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드류 포터의 단편이 유명하다길래 읽어보려 했지만 나는 원래 취향이 단편보단 장편이기도 하고 단편이 그렇게 소문이 자자하다면 장편은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번역서 제목은 "어떤날들"

다 읽어본 지금은 약간 실망......단편은 아직 안 읽어봤지만 지금 내심정은 그냥 단편만 잘 쓰는 작가인가보다 이다. 

이 책 읽고 나니까 그 좋다는 단편도 별로 흥미가 안 생기는 것도 사실ㅠㅠ


일단 이 소설의 분위기는 영화같다. 그것도 미국에서 나오는 작은 영화들. 어스름한 조명이 있는 중산층 집이 나오고 가족들이 나오는데, 이혼한 부모에 문제 많은 자식들의 이야기가 약간 밋밋하고 미지근하게 전개되면서 조용히 끝나는 영화들.

내가 이런류의 영화들을 너무 많이 봐서 그런가 어쨌든 딱 꼬집어 '이 영화다' 이런건 아니지만 어떤 그런 분위기를 이 소설에서 느꼈다.

근데 소설을 읽으면서 영화같다 느끼는건 비단 이 책만 그런건 아니었고 요즘 영미 소설 경향인가 싶기도 하고. 

이런 소설을 읽을때 드는 아쉬움은 문학 작품을 읽을때 기대하는 작가의 통찰력 있고 깊이 있는 문장들이다. 물론 이 소설은 문장이 술술 읽히고 깔끔하다. 산뜻한 느낌으로 글을 잘 쓴다는 인상은 받았다. 하지만 그 안에 독자의 가슴을 때리는 작가만의 생각과 관찰이 너무 평이해서 아쉬웠다. 


사실 내용도 좀 너무 억지가 아닌가 싶기도 했다. 생각할 거리를 준다거나 공감이 가기 보다는 아니 그래서 어쩌라고 하는 짜증이 올라왔지만 실종된 딸의 결론이 마지막 장에 있으니 그거 하나 궁금해서 끝까지 읽어야 했다. 그리고는 '에라이! 뭐야!' 했지만ㅎㅎㅎㅎ 이메일 한통 전화 한통 하는게 뭐라고 저러고 사냐 싶은게 영 별로......아니 애초에 왜 도망을 가는지 딸도 딸 남자친구도 정말 답답했다. 가족에게는 한없이 이기적인 것들.

딸 뿐만 아니라 아들도 마찬가지로 짜증나는 부분이, 동생 도피자금 마련해 준다고 몸을 팔아? 그짓을 하고 나서 고통스러워 하기는 하지만 일단 그런짓까지 한다는 설정부터가 이해불가였다! 왜저러나 싶고 아무리 동생을 아낀다고 저런 행동이 말이 되나 싶고......

이혼한 부모의 이야기는 이런류의 판에박은 듯 비슷비슷한 캐릭터를 미국 영화나 드라마에서 너무 많이 봐와서 흥미를 끄는 구석이 없었다.


전반적으로 소설이 밋밋한 느낌인데 왜그럴까 생각해 보니 작가가 이 소설 속에서 내는 목소리가 너무 착하고 매가리가 없어서 그런거 아닐까 싶었다. 화를 내야 할 때 회피해 버리는 느낌으로 이 소설을 끌고 나가니까 읽으면서도 그저 덤덤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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