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신기 - Catch Me [RED / BLACK 버전 2종 중 랜덤 출고]
동방신기 (Tohoshinki) 노래 / SM 엔터테인먼트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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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 10, 26 / 2012, 11, 3)

 

~ TRACKS

1. Catch Me

2. 인생은 빛났다

3. Destiny

4. 비누처럼

5. I Don't Know (Korean Version)

6. 꿈

7. How Are You

8. Getaway

9. I Swear

10. Gorgeous

11. Good Night

 

1CD / 41:30 Mins / 레이블: SM 엔터테인먼트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 용산구에 사는 김용산입니다. 야아~ 이태원 프리덤!"
"안녕하세요. 종로구에 사는 마종팔이에요."

 

- 2012년 10월 22일 마봉춘 FM4U 유세윤 & 뮤지의 <친한 친구>에 4000번으로 전화연결 해서 신상을 속인 동방신기. 그러나 하자마자 DJ에게 "감히 나를 속이려고 그래?", "야.. 이거.. 분명 못 웃기는 개그맨들일텐데.. 누군지 알아내야 되는데.." 라는 얘길 들었음.

 

...

 

언젠가 샤이니의 '누난 너무 예뻐'의 음악방송 공연분을 다시 보면서 아이돌 (보이 밴드, 걸 그룹) 의 음악을 듣는 것은 다른 음색과 외모를 가진 여러명의 사람들이 하나의 노래와 춤을 구사하는 것을 보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외모까지 뒷받침 되면 더 좋고. 물론 여러명이 하나의 음악을 작업하는 것을 보고 싶다면 록 밴드, 성가대 등이 있지 않느냐고 물을 수 있겠지만, 록 밴드는 보컬리스트가 따로 있고, 성가대는 모두 일률적이거나 그 수가 너무 많아 각각의 목소리를 듣기가 힘들다. 최소 두 명, 많으면 두 자리 이상 넘어가는 멤버 수에 경악하고, 솔직히 20여분의 곡들을 부르는 것도 아니고 주로 2~3분 분량의 곡들을 불러서 한 명당 몇 소절 부르지도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유를 생각해보면 그런 이유가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이미 인순이 누님이 'Ring Ding Dong'을 혼자 다 부르고 춤춰서 '샤이니 대학살'을 벌였음에도 불구하고 팬덤이 사라지지 않은 것을 보면, 그런 이유들이 아이돌만의 큰 고유 특성이 아닌가 싶다. 물론 지금은 더이상 예전처럼 마음 편하게 립싱크를 하지 못하고, (예전 김비서 방송국에서 <가요 톱 10> 해 주던 시절에는 아예 화면 위에 아날로그 테이프가 돌아가는 애니메이션을 삽입함으로 인해 대놓고 립싱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도 했지만.) 아무리 짧은 소절일지라도 그 순간의 가창력을 평가하는 시대가 왔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동방신기에 관련된 포스트인데 왜 샤이니 얘길 한 거지.. 으음..

 

