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훑어보던 중 책 표지 색깔이 산뜻하고 예뻐서 한눈에 들어오는 거다. 순전히 책이 예쁘다는 이유로 이 소설의 작가도 초면이고 내용도 모르지만 냉큼 빌려오게 되었다. 제목 번역하면 불시착의 예술”. 근데 너무너무 재밌어서 잘 빌려왔다 싶었다.

정말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재밌는 소설 한편 읽었다.

 

 

매티는 남자친구와 대판 싸우고 쓰레기봉투 6개에 소지품을 대충 때려 넣어서는 남자친구와 살던 집을 무작정 나온다. 나이는 서른에 돈도 한 푼도 없고 임신을 한 상태인데 아직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은 상태고 직업도 변변치 않으며 가족도 없는 신세다. 친하게 지내는 친구도 물론 없다.

남자친구의 집을 나와 어디 갈 데가 없었던 매티는 한때 엄마와 결혼 했다가 이혼한 새아빠 퀴그(매티가 부르는 애칭)의 트레일러에 가서 신세를 진다. 퀴그는 진짜 아빠는 아니지만 매티의 인생에서 잠시나마 행복한 가정을 느끼게 해준 사람이었고 엄마와 이혼을 한 후에도 매티와 계속 다정한 친구 같은 부녀지간으로 지내온 사람이었다.

엄마의 죽음에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 매티는 마음속에 괴로움을 품고는 자신의 인생을 엉망으로 살아왔다. 만나는 남자들은 족족 나쁜남자과였고 술도 물론 많이 마셨고 말도 되는대로 함부로 하는 스타일. 자신의 인생에 책임감 같은 것은 개나 줘버린 삶을 살고 있었던 매티. 하지만 이제 와서 보니 퀴그의 좁은 트레일러 외에는 달리 갈 데가 없는 신세가 되어버린 매티.

이 순간 퀴그는 매티의 외할머니가 죽었다는 소식을 알려준다. 변호사가 전화했는데 할머니가 매티에게 유산을 남겼다고... 매티는 그길로 당장 할머니가 살았던 오클라호마의 작은 마을을 찾아 간다.

 

소설은 본격적으로 매티가 찾아간 작은 마을에서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매티는 엄마에게서 엄마 가족에 대한 어떤 이야기도 듣지 못 했고 엄마의 어린 시절이 어땠는지 하나도 들은바가 없는 상태였다. 그런데 막상 마을에 와서 보니 35년 전 엄마가 스무 살 때 마을을 떠난 후 다시 고향 마을을 한 번도 찾지 않았고 마을 사람들은 예쁘고 인기 많았던 그녀가 왜 갑자기 사라졌는지 아무도 그 이유를 모른다고 한다. 할머니의 집에는 엄마가 떠나기 전 사용했던 방이 그 모습 그대로 간직되어 있었다.

매티는 이곳에서 엄마의 미스터리 즉 엄마가 마을을 떠난 이유를 알아내고자한다. 그러다가 엄마뿐만 아니라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비밀도 추적하게 되고 집안의 거대한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엄마가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밝혀낸다.

그 과정에서 매티는 점점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들의 인생에 귀를 기울이자 연민의 감정이 들기도 하고 어느 순간엔 초반 엉망진창이었던 매티가 이제는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행동까지 하게 되기도 한다.

그리고 엄마를 이해하게 된다. 엄마가 어떤 심정으로 고향을 떠나왔는지 가슴 아픈 사랑의 추억을 마음속에 내내 간직하며 어떤 괴로움 속에서 살아 왔는지 엄마의 과거를 따라가다 보니 그 아픔이 보였던 것이다.

그러면서 매티는 이 마을 사람들이 그들의 인생에서 저질렀던 후회들을 마음속에 아프게 간직하면서도 인생을 포기하지 않고 그래도 앞으로 앞으로 살아 나아가는 모습들을 보면서 매티 자신이 엄마의 죽음에 일조 했다는 죄책감으로 더이상 인생을 망치지 않고 살아나갈 용기를 얻는다.

 


매티의 성장 드라마에 미스터리를 섞어 놓은 재밌는 소설이었다. 나오는 캐릭터들과 유머러스한 문장들의 통통 튀는 맛이 상큼하기도 했다. 그런데 또 이런 재미만 있냐 하면 그렇지 않은게 어느 순간엔 회한 가득한 슬픈 감정이 페이지에 물씬 묻어나기도 한다. 웃기고 울리고 오묘해

로맨스도 간간이 섞여있는데 매티와 데이트 하는 변호사가 귀엽고 착하고 멋있어서 완전 마음에 들었다^^


이 소설을 읽고 다시 한번 든 생각. 출생의 비밀 이야기는 역시나 늘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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