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20대 초반의 청년 크리스 맥캔들리스가 알레스카의 숲속에서 죽은 채 발견 되었다. 4달가까이를 혼자서 자급자족하며 생존하다가 결국엔 숲에서 빠져나오지 못 하고 혼자 죽어간 것이다. 맥캔들리스는 스스로 그 숲에 찾아갔고 야생에서 살아보겠다는 꿈을 위해 4달을 맨몸으로 버텼다. 최소한의 생존 도구들만 챙겨 갔지만 알래스카의 야생에서 버티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맥캔들리스의 소식을 접한 많은 사람들은 그 청년이 너무나 어리석었다고 비난했다. 자연을 우습게 보고 젊은 객기를 부린게 아니냐는 것이다. 맥캔들리스의 준비성 부족과 오만함이 가져온 비극이라며 청년의 죽음에 화를 내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도 초반 이 책을 읽을땐 맥캔들리스를 비난하는 사람들과 같은 편에 서 있었다. 어쩌면 이렇게도 무모할까? 애초에 감당도 못 할 야생으로 들어가는게 아니지! 알래스카 숲속이 무슨 애들 장난인가? 하는 생각으로 쉽게 그 죽음을 손가락질 했다.


 

하지만 저자는 나같은 사람들에게 차근차근 말을 건낸다. 크리스 맥캔들리스가 알래스카로 가기전의 삶을 추적해 20대 청년의 한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그는 유복한 가정에서 자랐지만 아버지에 대한 반항심이 가득했다. 대학을 졸업한 후 아버지의 바람대로 로스쿨에 가는것 대신 무전여행을 다닌다. 그러면서 야생에 대해 많이 경험하게 된다.
이곳저곳 떠돌아 다니며 일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가 똑똑하고 재능이 많으며 다정한 사람이었다고 회상한다.
그에게 애정을 듬뿍 쏟았던 한 노인은 맥캔들리스를 양자로 삼고 싶어하기까지 했다.
저녁 초대로 처음 만나 몇시간이나 즐거운 대화를 나눴다며 인상깊은 청년이라고 회상하던 노부인도 있었다.



이토록 그를 만났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전도유망한 청년이 왜 혼자서 알래스카 오지에 가서 생활하려고 했던 것일까?
저자는 그게 젊음의 열정이 과도하게 표현된 예라고 말한다.
우리 모두는 20대 젊은 시절 미친짓을 한다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미숙한 젊음은 그게 호르몬의 농간이든 유전자에 각인되어 있든 아무튼 열정폭발의 단계를 거치지 않느냐고.
저자도 젊은 시절 알래스카의 산들을 등반하며 그 열정을 분출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너무나 위험해서 죽을뻔한 고비를 넘기기도 했지만 어쨌든 운이 좋아서 살아 남았다고.
저자는 맥캔들리스의 삶을 따라가다 보니 자신의 젊은 시절이 떠올랐고 함부로 이 열정가득한 청년을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맥캔들리스를 비난하는 많은 어른들도 자신들이 미숙하고 바보같은 행동들을 하던 무모했던 그 시절을 이 청년이 떠올리게 해주기 때문에 오히려 화를 내고 있는 것일 수 있다고 말한다.



몇년전 여행을 갔을 때 인생 처음으로 사막에 가게 되었다. 나는 그곳이 참 좋았다. 뜨거운 태양과 황무지가 펼쳐지는 풍경도 물론 좋았지만 이런 시각적인 느낌은 이미 여러 매체에서 많은 간접 체험을 해봤기 때문에 어느정도 예상하던 느낌이었다. 내가 가장 좋았던건 고요함이었다. 이런건 정말 예상도 못 했었다. 고요함이 너무 좋아서 하루종일 아니 몇 날 며칠이고 있고 싶었다. 이런 고요함과 함께라면 혼자 남겨져도 괜찮을 거 같다고 생각했다.
그때의 경험을 미루어 이 책을 읽다보니 만약 맥캔들리스처럼 열정 넘치고 행동력 강한 청년이라면 내가 느꼈던 그런 고요함 비슷한 자연의 강한 이끌림을 좇아 어디든 가볼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그의 행동이 이해 못 할 바도 아니었다.



남을 쉽게 비난하기는 쉽다. 그 사정들이 무엇이었는지 한 인간의 성향이 어땠는지 그가 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 아무것도 모르면서 벌어진 상황만 보고 어리석다 치부해버리는 건 너무나 쉽지만 각박하다. 

알래스카 오지에 가서 인간의 한계에 도전했던 한 인간을 따라가다 보니 목표를 위한 고집스러운 열정이 보였고 그리고 젊음이 보였다. 젊다고 모두 그처럼 위험한 모험을 불사하지는 않는다는 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내 젊음이 맥캔들리스가 했던것 만큼 무모하지 않았다 뿐이지 가만히 생각해 보면 젊음이란 것엔 무모함을 조금씩 포함하고 있지 않았던가? 그게 죽음의 극단까지 가지는 않았더라도 젊음은 어느순간 엉뚱한 용기로 표출되기도 했던 경험이 누구나 있지 않을까?
그런 이해에서 이 책을 덮을 즈음엔 맥캔들리스의 도전에 내가 했던 처음의 비난이 누그러지는 경험을 했다.
너무 젊었던 그가 그저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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