한 달 전에 5집인 <Keep Your Head Down> 리뷰를 끄적거리긴 했지만, 그 앨범은 2011년 1월과 3월에 각각 발매된 것이고 이번 앨범은 1년 6개월여만의 복귀였다. 1년은 커녕 5~6개월 만에 신보를 내기도 하는 아이돌 음악계에서 정규앨범을 발매하기 위한 이 정도의 공백기는 꽤나 큰 편이다. 심지어 지난 앨범은 2년 3개월만의 복귀 아니었던가. 해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아이돌들이 출현하는 상황에서, 미디어에 어떻게든, 그리고 가능하면 좋은 인상으로 노출되는 것이 길지 않은 아이돌로서의 인생에서 어떠한 이득을 취할 수 있는 수단이다. 노래해야 할 가수임에 분명한 그들은 절박할 정도로 무리한 라디오와 TV 가요, 예능 프로그램, 드라마와 영화의 스케쥴을 소화하고 있다. 그것이 메이저에서의 인기를 얻는데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나름대로 음악인의 인생을 살아보겠다는 포부를 품고 기획사의 연습생으로 들어간 이들에게 과연 장기적으로 볼 때 도움이 되는지는 여전히 회의적이란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실제로도 끼친 영향이 썩 좋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눈에 띄는 매력의 앨범들도 있지만, 사실상 아이돌 음악은 아예 그 장르의 범위를 좁혀버림으로 인해서 대부분이 천편일률적인 인상을 주고 말았다. 아이돌의 비극은 그 좁은 범위 안에서 정원초과를 막기 위해 기획사가 만들어낸 인상으로 자신을 투영하며, 상대를 밀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경쟁 속에서 그들은 아이돌로서의 인생 즉, 그 시간을 '흐르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견뎌내야 한다'. 이건 뭐, 정치판이다. 동방신기는 그 아이돌 시장에서 10여년에 가까운 시간을 '견뎌오고' 있으며 중간에 멤버의 변동이 있기까지 했다. 4~5년에 한 번씩 앨범 내는 아티스트도 있는 판에, 사실 아무리 강산이 한 번 변한다쳐도 좀 이상하지 않은가 싶지만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기획사가 형성한 인상과 실제의 자신을 넘나들며 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6집 앨범의 타이틀곡인 'Catch Me' 를 듣고 처음 느낀 것은 당황스러움이었다. 첫 인상은 곡이 그냥 기본 정도는 한다는 인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그러나 안무가 굉장히 멋졌다는 것이었다. 동시에 뮤직 비디오를 보고 나서 이걸 어떻게 라이브 무대에서 할까 궁금했는데, 거의 위화감이 없다는 점 때문에 보고 나서 또 깜짝 놀랐다. 본인들이 창작한 안무는 아니겠지만, 그것을 소화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들은 거의 전문 안무가나 다름없다. 그런데 의외로 그 안무가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예상 외로 뭔가 웃음을 유발하는 반응도 많이 이끌어 냈다. 하다못해 UV와 한 번 붙어볼만 하겠다는 댓글도 봤었는데 (UV의 음악적 역량은 분명히 수준 있고, 또 내가 그들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동방신기가 UV처럼 안무에 유머를 담아내는 쪽은 아니었다.) 개인적으로는 안무를 보고 굉장히 감탄했기 때문에 그런 반응이 꽤 당황스러웠다.

 

동방신기의 'Catch Me' 의 안무는 샤이니의 곡인 'Sherlock (Clue + Note)', f(x)의 곡인 'Electric Shock', 그리고 EXO-K의 곡인 'History' 등을 생각하면 그들의 소속사인 SM의 안무가들이 의도인지 아니면 재활용을 한 결과물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이것 하나는 확실해 보인다. 꾸준히 보여주고 연구해온 '연결'의 안무 방식이 다다를 수 있는 현재까지의 거의 최종형태에 가깝다는 것이다. 위에서 거론한 곡들 중에서 'Electric Shock', 'History' 같은 곡에서 연결은 사실 거의 곡의 본격적인 모티브라고 하기에는 사실 일부를 표현하고 멈춰버리는 경향이 강했다.

 

 * 조수현이 감독하고 샤이니가 부른 'Sherlock (Clue + Note)' 의 뮤직 비디오 중에서 *

 

여기서 주목할만한 결과물은 'Sherlock (Clue + Note)' 였는데, 그들이 말하는 셜록은 실제로 탐정인 셜록 홈즈의 스타일에 가까운 이야기였고, 안무는 탐정이 수사를 위해 단서를 '연결' 하고, 사건이 벌어진 공간 (아이돌이기 때문에 폭행, 강간, 살인 같은 시각적으로 자극적인 범죄는 아니겠지만.) 을 이리저리 휘젓고 다니는 것이었다. 그러나 샤이니의 곡은 단서의 연결과 더불어 탐정이 이곳저곳을 오가는 순간들도 표현한다는 느낌을 줬기 때문에 연결의 범위를 외적으로 잡을 필요가 있다. 물론 멤버 수의 차이로 인해 주는 느낌도 있을 것이다. 다섯명이 쾌활하게 발걸음 하듯 앞으로 뛰어오는 안무 같은 것들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는 얘기다.

