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다
아모스 오즈 지음, 최창모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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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끌려 읽게 되었다. 제목 유다는 당연히 성경에 나오는 그 유다일 것인데 과연 그 유다로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걸까 하는 호기심이 일었던 거다.


여러 이야기가 나오지만 내가 궁금했던 부분만 언급 하자면 "유다"에 대해서 확실히 아주 다른 해석을 하고 있어서 흥미로웠다. 배신의 아이콘 유다는 사실 가장 예수를 사랑했고 절대로 예수를 배신한 것이 아니었으며 오히려 예수를 전적으로 믿었던 유일한 사람이었다고 이 소설은 말한다.


배신자 유다에 대한 이와 같은 해석은 이 소설 속에서 민족을 배신했다고 손가락질 받았던 인물에 대한 변호로 활용된다. 그 인물은 시오니즘에 반대하며 유대인과 아랍인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땅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상적인 주장을 펼치다가 민족의 배신자로 낙인이 찍혀 은둔하여 외롭게 죽는다. 이 인물은 바로 작가 아모스 오즈의 분신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실제로 아모스 오즈는 팔레스타인과의 분쟁에서 평화를 외치다가 배신자라는 비난을 세게 받았다고 한다. 이러한 작가의 이력으로 보아 배신자에 대한 사유는 어쩌면 필연적일 수밖에 없었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한 기독교 주류와는 전혀 다른 "유다"를 펼쳐 보이는 것으로 이 소설은 유대인 전체에 대한 변호를 하기도 한다. 예수를 배신한 유다는 유대인이고 그렇기 때문에 유대인이 예수를 배신했다는 즉 유다=유대인이라는 일반화가 서양 기독교 문화권에 퍼지게 되면서 혐오의 씨앗이 만들어 졌다. 그러한 혐오에 불을 붙일까봐 역대로 유대인 사상가의 어떤 책에도 유다에 대한 언급은 피해 왔다고 한다. 하지만 진짜로 유다가 과연 배신자가 맞는지에 대한 해석을 비튼다면, 다르게 생각해 본다면 유다가 곧 유대인라는 통념도 변할 것이라고 이 소설은 넌지시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들이 나오니 이 책이 아주 딱딱한 담론만 던지는 소설일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주인공으로 나오는 대학원생이 감성이 풍부하고 살짝 어설픈 젊은 남자라 그의 시선을 따라가는 맛이 풋풋했다. 묘사도 섬세하고 서정적이라 문장을 읽는 맛도 좋았다.

읽는데 꽤나 시간이 걸릴 줄 알았는데 책장이 빨리 넘어갔다. 서사로 이루어진 소설이 아닌 주로 등장인물들이 앉아서 논쟁을 주고받는 것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소설임에도 집중력있게 페이지를 넘길 수 있는 소설이다

잘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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