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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주기관차 - 스펙트럼/MGM 가격 인하
안드레이 콘찰로프스키 감독, 존 보이트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5년 1월
평점 :
품절
별다른 서플도 없지만, 이런 걸작을 1만원도 안 되는 가격에 소장할 수 있다는 것은 팬들에게 축복이다.
알래스카 중범 교도소를 탈옥한 두 죄수가 재수 없게 폭주하는 기관차에 올라타게 되어 벌어지는 내용의 이 작품을 단순한 헐리우드식 액션영화로 착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주연배우인 존 보이트와 에릭 로버츠가 골든 글러브, 아카데미에 노미네이트되었고,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이 각본에 참여했다고 한다.
그런 식의 타이틀을 모르더라도 이 작품을 직접 보면 무언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와 완성도 높은 각본, 비장미 넘치는 영상과 음악의 완벽한 조화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투박하지만 역동적인 화면은 요즘 영화들에서는 볼 수 없는 비장미를 선사한다.
미친듯한 속도로 눈보라 속을 질주하는 폭주 기관차 위의 두 죄수, 서로 돕던 매니와 버크는 갈등이 폭발하기도 하고, 극한상황에서 매니의 위선적인 모습이 벗겨지기도 한다. 광기에 휩싸여 흥분했다가도 곧 암담한 상황에 절망하기도 한다.
이런 장면들을 보고 있자면 나도 모르게 가슴이 먹먹해진다.
우리의 인생도 이들의 처지와 비슷하지 않을까?
막다른 곳에 몰린 탈옥수들처럼 폭주하는 시간 속에서 서로 다투고 화해하면서 피할 수 없는 끝을 향해 달려가는 것 말이다.
'할 수만 있다면' 주인의 눈치를 보며 열심히 바닥을 닦는 일이라도...라고 말하던 매니, 피투성이가 된 채 웃으며 "I'm free!"라고 외치던 매니, 이기고 지는 게 뭐가 중요하다던 매니...
과연 매니는 단순한 사이코 흉악범이었을까? 아니면 자유를 갈구하던 겁 많은 소년이었을까?
영화는 '흉포한 야수에게도 연민이 있는데, 난 그것을 모르니 야수도 아니다'라는 셰익스피어의 '윌리엄 3세'에 나오는 아리송한 말로 끝을 맺는다.
존 보이트는 안젤리나 졸리의 아버지이고, 에릭 로버츠는 줄리아 로버츠의 오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