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도덕교과서 수준의 교훈담

아름다운 원칙
이회창 지음 / 문예당 / 2002년 9월

이회창씨는 자신의 회고록(또는 자서전)에서 그의 가족들만의 원칙이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한마디로 그의 인생은 원칙에 입각한, 원칙에 의한, 원칙의 삶이었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 쌀심부름을 가더라도 똑소리 나도록 행동하고, 매사에 항상 솔직함을 근본으로 삼는다. 신혼시절 찬장을 하나 사는데도 처가집의 돈을 받아서 사는 것은 원칙에 어긋나는 일이며, 해외연수에 부인을 초청(동반)하는 것 또한 원칙과 거리가 먼 이야기이다.-그래서 이회창씨는 이역만리 타국땅에서 양주 한 병과 부인이 보내준 대구포를 씹으며 외로움에 눈물을 삼켰나 보다.-

한마디로 ‘아름다운 원칙’은 원칙이라는 것에 따르는 삶이 얼마나 떳떳하고, 때로는 힘들지언정 옳은 일인지를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과연 이 책에 있는 원칙에 공감하고, 감동받을 독자들이 얼마나 있을런지 의심스럽기만 하다.

두 아들이 체중미달로 현역입영하지 못한 안타까움과 울분은 어째 이런 책을 통해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일까. 어째서 그의 두 아들들은 아버님께 누가 되지 않도록 자원봉사를 떠났다가 흐지부지 돌아와버린 것일까.

어린 시절 잠깐 가출했던 이회창씨처럼 둘째 아들도 가출을 했다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들도 있고, 전체적으로 꽤나 교훈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다 읽고 난 느낌은 어째 공부하기 위해서 읽고 외우기만 했던 초등학교 시절의 도덕 교과서가 생각난다.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액션의 향연

딥 블루 씨 - [할인행사]
레니 할린 감독, 사무엘 L. 잭슨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7년 9월

 ‘역시 레니 할린 감독’이라는 찬사가 절로 나오는 수작이다. 그동안 수없이 등장했던 ‘죠스’의 아류작들과는 수준이 다르다.

인간의 과욕이 부른 재난이라는 뻔한 설정에서 시작하는 영화는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뻔히 죽을 것 같은 등장인물이 끝까지 살아남고, 끝까지 살아남을 것같은 등장인물이 어이없이 죽어버린다.
우연한 사고, 쫒기면서 차례차례 희생되는 주인공들... 기본적인 줄거리가 이미 정해져있는 재난영화의 한계 속에서 나름대로 기발한 스토리를 보여준다. ‘이쯤에서 한번 놀래키겠지’하는 예상을 빗나가는 액션도 인상적이다.

영화에 사용된 CG도 매우 뛰어나다.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상어의 공격, 상어에 잘린 몸이 움찔거리는 모습 등 세밀한 부분까지 꼼꼼하게 표현해냈다.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액션의 향연 뒤에는 뭔가 2% 부족하다는 아쉬움도 남지만, 어쨌든 시간가는 줄 모를 정도로 재미있는 작품이다.

시리즈 중 가장 기괴하고 독특한 작품

에이리언 4 SE (2disc) - 아웃케이스 없음
장 피에르 주네 감독, 위노나 라이더 (Winona Ryder)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07년 7월

3편에서 자살한 리플리를 복제인간으로 부활시킨 4편은 시리즈 중에서 가장 색다르고 독특한 작품이다.
전편들과 마찬가지로 작품 전체의 분위기에 감독의 개성이 확실히 드러난다. 유럽출신 감독답게 헐리우드의 매끈한 분위기와는 다른 몽환적이고 기괴한 화면을 선보인다.

줄거리도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특이하다. 에이리언과 인간의 결합체인 새로운 리플리와 거기에 인간의 모습을 한 새로운 에이리언 베이비, 엄마라고 할 수 있는 리플리에 대한 에이리언 베이비의 선택과 감정을 앞서는 리플리의 이성적인 선택...

액션은 나름대로 화려하지만 2편의 화끈함, 3편의 속도감에 비하면 밍숭맹숭한 느낌이다. 그래도 역시 독특하고 색다름에는 틀림없다. 물속을 유유히 헤엄치는 에이리언의 모습, 퀸에이리언의 머리통을 사정없이 날려버리는 아기 에이리언의 잔인함, 우주선 밖으로 퇴출(?)되는 괴물의 몸뚱아리...

확실히 ‘에이리언4’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울만큼의 SF걸작은 아니다. 하지만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편은 화끈한 액션물을 기대하고 싶다.

참새

나는 늙는 것이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