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내 운명 (2disc)
박진표 감독, 황정민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05년 12월
평점 :
품절


사실 이 슬픈 멜로영화의 이야기는 그리 뛰어나다거나 극적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것 같다.
두 주인공의 아기자기한 만남과 사랑이 비극적인 시련으로 시험받게 되는 줄거리도 좀 뻔하다 싶고, 각 장면들이 펼쳐질 때에도 그 다음 장면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을 정도다.
석중이 대답 없는 상대방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장면에 이어 옆에 서 있는 소가 보이는 장면도 너무 뻔하고, 은아가 음식들을 준비하는 장면에서는 곧 그녀가 떠날 것임을 확실히 짐작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충분히 감동적이다.
황정민과 전도연의 빼어난 연기, 불치병을 소재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다 죽어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감동을 강요하지 않는 의외성, 그리고 실제 사연을 극화했다는 주장(?)이 주는 진실함 등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특히 황정민의 연기는 눈이 부시다 못해 시릴 정도로 빛이 나는 것 같다.
영화 전문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의 어수룩하고 투박한 제스처와 찡그린 얼굴 위로 떨어지는 눈물에서 진실한 연기를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실화를 재포장하다 못해 더 극적으로 꾸며댄 이 영화를 버젓이 실화라고 소개하는 제작진의 무감각함에는 좀 속이 상한다.(실제 이야기의 주인공은 이런 '판타지'를 보고도 눈물 한 방울 나지 않더라고 했다니...)

'편지'나 '약속'같은 과장된 제스처의 작품들에서는 느낄 수 없는 진한 감동이 듬뿍 담겨있는 '진짜 멜로영화'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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