 

반면 'Catch Me'는 멤버 두 명을 비롯하여 그들을 보조하는 다수의 백댄서들이 웬만해서는 잘 거리를 두지 않으며, 심지어는 거의 달라 붙다시피 해서 하나의 신체부위를 표현하곤 한다. 샤이니의 곡과 달리 동방신기의 곡은 개인적 감정을 많이 다루고 있다. 그 근원은 모든 노래의, 동시에 아이돌 음악의 기본 레퍼토리인 사랑인데 오히려 표현 방식은 샤이니의 것보다 더 복잡하다. 거기에는 단서, 혹은 수사로 제한된 것이 아니라 사랑에 관한 두 남녀의, 혹은 남남의, 여여의 희로애락의 감정 (홍준호는 개방적입니다.) 을 모두 다루고자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순간에 마치 백댄서와 동방신기 멤버들의 팔이 뒤엉켜 하나의 거대한 팔이 움직이듯 하는 순간, 각 멤버들이 백댄서의 손에 이끌려 뒤, 혹은 앞으로 넘어지듯 쓰러질 때의 순간들이 등장할 때는 거의 압권이라 할 수 있다. 안무는 단순히 가사와는 상관없는 군무를 넘어서서 곡 자체를 보완해주는 역할을 한다. 사랑하는 상대방과 소통이 되지 않아 느끼는 상실감을 맥 없이 쓰러지는 것으로 표현할 때, 가지 말라고 소리칠 때 다시 일어나는 순간, 그리고 격앙된 감정으로 무언가를 말해보라고 할 때 남근처럼 솟아오르는 팔까지. 전 앨범의 타이틀곡이었던 '왜'의 안무가 두 멤버가 어딘가 비어 있는 듯한 느낌을 서로 보완해가며 채우는 방식이었다면 이번 앨범의 안무는 하나의 거대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결국 가수의 결판은 본인이 만든 앨범에서 난다고 생각하는지라, 안무를 빼고 들으면 타이틀곡인 'Catch Me'는 어딘가 심심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사실 예전의 동방신기가 불렀던 'Hug'나 'Tri-Angle', 'My Little Princess' 같이 부담스럽지 않고 담백하다는 것이 지금 현재의 미덕이지만, '주문'처럼 기괴한 맛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것만은 알고 가'처럼 흥얼거릴 수 있을 정도로 인상적이지 않다. 아니.. 그.. 팔 올릴 때 괴물의 괴성처럼 들리는 그 괴이한 괴음은 뭐냐는 거지. 정말.. 유영진 작사 + 작곡가는 심창민에게 계속 샤우팅을 요구하고, 곡을 몰아부치듯 진행하며 덥스텝 비트를 이용한 브릿지 부분은 길다. 나쁘지는 않은데 평소에 해 왔던 것들과 하지 않았던 것들, 트렌드였던 것들을 뒤섞어 덕지덕지 붙여놨달까. 동방신기를 생각하면 그리 인상적이지 않다는 이야기다. 곡은 안무에 기대며 살아남아 버렸다.

