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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편지 - 규방에서 진 부용꽃, 허난설헌
류지용 지음 / 동아일보사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작년 11월 중순이었다.
강릉의 허균·허난설헌 기념관에 다녀온 것은.
회사 일 때문에 단체로 다녀온 거라서 원하는 만큼 자세히 기념관을 둘러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덕분에 허균과 그의 누이, 허난설헌에 대해 조금 더 알 수 있었던 소중한 체험이었다.
특히 허난설헌. 천재 여류화가였다는, 그러나 젊은 나이에 유명을 달리했다는 단편적인 지식만을 갖고 있던 나에게 그곳에서 접한 그녀의 삶은 참으로 기구하고도 슬펐다.
소설, 『사라진 편지』는 조선 중기의 석학인 허엽의 딸로 태어나 뛰어난 문재를 보였지만 시를 짓는 여성을 마땅찮게 여기는 시댁과의 불화와 연이은 자녀의 죽음, 남편과의 불화 등으로 서글픈 삶을 살다 간 허난설헌의 일대기를 그린다. 여성작가가 그린 여성작가의 삶이라 그런지 더욱 애잔하게 마음에 와 닿는 것이 처음부터 끝까지 상당히 재미있게 읽힌다. 특히 소설 곳곳에 배치된 그의 시구는 스토리와 조화를 이루며 읽는 이로 하여금 글에 더욱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글을 읽으며 내가 사는 지금 이 세상과 허난설헌이 살았던 조선 중기를 비교해 봤다. 그 때에 비하면 지금은 여성들의 입장에서 참 좋은세상이지 않나 싶다. 물론, 세상이 불평등하며 아직도 뜯어고칠 곳이 산재하다는 주장을 펴는 이가 많다. 나 또한 일견 그 의견에 동의하기도 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현존하는 것에 대한 불만과 변화에 대한 의지가 없다면 이 세상은 난 그대로 정체되고 말 것이기에 어쩌면 불만은 마냥 나쁜 것만은 아니기도 하다.
뛰어난 재주를 가진 이가, 그를 둘러싼 사회와 인물들의 고정관념에 숨이 막혀 스러져 간 안타까운 이야기,『사라진 편지』. 이 책을 읽고 허난설헌, 그의 글을 다시금 읽으면 왠지 눈물이 날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