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킹 단편집 - 스켈레톤 크루 - 상 밀리언셀러 클럽 42
스티븐 킹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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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편집이 미국에서 1985년도에 출간되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스티븐 킹의 지루한 서너권짜리 장편들은 잘도 출간하더니만, 이런 초걸작단편 모음집은 왜 이제야 나왔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원제 ‘Skeleton Crew’는 대략 핵심인력을 뜻하는 단어인데, 이 책에 수록된 단편들이야말로 스티븐 킹의 핵심단편들이 아닐까 싶다.

스티븐 킹은 머리말에서 그레이엄 그린, 서머셋 몸, 마크 트웨인 등을 언급하면서 자신은 그리 대단한 작가가 아니라는 듯 말을 꺼낸다. 하지만 이는 스티븐 킹의 명성과 인기를 생각할 때 비교적 겸손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1권의 첫 작품 ‘안개’는 장편에 가까운 분량의 중편소설로 한권의 단행본으로 나왔어도 무리 없을 작품이다.
초반에 갑자기 불어 닥친 폭풍의 묘사로 시작해서 안개 속 괴물들의 맹렬한 습격, 그 와중에 나타나게 되는 정신이상과 광기의 묘사가 매우 뛰어나다.
암담한 상황에서 주인공들이 느끼는 고립감과 공포, 절박한 심정을 매우 리얼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 작품이 영화로 만들어진다면(오래 전 작품이라 혹시 영화로 만들어졌을까 네이버 영화검색을 해봤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하드고어와 비명이 난무하는 괜찮은 SF호러물이 되었을 것이다.

‘원숭이’는 스티븐 킹이 즐겨 사용하는 소재인 공포의 인형 이야기다.
스티븐 킹이 ‘엑스 파일’의 각본에 참여했을 때도 다소 뻔한 인형 이야기를 써서 빈축을 샀는데, 이 작품의 줄거리도 상투적인 편이다. 하지만 시종일관 오싹한 분위기와 뻔한 반전을 비웃는 듯한 그럴듯한 결말은 매우 인상적이다.

잔혹한 괴물(?)의 습격을 탁월하게 묘사한 ‘뗏목’도 기억에 남는다.

반면에 작품 전체에 흐르는 분위기는 스티븐 킹다운 광기와 긴장감이 넘치지만 이야기 전개가 명확하지 않은 ‘카인의 부활’과 결말이 뜬금없고 낮선 ‘호랑이가 있다’는 상대적으로 호감이 가지 않았다.

1권도 이렇게 재미있었는데, 전체적으로 평이 더 좋은 2권의 작품들이 기대된다.

그리고 걸핏하면 ‘빌’과 ‘할’을 혼동하고, ‘랜디’와 ‘데크’를 혼동하고, ‘랜디’를 ‘랜드’로 표기하는 식의 작명을 해놓고 역자의 이름을 내세우는 것은 너무 뻔뻔한 짓이 아닐까?(어쩌면 역자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최소한의 퇴고조차 하지 않은 편집진의 잘못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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