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포인트 - 선택과 결정의 힘
마이클 유심 지음, 안진환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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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중국집에 왔는데 자장면을 먹을까 짬뽕을 먹을까,라는 매우 일상적이고도 비교적 덜 중요한 결정에서부터 한 기업, 나아가 한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하고도 다수에게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결정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살면서 수도 없이 많은 결정의 순간을 맞이한다. 하지만 이러한 결정의 순간에 더 나은 대안을 선택하고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힘, 그 힘을 갖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펜실베니아대학 와튼스쿨의 리더십 및 변화관리센터의 교수이자 센터장인 저자, 마이클 유심은 특정 사건의 핵심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을 연구하고 그들과 소통하는 일에 10년 이상을 투자했다. 그리고 이런 그의 연구를 통해 도출해 낸 결과를 『고 포인트Go Point』를 통해 나누고 있다.

참고로 고 포인트Go Point란 '필수적인 정보를 다 모으고 대안이 지닌 장단점도 다 비교한 후 필연적으로 다가오는 결정적인 순간'을 일컫는데, 다시 말해, 생각이 행동으로 이동하는 바로 그 순간이 고 포인트인 것이다. 대상이 되는 사안이 중요하면 중요할 수록 내가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나 자신 뿐 아니라 수 많은 타인들에게도 큰 변화를 안겨줄 수 있기 때문에 '고 포인트'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이론적으로, 그리고 경험적으로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저자는 이 머리말에서 '이 책의 목적은 당신이 그러한(고 포인트에서의) 결단의 기술과 실행 방법을 배우는 데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목적에 합당하게도 저자는 다양한 '실제 사건'들을 예로 들며 리더가 내린 결정, 그 결정으로부터 배워야 할 점, 혹은 잘못된 결정과 이를 통해 배울 점들을 소개한다. 물론, 실제 삶에서 우리가 당면하는 문제들은 마치 수학 문제처럼 일정한 공식만 적용한다면 예외 없이 한 가지 답으로 도출되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라도 가장 옳은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만드는 템플릿' 따위는 존재할 수가 없는 것일 테고. 하지만 저자는 책에서 인용된 수 많은 의사결정 상황-스톰킹 산불 진압, 남북 전쟁, 어려움에서 벗어나거나 혹은 승승장구 하다 한순간에 무너져버린 기업들의 이야기 등-을 통해 도출한 그만의 의사결정의 원칙과 도구를 매 장의 마지막에 일목요연한 표로 정리하여 제시하고 있으며 독자는 이를 바탕으로 나름의 노하우를 더해 나만의 의사결정 템플릿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생각하기에 따라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 그리고 그 일과 관계된 결정들이 매우 사소하게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넓게 그리고 멀리 보면 어쩌면 지금 나의 결정이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것, 그리고 이런 기회가 앞으로는 더 많이 자주 있을 것이라는 것, 그렇다면 내가 당면한 '고 포인트'에서 어떻게 하면 좀 더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라는 고민 하에 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상당히 유용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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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리더를 따를까 - 리더와 추종자의 심리를 파헤친 책
마이클 맥코비 지음, 권오열 옮김 / 비전과리더십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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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리더를 따를까?"

