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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한 장풍대작전 일반판 [dts]
류승완 감독, 류승범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04년 8월
평점 :
품절
류승완 감독은 아직도 '죽거나 혹은 미치거나', '다찌마와 리'같은 작품들을 찍던 시절의 감각을 되찾지 못한 것일까? 아니면 원래 이런 액션이 그의 스타일이었던 것일까?
개인적으로 볼 때 '피도 눈물도 없이'에서처럼 '아라한 장풍 대작전'도 뭔가 어색한 스타일과 어설픈 조합이 좀 거슬린다.
'피도 눈물도 없이'는 스릴러와 액션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작품 같았다.
'아라한 장풍 대작전'은 육박전의 정통액션과 와이어액션 사이에서 중심을 잃은 것 같다.
새로운 액션과 이야기도 없지만, 기존의 것들을 절묘하게 엮어내는 류승완 감독다운 재치도 없다.
우리가 거리에서 쉽게 마주치는 사람들 중에 깊은 무공을 지닌 도인들이 있다는 설정은 '소림축구'같은 작품들에서 본 것 같다.
카리스마가 부족한, 초췌한 악당은 그 절절한 사연에 지나치게 감정이입이 되다 보니 나중에는 오히려 불쌍할 정도였다.
특히 전작 '피도 눈물도 없이'에서 보여줬던 투견장의 처절한 액션을 기억한다면, '아라한 장풍 대작전'의 액션장면들은 (나쁜 의미에서) 마치 만화책을 보는 것 같다.
등장인물들이 발길질을 해대며 허공을 날아가는 장면, 이리저리 휘어지는 칼을 정신없이 휘둘러대는 장면들은 마치 유행지난 홍콩무협영화를 보는 것 같다.
-이미 '매트릭스' 시리즈 같은 궁극의 CG도배+와이어 액션을 구경한 관객에게 '아라한 장풍대작전'의 특수효과는 좀 촌스럽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쉬웠던 점은 이 작품에 등장하는 액션의 정체성이다.
극중에 악역으로 등장하기도 하는 정두홍 무술감독은 류승완 감독과 자신의 스타일을 적당히 타협한 듯 와이어 액션과 맨몸 액션을 번갈아가며 선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지축이 흔들리고, 주인공들이 허공답보를 일삼는 식의 특수효과 덧칠액션보다는 땅바닥에 발을 붙이고 정신없이 주먹질과 발길질을 교환하는 건달들과의 술집에서의 싸움이 더욱 감탄스러웠다.
마치 성룡의 옛 시절을 보는 것 같은, 이연걸의 액션을 보는 것 같은 명장면이었다.
확실히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에서 류승완 감독이 보여줬던 것, '피도 눈물도 없이'에서 정두홍 무술감독이 보여줬던 것... 두 콤비가 만드는 소박하기까지 한 순수한 육체의 향연이 류승완표 액션영화의 가장 큰 볼거리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