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와 연탄 구루마 - 엄상익의 세상 속 희망 읽기
엄상익 지음 / 좋은책만들기 / 2001년 3월
평점 :
절판


세상은 정말 삭막하다. 무서울 정도로 차갑고 황량한 곳이다.
엄상익 변호사가 만나온 사람들은 그런 세상에 내던져지고, 세상과 싸우고, 때론 차가운 세상을 따뜻하게 데우는 사람들이다.
엄상익 변호사는 참으로 각계각층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향응을 대접받고 학생의 폭행을 무마해준 선생들, 얄팍한 법지식을 악용해서 돈을 갈취하려던 변호사 사무실의 사무장, 용의자의 혐의를 잡지 못하면 패배했다고 생각하는 막무가내의 형사, 조상과 저주 운운하며 돈을 갈취하는 길거리 도인들, 모파상의 단편 ‘진주 목걸이’와 같은 인생을 살아온 할머니의 착잡한 사연, 쉬는 날이면 고궁에 나가 자발적으로 안내 일을 하는 공무원...

그는 단순히 억울한 사람들의 누명을 벗기기만 하는 변호사가 아니다.
범죄자에게 자신의 잘못을 깨닫게 하고, 세상의 불합리와 적당히 타협하는 사람들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때로는 경멸하는 시선으로) 쳐다보기도 한다.

그리고 이 책에 소개된 이야기에는 시원한 변론이나 통쾌한 법정 승리가 없는 경우도 많다.
클라이맥스에서 맥이 끊긴 것 같은 그런 이야기들은 요즘 세상이 얼마나 삭막한지, 현대인의 이기심이 얼마나 지독한지, 사회의 불합리가 얼마나 뿌리 깊은지 생각해 보게 한다.

특히 뒷부분에 소개되는 몇 편의 이야기는 어리석은 탐욕의 비극적 말로를 보여주고 있는데, 마치 수사반장의 에피소드 같은 내용들이 안타깝기도 하고, (비극적이게도) 흥미진진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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