 

 

  * 박준영, 손영이 감독하고 동방신기가 부른 'Catch Me'의 뮤직 비디오 중에서 *

 

그래서 'Catch Me' 라는 곡보다는 <Catch Me> 라는 앨범 자체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곡으로서의 'Catch Me'는 단독으로 들었을 때 큰 인상을 남기지 못하지만, 앨범 전체로 봤을 때는 유달리 떨어지거나 튀지 않은 채 전체 구성에 무난하게 포함되어 있다는 미덕이 존재한다. 형식적인 댄스 팝 음악 몇 곡, 형식적인 발라드 몇 곡을 넣어 부조화를 일으켰던 대다수의 아이돌 앨범들처럼 이 앨범 역시 기본 구성은 그런 식이지만 그것이 부조화스럽지 않고 하나의 흐름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전 앨범인 <Keep Your Head Down> 에 관해 내가 리뷰에서 토로했던 아쉬움은 어떤 곡들은 지나치게 어울리지 않고, 동떨어 졌다는 점에 잇었다. 사실 이건 리패키지 앨범을 들었기 때문에 그런 것도 있겠지만, 기존 앨범으로 이야기해도 사실 사운드트랙 앨범에 있어야 할 '아테나'가 뜬금없이 정규 앨범의 마지막에도 포함되어 있던 것은 조금 의아했다. 물론 <Catch Me> 도 일본에서 발매된 앨범, <TONE>의 곡 중 하나인'I Don't Know' 가 한국어 버전으로 실려있긴 한데, '아테나' 보다는 앨범에 훨씬 잘 어울리게 들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앨범 역시 비교적 좋게 느꼈다고 썼지만, <Catch Me>의 경우에는 아이돌의 정규 앨범이 빠질 수 있는 함정을 거의 벗어났다는 점에서 그보다 큰 가치를 지닌다. 흔히 아이돌 기획사는 타이틀곡만 포함된 싱글, 혹은 간소한 구성의 EP 앨범에만 온 신경을 기울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막상 정규 앨범을 발매할 순간이 오면, 먼저 발매된 싱글이나 EP 앨범의 곡들을 그대로 포함시켜 버리거나 혹은 비슷한 스타일의 다른 곡들을 대충 만들어 배치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심하게 말하면 그냥 CD의 용량만 채우려는 속셈이다. 심하게 말하는 것 아니냐고 할 수 있겠지만 안일한 앨범은 음악을 듣고 나면 그 안일한 작업풍경이 다 보이는 법이다. 철저한 기획 하에 만들어지는 아이돌 음악 산업에서 가수들이 제 역량을 발휘하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아니면 애초에 그런 역량 자체를 발휘할 수 없는 이들을 가수로 만들었거나.) 구조 탓일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최종 결과물에 동정만을 해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좋은 타이틀 곡 몇몇에 용량 채우기 식으로 만들어진 곡 대다수.

 

헌데 <Catch Me>는 41분 30초의 시간동안 전곡이 모두 상당히 안정적인 품질을 보장하고 있다. 어떤 곡들은 그저 안정적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놀라움의 감정마저 전해주기도 한다. 이는 멤버의 수가 줄고 나서 오히려 아이돌 그룹 특유의 퍼포먼스보다는 멤버 개인의 음악적 역량을 생각해주게 만들었던 지난 앨범부터 느낄 수 있었던 것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 앨범이 지난 앨범보다 더 유리한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첫째는 대중은 예전만큼 멤버 불화설 등의 이슈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것, 그리고 둘째는 현재 이들이 퍼포먼스와 함께 활동하는 곡이 'Catch Me' 와 'I Don't Know' 정도라는 것이다. 첫번째 요소를 이용하는 능력이 있고,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이슈를 만들고 이득을 취하는 쪽은 기획사이지 동방신기의 두 멤버가 아니다. 그래서 대중들이 예전만큼 그 이슈를 거론하지 않는 것은 이 앨범을 바라보는 시선의 왜곡을 최소화 시킨다. 그리고 두번째 요소를 보며 대중의 시각적 잔상은 그만큼 약해지며, 동시에 앨범이 지닌 청각적인 면에 더 관심을 기울일 수 있게 된다.

