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가고 있다고 느끼지만 용기가 없어 그저 안정된 결혼을 선택했던 20살의 한나.
시간은 흘러 50대가 되어 이제는 꽤 괜찮은 가정을 이루었다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딸의 예상치 못한 일탈에 더해 한나 자신의 과거의 어떤 행동까지 언론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
이제부터는 모든 상황이 한나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면서 한나의 시련이 쉴새없이 펼쳐지는데 읽기만 해도 참 가혹하게 느껴졌다.

 

2003년 부시 시절의 보수적인 미국 사회에서 그 보수적인 주장들이 한나에게 비수를 꽂는 장면들이라거나 과거 급진적인 반전운동가였다가 근본주의 기독교인으로 거듭났다고 위선떠는 뻔뻔한 인물, 엄마를 이해하려 하지 않고 자신의 종교에 기댄 주장만 옳다하는 교조적인 아들, 속을 알 수 없는 답답한 남편. 이 모든 상황들이 한나를 괴롭혀댄다.

 

여기까지 보자면 한나라는 인물에서 소설 '마담 보바리'의 엠마가 연상되기도 한다
그러나 현대판 엠마는 다르다.


"엠마가 왜 자살을 탈출구로 선택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에요. 파리같은 도시로 달아날 수도 있었잖아요" p.13

"플로베르는 인간이 스스로 자신을 얽매는 감옥과 맞서 싸워야 한다는 사실을 최초로 깨달은 소설가야" p.14

 

 

엠마는 '사회의 희생양'이었다고 주장하며 결말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던 대학생 시절의 한나는 그럼에도 엠마처럼 원하지 않는 삶속에 자신을 가두고 살아가다가 그 삶이 큰 위기앞에 멈춰서자 엠마를 두고 나누었던 아버지와의 토론을 기억해 냈을지도 모른다.


엠마의 마지막 선택을 이해할 수 없었던 한나는 도망가거나 숨지 않고 스스로 삶에 맞서 싸우면서 새로운 길을 가기위한 용기를 낸다.

30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 삶이 무너지는 고통을 맛보고 나서야 자신이 진짜 원하는 삶으로 걸어갈 수 있었던 것이다.

 

 

소설을 읽는 내내 인생의 중요한 시기에 늘 망설이고 자신의 뜻과는 반하는 선택을 하는 한나가 답답하고 짜증도 나면서 안타깝기도 했다. 소설 속 주인공이지만 그런 모습이 너무 현실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 속 우리처럼 어리석고 못난 주인공이 점점 변해가면서 인생의 교훈을 깨닫고 새 삶으로 걸어가는 이야기는 얼마나 매력적인가.
한나의 인생을 응원하면서 이야기에 푹 빠져들 수 있었던 재밌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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