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작품 자체가 작가의 사생활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순진한 해석이 얼마나 어리석은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작가의 분신이라 일컬어지는 네이선 주커먼이 등장하는 마지막 소설인 점을 감안하면 작가는 자신의 퇴장 이후 독자와 평론가들 전기작가들이 행할지도 모르는 작품안에서 작가의 삶을 해석하려드는 시도를 걱정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아무튼 그래서 네이선 주커먼의 마지막 퇴장은 어떻게 그려질까 내내 조바심 내며 읽었는데, 애처롭게도 생의 마지막 열정을 바쳐 보겠다고 초반에 결심했던 모든 것들로부터 도망쳐서 숨어버리면서  마무리 된다. 나이든 노쇠한 몸으로는 더이상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필립 로스가 묘사하는 나이듦은 편하게 읽을 수가 없다.

나이가 들어서 더 지혜로워 지는가? 더 세상이 아름다워 지는가? 인생을 따뜻한 눈길로 바라볼 수 있는가?

필립 로스의 나이듦은 그런게 아니다. 그래서 무섭다.

나이듦에는 병들고 아픈 몸이 남겨진다. 자신의 기억력을 믿을 수 없게 된다. 그래서 그결과 세상에 무관심해지는 건 축복이 아니다. 싸우고자 하는 열정은 있지만 몸과 머리가 따라주지 않아 포기하고 만다.

아름다운 여인을 보고 욕망하지만 그 욕망은 자신의 방에 돌아와 책상 앞에서 글로 써내려가는 허구의 세계에서나 가능하다. 

 

나이 들어서 좋은게 대체 뭐야!!!

 

나는 필립 로스의 소설들을 굉장히 좋아한다. 날카롭고 지적이고 적나라한 문장들은 그의소설을 읽는 큰 즐거움중 하나지만 나이듦에 대한 약간의 미화도 없는 이 얄짤없는 묘사들은 나를 두렵게 한다. 아.... 안 늙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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