 

1번 트랙부터 2번 트랙인 '인생은 빛났다' 까지는 일단 기본은 하고 담백하다는 인상이다. (대신 '인생은 빛났다'는 정윤호로 하여금 흑역사로 취급될 수 있는 '인생의 진리' 랩을 생각나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 3번 트랙인 'Destiny' 부터는 뭔가 재밌다는 인상을 준다. 1, 2번 트랙을 지배했던 덥스텝 비트가 가라앉고, 미성숙했던 초기 앨범에서는 구현하지 못했던 정욕적인 달콤함이 이 트랙에 있다. 사랑에 관련한 곡을 예전처럼 일부러 더 센 느낌으로 불러서 부족했던 남성성을 보완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정윤호와 심창민이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며 하모니를 이뤄 곡을 진행하는데, 여기서 이상하게 아카펠라를 애용하던 초기 시절과는 다르게 성적인 기대감과 긴장감이 충만하게 느껴진다. 허나 그것이 자극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지 않기 때문에 4번 트랙인 '비누처럼'이나 7번 트랙인 'How Are You' 같은 류의 말랑말랑한 감성을 가진 발라드곡과 위화감을 가지지 않는다. 동방신기는 이제 20대 중후반의 나이가 되었다. 더이상 10대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러니 더이상 말랑말랑한 감성의 사랑이야기를 노래할 수 없다. '하루만 네 방의 침대가 되고 싶다'는 말도 더이상 동화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없게 된 것이다. 이것은 사실 육체적 매력만을 키운다고 해서, 일부러 목소리에 힘을 줘 가며 없는 무게 짜 낸다고 해결될 문제 역시 아니다. 이런 현실적인 점이 기획사인 SM으로 하여금 더이상 예전처럼 철저하게 계획적으로 행동할 수 없게끔 만들었을 수도 있다. 기묘하게도, 그런 통제의 손길에서 조금이나마 자유로워진 것이 이 아이돌에게 더욱 쾌적한 숨통을 트이게 해 준 것이 됐다.

 

가장 의외인데, 그래서 좋은 곡은 5번 트랙인 'I Don't Know' 와 8번 트랙인 'Getaway' 다. 전자의 경우에는 작년에 일본에서의 싱글로 먼저 공개된 적이 있는데, 어감 상 한국어가 더 잘 어울리며 펑키한 느낌의 기타리프가 있는 록 사운드가 어떤 선입견을 버리고 음악에 몰입하게 해준다. 인피니트가 '다시 돌아와'로 데뷔했을 때를 생각나게 만든다고나 할까. 록 사운드가 아이돌 음악을 좀 더 세련되게 보이게 만들어주는 대안책이 되는 듯하다. 날카롭지만 흥겨운 'I Don't Know' 와 달리 'Getaway'는 몇 배는 더 육중하다. 그러니까 이 쪽은 거의 헤비 메탈에 가깝다는 이야기다. 멤버 수가 많을 때는 당연히 대인원이 하나의 곡을 잘 꾸려가기 위해서 하나의 기계부속처럼 역할을 맡아 빈틈없이 돌아가야 한다. 그것이 감탄을 일으킬 수 있지만, 동시에 개개인의 능력을 그만큼 제한하는 원인이 된다. 그런데 수가 적어진 만큼, 다른 멤버들이 하던 역할도 모두 감당해야 하고, 그 결과로 댄스 팝, 혹은 발라드 정도에만 어울린다고 생각했던 멤버들이 록 보컬리스트의 가능성도 충분히 갖고 있다는 발견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저음의 목소리가 인상적인 정윤호가 의외로 그로울링 록 보컬리스트로 칭해줄만한 실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UV의 멤버이기도 한 '건방진 도사'의 말에 따르면 여태껏 '고음과 분노를 맡아 왔었던' 심창민의 샤우팅은 이전 곡에서는 하이라이트로 넘어가기 위한 의무처럼 느껴지곤 했는데, 여기서는 의무가 아니라 이 메탈 장르의 곡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팬들에게조차 이전과는 다른 인상을 새로이 심어주는데 성공한다.