"그러게 말입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으로 태어나 우리 대부분은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스스로가 리더가 되거나, 혹은 리더의 역할을 하는 이를 따르는 추종자로서의 위치를 택하며 살아왔다. 물론, '리더'라고 하면 엄격한 상하관계 속의 상사와 부하직원을 가장 먼저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소위 '리더'와 '추종자'의 형태라는 것은 한 마디로 딱잘라 설명할 수 있을만큼 간단하지만은 않은 듯 하다. 특히나 요즘처럼 급격하게 변화하는 사회에서는 과거에 효과적으로 작용했던 리더-추종자 간의 관계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경우가 많은데 이런 이유 때문에 조직 내 갈등이 끊이질 않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도 이제껏 살아오면서 수많은 크고 작은 조직에 몸을 담았던 경험이 있다. 어떤 조직에서는 내가 리더로서의 역할을 점한 적도 있고, 또 어떤 조직에서는 리더를 따르는 추종자였다. 하지만 어떤 위치에 있을 때조차도 과연 '어떤 리더가 가장 이상적인 리더인지' 확실히 알기란 불가능했다. 어떤 리더가 해당 조직에 가장 이상적인 리더일까? 그리고 추종자들은 무슨 이유에서 그 리더를 따르는 것일까? 앞으로도 수없이 많은 조직에 몸 담을 것이 분명하기에 이런 의문에 대한 답이 궁금했고, 그래서 그 제목에 끌려 『우리는 왜 리더를 따를까』를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테일러주의나 호손 효과, X이론, Y이론과 같은 이미 익숙한 이론들로부터 다양한 시대와 조직에서의 리더들의 모습까지 아우르며 소개한다. 전체적으로 리더십 이론에 관한 정보를 한껏 모아놓은 두툼한 정보책자와 같은 인상을 주는데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구사회에서 연구된 내용을 기반으로 하는 이야기라 그런지 이 책을 통해 내가 풀고자 하는 질문-한국 사회에서 2010년을 살아가는 나-에는 적절한 답을 주지 못한 것 같다. 매 챕터가 끝나는 부분에 각 챕터의 주요 내용을 정리해 놓은 것이 고맙긴 하지만 예상했던 내용 이상의 것을 얻지는 못했던, 아쉬웠던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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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 있게 나이 드는 법 - 죽을 때까지 삶에서 놓지 말아야 할 것들
전혜성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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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르고 내가 나이가 든다는 것. 그것은 어떤 방법으로도 막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내가 '어떻게' 나이가 들 것인지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기에 참으로 다행스럽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사는 것이 '나에게 있어' 진정으로 '가치있는 삶'이며 그것을 현실화시키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막막한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럴 땐 나보다 삶의 경험이 풍부한 연세 지긋하신 분으로부터 조언을 얻은 것도 한 방법일 듯 하다. 이런 이유에서 나는 나보다 나이가 많은 분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고 그들의 지혜가 담긴 책을 읽는 것 또한 좋아한다. 『가치있게 나이 드는 법』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어르신의 말씀을 경청하듯 읽었다. 특히 저자인 전혜성 선생님은 내가 꿈꾸는 삶-해외에 한국과 한국의 문화를 알리는 일-을 평생에 걸쳐 몸소 실천해 오신 분이기에 그 읽는 즐거움이 남달랐다고나할까.

 

가치란 그런 것이다. 가치의 사전적 의미는 '쓸모'와 '보람'이다. 사람들은 보통 쓸모가 더 맞는 뜻이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보람이 더 좋은 의미라고 생각한다. 물건이 오래되면 쓸모가 없어지지만 대신 그 물건을 통해 얻은 보람은 더 커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낡은 물건이라도 보람이 커지면 가치를 잃지 않는 것이다.

사람의 가치, 삶의 가치도 그런 것이다. 나이를 먹으면 젊었을 때보다 세상에 쓸모가 적어진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이 들면서 찾는 보람이 커진다면 가치 있는 삶으로 존재할 수 있다. 우리가 가치 있게 나이 든다는 것은 그런 보람의 크기를 높이는 것이다.

 

종종 '내가 지금 헛되이 시간을 보내고 있지는 않은가.', 혹은 '내가 지금 하는 일이 미래의 내 삶에 어떤 식으로 도움이 될까.'라는 강박관념적인 걱정에 휩싸일 때가 있다. 어쩌면 나의 삶의 목표가 아직 충분히 구체화되어지지 않은 상태이기에 이런 걱정에 휩싸이는지도 모르겠다.

 

요 몇일 간 이 책을 읽으며 나 스스로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뒤돌아 볼 수 있었다. 나의 과거, 나의 현재, 그리고 나의 미래에 대해. 어느 날 갑자기 죽게 되더라도 모 작가의 책 제목처럼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가 아니라 '지금 가더라도 난 충분히 의미있는 삶이었어.'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그렇게 내 삶을 꾸려 나가야 겠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깨달은 점은 모든 결과에는 그에 상응하는 과정이 있다는 것. 그리고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늦은 때는 결코 없다는 것. 미래의 언젠가 내가 원하는 결과와 만나기 위해 현재의 나는 열심히 그 과정을 만들어 가야겠다. 나이가 어린 사람부터 인생의 마무리를 준비하는이까지, 누구에게나 한 번쯤 읽어보라고 추천하고픈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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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김없이 남김없이
김태용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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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김태용 작가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의 글을 외국어로 번역하고 계신 분들과 함께 한 자리였는데, 그 기회를 통해 나는 김.태.용.이라는 어쩌면 조금은 낯선 작가의 정신세계(?)를 약간이나마 엿볼 수 있었던 것이다. 당시 우리는 그의 소설집, 『풀밭위의 돼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약간 쭈뼛거리시는 것 같아 '이 분이 과연 이 낯선 이들 사이에서 제대로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라는 우려가 되기도 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거참 달변이셨다. 그리고 그가 쏟아내는 세계라는 게 음... 나로선 100% 다 이해할 수는 없을 정도의 난해함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첫 장편소설, 『숨김없이 남김없이』를 읽고 난 후 나는 비로소 그 때 느꼈던 난해함은 맛보기에 지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읽기 힘든 책은 정말이지 오랜만에 만나본다. 그냥 읽자면 읽을 수는 있다. 하지만, '읽는' 것은 '본다'는 행위에 '이해한다'는 행위가 더불어 이루어지는 상태임을 감안해 볼 때 나는 아마도 이 책을 '본' 것일지는 몰라도 '읽은'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아마도 아직은. 혹은 어쩌면 영원히.

