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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야의 중국견문록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1년 8월
평점 :
솔직히 이 책의 내용을 생각할 때 '중국견문록'이라는 제목은 매우 낯간지럽다.
중국의 풍습과 중국인들의 생활, 중국어 학습에 관한 내용들은 몇 번의 클릭만으로 검색할 수 있는 인터넷 블로그의 수준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거리에서 벌어지는 중국인과 외국인 간의 즉석인민재판(?!), 중국인 특유의 퀴퀴한 냄새(?!),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중국어 표현들, 동남아시아를 종횡무진하고 있는 화교의 힘 등은 이미 대부분 알려져 있는 내용, 식상한 내용들이다.
하지만 한비야씨의 글에는 그 이상의 감흥과 재미가 담겨 있다. 평범한 관광객이 생각할 수 있는 수준의 이야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보기 때문이다.
한국인 특유의 김치냄새를 언급하며 중국인에게서 나는 냄새를 민족 특유의 채취로 이해하는 너그러움, 중국 사람들의 바가지와 무례함을 질타하면서도 한국인의 추태를 끄집어내며 우리 민족도 만만치 않다고 이야기하는 반성, 아직도 고작 중국 화장실에 문이 달렸는지를 물어보는 한국인의 무심함…….
그리고 이 책은 제본 상태와 종이의 질이 매우 좋다.
얇고 편안한 색상의 종이와 선명한 인쇄 상태, 그리고 단단하게 만들어져 있어서 페이지 사이가 들뜨지 않는 제본 상태 등은 비싸기만 하고 부실한 편집의 책을 찍어내는 다른 출판사들이 배워야 할 점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