 

생각해보니 예전 앨범인 <"O"-正.反.合.> 에서 이런 시도를 먼저 듣기는 했었는데, 그 시기의 음악은 사실상 지금에 비교하면 멤버들의 역량 부족에 SM 특유의 오버 액션이 과한 편이었다. 앨범과 타이틀곡의 제목은 게오르그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의 정반합 개념을 야심차게 패러디 해 놓고, 그걸 감당 못한 셈이다. 지금. 지금이 딱이다. 들으며 그런 생각을 했다. 지금이 딱. 그렇다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에서 멈춰버린다면 결론적으로 퇴화하는 꼴이 되겠지만, 들으며 이리도 간절하게 생각해 본 것도 간만이다. 지금이 딱 좋다는 생각. 공백기라도 있으면 모를까. 어떻게든 인기로 좌지우지되기 때문에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식의 퀄리티의 음악으로라도 끊임없이 얼굴을 보여서 그런지, 아이돌 음악이 이 정도에 이르기 전까지 꽤나 그 시간이 참으로 감상자로서는 고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앨범은 11번 트랙인 'Good Night' 으로 마무리된다. 'Catch Me' 에 이은 유영진의 곡이지만 이 곡이 훨씬 인상적이다. 보통은 현악기로 이런 식의 곡을 만들 것이고, 이미 다른 트랙에서 그런 방식을 했지만 이 곡은 일렉트로니카다. 하지만 이 곡은 앨범의 다른 곡들이 갖고 있지 않았던 '음미'를 갖고 있고, 그래서 CD가 끝이 난 뒤에도 강한 여운이 남는다.  

 

솔직히 내게는 지금 이 앨범이 현재의 동방신기에게 최고작으로 다가온다. 지난 앨범보다 더 말이다. 타이틀곡만 듣고 뭔가 좀 밋밋하다고 생각했던 건 완벽한 기우였다. 설마했는데 하나의 '앨범'으로 놀라게 할 줄이야!  그러나 <Catch Me> 로 복귀한 이후에 사실상 동방신기의 음원 성적은 그리 좋지 않다. 처음 복귀할 때야 높았지만 11월 초인 현재, 가온차트를 기준으로 할 때 타이틀곡인 'Catch Me' 는 지난주보다 14위가 내려가서 47위에 머물고 있다. 다른 기획사에 스스로 걸어들어간 싸라는 성을 가진 이라는 이름의 남자가 이미 국가 단위로 휩쓸고 있고, 또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방영하면 그 음원이 강세이니 꼭 그들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 앨범이 대중적으로 성공을 하고 있지 못한 것은 조금 안타깝게 느껴진다. 앨범성적은 그나마 팬덤에 의한 것인데, 정확히 이제는 이들을 아티스트로 칭해도 손색이 없음에 불구하고 그러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것은 아이돌 쪽으로 치우쳐진 현재의 음악계에 아이러니하게도 같은 아이돌인 동방신기가 언제부터인가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일게다. 물론 자꾸 시장현실, 기획사 등을 예로 들어가면서 마냥 동정하는 식의 표현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그런 표현을 쓰는 건 기획사에 의해서 앞으로 이런 앨범에서 더 발전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어 생긴 걱정 때문이기도 하다. 자본의 논리. 그것이 지금 앨범의 빛나는 성취를 다음 앨범에서 꺼지게 만들까하는 그런 걱정. 그런 걱정을 하게 만들 정도로 이번 앨범은 내게, 동방신기라는 아이돌을 생각할 때 있어 감히 지금까지는 최고라고 치켜세울 수 있을 정도의 완성도를 지니고 있다. 이번 앨범 좋다.

