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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함께 읽는 로마 제국 쇠망사
에드워드 기번 지음, 황건 옮김 / 청미래 / 200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에드워드 기번이 쓴 불후의 명저 ‘로마제국 쇠망사’를 데로 손더스라는 작가가 요약, 발췌한 책이다. 원작의 1/10 정도에 불과한 분량이지만, 역자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던 것처럼 본래의 흐름을 잃지 않고, 기번의 산뜻한 문장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기번의 명쾌하고도 확고한 문장, 물 흐르는 것 같은 시원한 서술 등은 읽는 재미를 더한다.
기독교인들은 로마의 박해를 장황한 문장으로 비난하고 있지만, 기번은 자기 종교 이외의 다른 종교를 경멸하는 기독교의 불관용에 대한 엄격함때문으로 간단히 서술한다.
유형의 재산이 없는 장인과 예술가에게 세금을 받는 것이라고 하면서 사치품의 유통을 옹호하는 글에는 그의 합리적이고 통찰력 있는 사고방식이 잘 드러난다.
벼락, 중풍으로 어이없이 죽을 수도 있으니까 피할 수 없는 재난은 아예 잃어버리고 덧없는 인생을 즐긴다는 식의 속편한 인생관도 읽을 수 있다.
하지만 간혹 미심쩍은 부분도 있다.
아구구스투스가 제국의 경계를 규정해놓은 것이 단지 군인(신하)들의 업적이 황제를 능가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을까? 그리고 안토니우스 피우스가 선제의 유언을 무시하고 자신의 후계자(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를 자신의 딸과 약혼시킨 것이 정말 가문보다 로마를 위해서였을까!?
그리고 이번 개정판에서는 각종 자료사진과 그림을 넣었는데, 빽빽한 본문을 읽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아쉬운 점이라면 미남으로 소문난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미모를 잘 나타낼 수 있는 사진을 구하는 식의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본문의 내용과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관련인물의 사진 등이다.
혹시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읽고 이 책을 접하게 된다면 내용을 따라가기가 조금 어려울 것 같다. 전체적인 내용이 워낙 방대하다 보니까 축약본이라도 좀 산만한 느낌인데다가 눈에 쏙쏙 들어오지 않는 한자어 표현 등이 몰입을 방해한다.(그냥 ‘북아시아’라고 쓰면 될 것을 굳이 ‘상(上)아시아’라고 쓰는 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