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의 귀환 동서 미스터리 북스 53
아더 코난 도일 지음, 조용만, 조민영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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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집에 수록된 13편의 사건들을 읽어보면, 연재를 중단했던 10년이라는 시간동안 코난 도일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는지, 얼마나 절치부심하며 준비를 했는지 알 수 있다.
기기묘묘한 사건들과 이면의 다양한 동기들, 그리고 더 이상 완벽할 수 없는 홈즈의 추리솜씨, 홈즈와 왓슨 콤비의 눈부신 활약.
확실히 코난 도일은 쉬는 동안 갈고닦은 원숙한 솜씨로 홈즈시리즈의 최전성기를 이끌어낸 것이다.

왓슨의 호들갑스러운 문장들로 시작하는 ‘빈집의 모험’은 홈즈가 3년 만에 귀환해서 해결하는 사건이다.
홈즈가 돌아온 것은 무척 기쁜 일이지만, 그 이상의 의미는 없는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데 있어서 인간성의 격렬한 충돌도 없고, 반전이라고 할 만한 흥미진진한 드라마도 없기 때문이다. 다만 난데없이 튀어나온 신무기가 있을 뿐이다.

평범한 자전거 스토커 사건 같던 ‘자전거 타는 고독한 사람’편에서는 곧 그저 그런 사건 이면의 심각한 음모가 드러나지만, 그 ‘음모’라는 것도 닳고 닳은 독자라면 충분히 짐작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애정’과 ‘물질’의 문제를 하나의 사건에 구겨 넣은 것 같은, 약간은 부자연스러운 이야기의 작품이었다는 것이 개인적인 감상이다.

‘범인은 둘이다’에서는 선수끼리의 대결이 펼쳐진다.
모리어티 교수가 사라진 이후 어려운 사건은 있었지만 라이벌이라고 할 만한 악당은 나타나지 않았는데, 이번 에피소드에 나오는 밀버튼은 간교함과 음흉함이 넘치는 악당이다.
결코 만만치 않은 적수가 등장하기 때문인지 ‘홈즈의 얼굴에 당혹해하는 빛이...’, ‘홈즈는 격노와 굴욕으로...’같은 표현들까지 등장한다.
다재다능한 명탐정에게도 이 사건이 얼마나 어려웠던지 홈즈는 가엾은 처녀에게 결혼을 미끼로 접근하는 방법까지 쓴다.
수사가 잘못될 경우에 홈즈가 겪을 실패와 굴욕, 추락을 떠올리는 왓슨을 보고 있자니 안쓰럽기까지 하다.
어쨌든 이야기의 마지막까지 애교 넘치는 반전과 약간의 여운이 있는 재미있는 걸작이다.

‘프라이어리 학교’ 사건은 공작 아들의 유괴사건인데, 자전거 타이어 자국에 관한 옥에 티와 독자들의 투서, 코난 도일의 구차한 변명으로 유명한 에피소드다.(코넌 도일이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쿨한 모습을 보였더라면 좋았을 것을.)
부잣집 자제가 유괴된 사건이라 현상금도 많이 붙었는데, 금전에는 언제나 담백한 태도를 보이던 홈즈의 탐욕스러운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물론 고위층의 위선적인 체면을 비꼬는 제스처로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사건의 놀라운 진상과 더욱 놀라운 범인의 폭로가 이어지는 작품이다.

‘검은 피터’는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그 뒤를 이어 차곡차곡 쌓이는 단서를 분석해서 범인을 잡는 다소 평범한 이야기다.
기묘한 사건들로 가득한 이 작품집에서는 가장 밋밋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금테 안경’은 살인현장에 있던 금테안경을 단서로 범인을 ?는 이야기다. 안경이 사건해결에 결정적인 단서가 되었지만, 홈즈의 논리적인 추리과정도 인상적이었고, 사건의 뒷이야기에 담긴 비극적인 인간사도 인상적이었다.

‘애비 글인지 장원’ 사건에서 홈즈는 왓슨의 글 쓰는 방식을 조목조목 따져가면서 비판한다. 기분이 상한 왓슨은 “그러면 왜 직접 쓰지 않나?”라고 쏘아붙이는데, 그의 이런 바람은 나중에(‘홈즈의 사건기록’에서) 이루어진다.
이 사건은 이야기의 전개가 상당히 극적이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 찾아온 방문객, 무참히 살해된 희생자, 너무도 명백한 사건이기에 금세 지루해진 홈즈의 태도, 갑자기 기차에서 뛰어내려 사건현장으로 되돌아가는 홈즈와 왓슨.
결국 아무리 그럴듯한 증언도 ‘홈즈의 상식’에는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또 한 번 입증하는 사건이다.
그리고 범죄 이면에 있는 것이 탐욕이 아니라 애정인 경우, 사건은 더욱 드라마틱하고 낭만적이다.(어떤 독자들에게는 조금 유치해 보일수도 있겠지만.)
이 에피소드만큼 홈즈식 수사, 홈즈식 상식, 홈즈식 정의를 확실히 보여준 작품도 드물 것이다.

이 작품집의 단편들은 코넌 도일이 감정적으로 격렬한 경험을 하던 시기에 쓴 작품들인데, 그렇기 때문에 작가의 복잡한 심경이 작품 속에 언뜻언뜻 드러나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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