모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김태용 작가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정돈되지 않은 과감함이나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우연성을 지닌 B급 영화에서 문학적으로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모르긴 몰라도 그는 그의 첫 장편소설을 B급 영화에서 영감을 받아 쓴 게 분명한 것 같긴 하다. 도무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글이 정돈되지 않았고 다음 문장이 어느 방향으로, 어느 형태로 튈 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그는 또, "생각해보면 잔혹함, 비현실적인 설정에서 뜻밖의 유머가 나오는 것이 B급 영화의 정신"이라고도 했는데, 아쉽게도 소설의 잔혹함과 비현실적인 설정 사이에서 뜻밖의 유머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한 장을 넘겼더니 갑자기 쏟아지는 ㅅ소나기.

ㅅㅅㅅㅅㅅㅅㅅㅅ
ㅅㅅㅅㅅㅅㅅㅅ
ㅅㅅㅅㅅㅅㅅ
ㅅㅅㅅㅅㅅ
ㅅㅅㅅ
ㅅㅅ

ㅅㅅ
ㅅㅅㅅ
ㅅㅅㅅㅅㅅ
ㅅㅅㅅㅅㅅㅅ
ㅅㅅㅅㅅㅅㅅㅅ
ㅅㅅㅅㅅㅅㅅㅅㅅ

'그 동안 한국문학에 이런 소설은 없었다.'
서사 아닌 서사의 실험, 언어 아닌 언어의 실험!
소설의 경계에서 끊임없이 소멸되고 생성되는 언어를 통해 글쓰기를 말하다!'
라는 휘황찬란한 홍보글을 보고 읽게 된 소설인데, 역시! 그 홍보멘트 자체도 상당히 추상적이었음을 미리 눈치챘어야 했다.
도대체 '서사 아닌 서사의 실험', '언어 아닌 언어의 실험', 소'설의 경계에서 끊임없이 소멸되고 생성되는 언어'가 정확히 무엇이란 말인가.
새로운 시도에는 늘 위험이 따르기 마련이고 그것을 접하는 모든 이가 그 시도에 박수를 보내고 그 의도를 이해하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하튼 나는 작가의 그 방향과 목표를 알 수 없는 실험적인 글쓰기 덕분에 이틀 동안 정말 너무 지리하도록 미궁을 헤매다 간신히 빠져나온 느낌이다.
읽고 나니 진이 다 빠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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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편지 - 규방에서 진 부용꽃, 허난설헌
류지용 지음 / 동아일보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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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 중순이었다.
강릉의 허균·허난설헌 기념관에 다녀온 것은.
회사 일 때문에 단체로 다녀온 거라서 원하는 만큼 자세히 기념관을 둘러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덕분에 허균과 그의 누이, 허난설헌에 대해 조금 더 알 수 있었던 소중한 체험이었다.  
  

 

특히 허난설헌. 천재 여류화가였다는, 그러나 젊은 나이에 유명을 달리했다는 단편적인 지식만을 갖고 있던 나에게 그곳에서 접한 그녀의 삶은 참으로 기구하고도 슬펐다.

소설, 『사라진 편지』는  조선 중기의 석학인 허엽의 딸로 태어나 뛰어난 문재를 보였지만 시를 짓는 여성을 마땅찮게 여기는 시댁과의 불화와 연이은 자녀의 죽음, 남편과의 불화 등으로 서글픈 삶을 살다 간 허난설헌의 일대기를 그린다. 여성작가가 그린 여성작가의 삶이라 그런지 더욱 애잔하게 마음에 와 닿는 것이 처음부터 끝까지 상당히 재미있게 읽힌다. 특히 소설 곳곳에 배치된 그의 시구는 스토리와 조화를 이루며 읽는 이로 하여금 글에 더욱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글을 읽으며 내가 사는 지금 이 세상과 허난설헌이 살았던 조선 중기를 비교해 봤다. 그 때에 비하면 지금은 여성들의 입장에서 참 좋은세상이지 않나 싶다. 물론, 세상이 불평등하며 아직도 뜯어고칠 곳이 산재하다는 주장을 펴는 이가 많다. 나 또한 일견 그 의견에 동의하기도 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현존하는 것에 대한 불만과 변화에 대한 의지가 없다면 이 세상은 난 그대로 정체되고 말 것이기에 어쩌면 불만은 마냥 나쁜 것만은 아니기도 하다.

뛰어난 재주를 가진 이가, 그를 둘러싼 사회와 인물들의 고정관념에 숨이 막혀 스러져 간 안타까운 이야기,『사라진 편지』. 이 책을 읽고 허난설헌, 그의 글을 다시금 읽으면 왠지 눈물이 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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