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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마음에 고요가 머물기를
마크 네포 지음, 박윤정 옮김 / 흐름출판 / 2017년 9월
평점 :

제목에 있는 '고요'가 어떤 고요를 말하는 것인지
궁금해서 읽게 되었다. 평소 심신이 약한 나에게 필요한 책임에 틀림없다. 마음을 달랠 수 있을 것 같았다. 저자 마크 네포는 시인이자, 영혼의
테라피스트로 소개돼있다. 은유와 감성이 넘치는 시만으로도 마음이 힐링될 것 같은데 '영혼'을 치유해준다니 이 책을 만난 것이
감격스러웠다.

그런데 첫 인상과는 조금 다르게, '들음'의
가치를 말하는 이 책이 생소하고 어려웠다. 나는 살면서 '들음'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저자는 그걸 알고 있다는 듯 자신의 삶과
다른 이의 경험을 이야기해주며 '들음'이 얼마나 삶을 풍요롭게 하는지 많은 이들이 알게 되길 바라고 있다. 듣는다는 것이 왜 우주와 내가
이어지는 것인지에 대해 한참을 생각해봐야 했다. 책을 다 읽은 지는 좀 되었는데 이해하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솔직히 지금도 완전히 이해하진
못했다. 매일 이 책에 대해 생각에 잠기곤 했다. 머릿 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계속해서 생각하고 또 생각했지만 완전히 책을 소화한 것 같진
않고, 조금은 알 것 같다. 평소에 생각이 너무 많아 삶이 고단한데 이 책을 읽고 나서 '들음의 훈련'을 생각하다보니 다른 생각이 비교적 자리를
덜 차지해서 살짝 편안해지기도 했다. 들음의 훈련은 지상에서 가장 신비롭고 찬란하며 힘든 예술이기 때문에 내가 쉽게 할 수 있을 리
만무했다.

책의 뒷부분에 있는 나태주 시인의 짧은 소감 중, 이
책이 우리에게 마음이 쉴 수 있는 의자를 제공할 것이니 우리는 조용히 가서 앉기만 하면 된다고 한 말이 딱 맞는 것 같다. 저자는 '깊이 듣는
법'을 교육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삶에서 어떻게 마음의 안식을 찾고 기쁨과 축복을 느꼈는지 엿보게 해준다. 왜 깊이 듣는 것이 중요한지를
말한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마음을 열면 좋겠다고 한다. 그 결과 나는 지금 마음을 열었고, 깊이 들으려 하고 있다. 의자에 앉아 쉬었다.
이쯤되니 정말 우주와 내가 연결되는 착각이 들었다.

'들음의 훈련'이 무엇이고 어떻게 하는지는
일단 무턱대고 자연에서부터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자연을 들으면 역경이 찾아와도 고요를 찾을 수 있다는 게 정말일까 의심할 여지도 없이
부드럽게 받아들여졌을 만큼 저자가 겪은 일들에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깊은 들음을 위해 저자는 많은 질문을 우리에게 던져주는데 그 질문에 답을
생각하다보면 한 발짝 다가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삶을 엄습하는 두려움을 이야기하는 부분도 인상 깊었다. 두려움에 떨면 꿈에도 연결된다. 나는
거의 매일 악몽을 꾼다. 심할 땐 하루에 3개나 꾼다. 저자의 겪은 두려움과 꿈 이야기를 읽고나서 왠지 모를 안도의 숨이 나왔다. 내 악몽도
언젠간 끝날 것이라는 희망이 생긴 걸까.

마크 네포의 문장들은 전부 시처럼 감성적이고, 소설처럼
풍부하게 여겨졌다. 그래서 더욱 책이 아름다웠다. 1장 존재의 작업 / 2장 인간됨의 작업 / 3장 사랑의 작업 속 소제목들도 감성을 한껏
끌어올린다. 그 중 가장 맘에 드는 문구는 '구름보다 오래 기다리기'와 '인간의 정원'이다.

저자의 높은 들음의 경지를 다 이해할 수가 없어서 조금
힘들었다. 모든 것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말이 이제 막 책을 읽고 들으려고 시작하는 나에겐 막연하기만 하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어렴풋이 알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피하지 않고, 너무 정해진대로만 하려하지 않고, 항상 내면 속으로 충분히 깊게 들어가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하면
깊이 들을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겠다. 나도 언젠가 깊이 듣는 순간이 와서 마음에 고요가 머물러 축복의 삶을 사는 날이 오길
바라본다.
#그린캘리그라피 Gr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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