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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제국쇠망사
에드워드 기번 지음 / 대광서림 / 2003년 11월
평점 :
절판
확실히 로마의 역사는 주목할 만하다. 불멸의 성공을 거듭 쌓아가다가 세계의 정상에서 자신들의 운명을 망쳐버린 로마인들의 이야기는 안타까우면서도 교훈적이다.
‘로마제국 쇠망사’의 중반부 이후에는 로마사라는 내용에 걸맞지 않게 기독교에 관한 이야기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이는 콘스탄티누스 이후의 로마제국이 종교 문제와 밀접하게 얽혀서 한쪽을 이해하지 못하면 다른 한쪽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번의 직선적이고 공정한 서술은 기독교와 로마제국의 쇠망에 관한 관계를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기독교인들은 기독교를 공인한 콘스탄티누스를 성군으로 칭송하지만, 기번은 그를 변덕이 심하고 허점이 많았기 때문에 이단파의 그럴듯한 신앙고백에도 잘 넘어갔다고 쓰고 있다.
또한 정복자들이 정복당한 경쟁자들의 책략에 넘어갔다면서 이교도를 흡수한 교회가 이교의 신화에 해당하는 성자와 성물 숭배의식을 채택하게 되었다고 쓰고 있다.
더 나아가 기독교 군인들은 한 명도 죽거나 부상당하지 않았다는 과장된 주장은 그저 웃어넘기면 된다는 식의 서술까지 나온다.
또한 기번은 서양인이면서도 이슬람교에 대한 열린 시각을 보여준다.
12세기가 지나도 변하지 않는 이슬람교의 지속성에 경탄한다면서, 기독교의 사도인 성 베드로와 바울이 오늘날의 바티칸을 방문한다면 장엄한 사원과 신비스러운 의식으로 숭배 받는 신이 누구냐고 물을 것이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게 읽은 부분은 4세기 중반, 위험에 빠진 갈리아의 사령관 율리아누스가 황제의 자리에 오르는 과정이다.
제위에 오르기를 극구 사양했던 율리아누스의 진심을 무조건 불신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는 기번의 말에 공감할 수 있었으며, 율리아누스 개인의 초조함과 안타까움, 비참했던 심정 등이 잘 묘사되어 있다.
특히 기번의 재능이 빛나는 부분의 이민족의 침입과 로마의 멸망에 관한 내용이다.
훈족 아틸라가 로마를 유린한 것은 별로 중요한 사건이 아니라면서 다른 야만족들도 얼마든지 이런 역을 해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선정적인 사건에 휘둘리지 않으면서 로마의 멸망에 있어 진정으로 중요한 사건과 중요하지 않은 사건을 구분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