아닌 일상에서도 이제는 이런 명확한 행동의 가이드라인을 정할 것을 요구 받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