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우타노 쇼고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작품은 노령화 문제 같은 일본의 사회 문제를 진지하게 건드리면서도 독자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상식적인 사람들이 어떻게 사기 판매의 함정에 빠져들게 되는지, 아무 것도 없는 불쌍한 노인에게 진실을 말하는 것이 인간의 도리인지... 작가는 그런 것들은 꽤 심각하게 고민해 보는 듯하다.

어쨌든 역자의 말대로 이 책을 읽는 동안 줄곧 지었던 선입관이 한순간에 깨지는 이야기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엉뚱한 거짓말과 암묵적인 통념과 상식적인 시각으로 트릭을 쌓아 올리다가 무너뜨리는 것이 과연 공정한 일인가 싶다.
끝부분에 밝혀지는 사건의 전모와 반전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을 생각나게 할 정도로 극적이지만, 너무 갑작스럽고 억지스러워서 오히려 맥이 탁 풀려 버린다.
반전의 기쁨보다는 독자의 상식을 농락하는 설정에 허탈함을 느낀 독자는 나뿐일까?
할아버지라고 했던 사람이 남편이 되고, 고등학생이라고 했던 사람은 대머리 노인이다.

도움말에서 '손주가 생기면 자기 남편을 할아버지라고 부른다'는데, 이런 부가설명 또한 심히 억지스럽다.
고등학생(!)이 좋아한다는 여자가 자신의 가족 중 한 사람을 할아버지라고 부르는데, 어떻게 그 할아버지가 진짜 할아버지고 그 여자가 손주를 둔 할머니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과연 이것은 반전인가? 기만인가?

모든 소설들이 이런 식이면 반전이라는 것이 얼마나 간단한가.
노인으로 보였지만 사실 그는 조루증에 걸린 꼬마였을 뿐이다, 대학생이라고 했지만 사실 그는 7살에 대학에 입학한 천재소년이다, 그에게는 손자가 있었지만 사실은 그가 할아버지였기 때문이 아니라 젊은 시절에 입양한 자식이 있었기 때문이다는 식으로 끝없이 갈등과 비밀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굳이 추리소설의 범주에 넣어서 판단하지 않더라도, 쓸데없는 대사와 장황한 부연설명으로 과장된 충격을 이끌어 내는 억지 설정이다.(그리고 그 부연설명을 이해하기 위해 또 다른 (진짜) 부연설명을 이해해야 한다든 것도 좀 당황스럽다.)

어쨌든 이 소설은 절대, 절대로 영화화되지는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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