 

 

p.s.1 - 2번 트랙인 '인생은 빛났다'를 듣고 있으면 좀 재밌게 느껴지는 어감이 있습니다. '다들 떠들어댔지 / 댔지 / 거기까지라고 / 그 때 난 맹세했지 / 했지' 라는 가사가 있거든요. 그런데 이게 그냥 듣고 있으면 '떠들어댔지 / 댔지', '맹세했지 / 했지' 가 '떠들어댔제', 혹은 '맹세했제' 처럼 들립니다. 경상도 사투리, 혹은 전라도 사투리로 된 곡을 듣는다는 느낌이랄까요. 동방신기 멤버 중 정윤호가 전라도 광주 출신이니 그것이 반영된 것인가 하고 잠시 생각했습니다. 꼭 DC 인사이드에서 어떤 갤러들이 프레디 머큐리 님의 가창력을 찬양하며 '프레디 성님은 터질듯한 화산이셨제' 라고 말하는 느낌도 들더군요. 문제가 있다면 DC에서는 그것이 게이 비하 발언으로 이어지면서 '하지만 뒷구멍도 터지셨제' 따위로 흘러가기도 했다는 것이지만.

 

p.s.2 - 커버 사진을 저것으로 골랐습니다만, 실제 앨범이 생긴 건 저것과 다릅니다. SM의 장삿속에 입각하여 검은색과 붉은색 버전으로 발매됐고, 커버나 내부가 홀로그램 처리가 되어 있어요. 홀로그램은 직접 봐야 멋있지, 사진 찍으면 잘 모르기 때문에 그냥 저 커버로 했습니다. 저것도 디자인이 괜찮지요.

 

p.s.3 - 제게 이 앨범을 선물해주신 펑크졲님께 끄적임을 바칩니다.

 

 

* Good Night *

작사: 유영진

작곡: 유한진, 유영진

 

1, 2 잠을 청해요 이제 그 눈물은 닦고 두려워도 하지 말고
밤새워 그대 곁을 내가 지켜 줄게요 내 공주님 이제 깊은 잠에 빠져요

견딜 수 없을 만큼 힘든 하루였나요? 상처가 될 말을 누군가가 했겠죠
아프지만 잊게 될 테니

 

아마 내일은, 내일은, 내일은 모든 게 다 오늘보다 괜찮아질 거라 약속해
이제는 걱정 말고 내 품에 안겨 Baby, 아이처럼 깊게 잠이 들어요
Baby, Dreamin' Dreamin' Dreamin' 오늘밤엔 행복하게 웃는 꿈만 가득할 테니
미소 짓는 그대 모습 내일은 더 잘 될 거예요 Have a good good night
(Sleep Tonight!)

 

3, 4 뒤척이는 그대 모습 안쓰러워 더 따듯하게 이불을 덮어주고
숨을 죽이며 사각거리는 소리조차 나지 않게

상상도 못할 만큼 복잡한 이 세상이 여리고 착한 그댈 무섭게 만들겠죠
괜찮아요 내가 앞에 설게요

아마 내일은, 내일은, 내일은 모든 게 다 오늘보다 괜찮아질 거라 약속해
이제는 걱정 말고 내 품에 안겨 Baby, 아이처럼 깊게 잠이 들어요
Baby, Dreamin' Dreamin' Dreamin' 오늘밤엔 행복하게 웃는 꿈만 가득할 테니
미소 짓는 그대 모습 내일은 더 잘 될 거예요 Have a good night

 

그댄 절대 약한 사람이 아닌걸, 세상도 알겠죠
옆을 지켜주고 응원할게, 힘을 내줘요. With My Love

 

아마 내일은, 내일은, 내일은 모든 게 다 오늘보다 괜찮아질 거라 약속해
이제는 걱정 말고 내 품에 안겨 Baby, 아이처럼 깊게 잠이 들어요
Baby, Dreamin' Dreamin' Dreamin' 오늘밤엔 행복하게 웃는 꿈만 가득할 테니
미소 짓는 그대 모습 내일은 더 잘 될 거예요 Have a good good night

1, 2, 3, 4. 1, 2, 3, 4

Good 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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