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보다 월세통장이 더 좋아 - 2000만 원으로 시작하는 부동산 투자
김종선 지음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애플북스)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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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특유의 따뜻함과 섬세함이 월세 부자 되기에 유리하다는 식의 두리뭉실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늘어놓는다. 대충 초반에 잠깐 언급하고 말 것 같은 이야기가 전체 분량의 10분의 1일 넘어가도록 계속 이어진다. 심지어는 '신사의 품격'이라는 드라마 속의 여성 부자가 임대 부자라서 훨씬 더 신선했고, 부동산 측면에서도 의미있다는 식의 과장된 사례가 튀어나오기도 한다.


마치 남성 임대인은 우락부락하고 배려심이 부족한듯하다는 말 같다.
하지만 임대수익으로 부를 이룰 정도의 사람이라면 성별에 관계없이 꼼꼼하고 섬세하다. 성격이 충분히 안정적이지 못하다면 누구라도 임대사업으로 성공하기 힘들다.

예를 들어, "하는 것도 없이 비싼 중개료만 받는다."는 식으로 부동산을 생각하는 수준의 사람이라면 어떤 일을 해도 성공하기 힘들거나, 반대로 자신의 능력이 너무도 탁월해서 굳이 대리인이 필요없는 사람일 것이다. 이런 초등 교과서에 나올 법한 기본적인 인간의 소양 문제를 배우려고 이런 책을 구입한 것은 아닌데... 이런 식의 심심하고 뻔한 이야기들만 계속 이어진다.

 

이런 식으로 여성의 섬세함 운운하며 내용에 아까운 페이지를 낭비하면서도 정작 중요한 방법들은 나와있지 않다. 믿고 맡길 수 있는 수리업자를 찾으라고 하고는 챕터가 끝나가도록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 믿을만한 수리업자를 어떻게 판단하는지 나오질 않는다.


여성의 섬세함만 주구장창 강조하는데, 그 섬세함을 발휘할 수 있는 조언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두루뭉실 넘어간다.

 

안전 트렌드가 여성을 위한 것이라고 했는데, '안전'은 강력 범죄와 테러의 시대, 21세기에 당연한 기본 사항이지 결코 여성을 위한 트렌드가 아니다. 고급 아파트 단지에는 곳곳에 CCTV와 비상버튼, 전문 경비업체가 있고, 동네 골목마다 방범 카메라가 있다. 이런 걸 새로운 트렌드, 여성을 위한 옵션처럼 언급하는 것 자체가 이미 구닥다리 정보와 사고 방식을 갖고 있다는 반증에 불과하다.

 

여성이 더 신속하게 경제기사의 이슈를 알아차리고, 여성이 한 분야에 억척스럽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는 부분에 이르러서는 앞표지를 다시 한 번 보게 된다. 차라리 '여성의 섬세함으로 승부하라'같은 제목을 지었다면 책은 덜 팔렸을지언정 본문의 내용과는 더 잘 어울렸을 것이다.

 

이런저런 감상은 많지만, 이것 하나는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임대수입에 있어서는 '여자가 행복을 느끼는 집', '본래의 목적에 충실한 집'이 좋은 집이 아니다.
초등학교와 가까운 집, 역세권에 위치한 집이 최고다.

 

어쨌든 뒷부분에 정확하게 현재의 트랜드를 짚어놓은 부분은 초보 투자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인구 감소가 무조건적인 부동산 하락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양극화 현상을 가져올 거라는 내용이나, 연립 다세대 시장은 현재 아비규환이라는 내용 등은 지금의 부동산 상황과 가까운 미래의 부동산 시장을 잘 설명해준 부분이다.
다만 조금 더 설명이 자세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가까운 곳에 유해시설이 있으면 구입하지 말라는 말로 끝내지 말고, 주말마다 시끄러운 교회 옆이나 탈선, 흡연의 아지트가 되는 놀이터 옆의 부동산 투자를 피하라는 식으로 말이다.

 

책의 뒷부분에 저자가 유망한 곳으로 꼽은 '행정도시 불패신화, 세종시'는 지금 부동산 가격이 처참한 수준이다. (저자의 의견을 쉽게 폄하할 일은 아니지만) 확실히 이런 인쇄 매체에 소개되는 때가 끝물이라는 사실은 불변의 법칙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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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HARU 2015-12-19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0% 공감해요. 참 어이가 없는 책이더군요.

sayonara 2016-01-08 23:19   좋아요 0 | URL
너무 많은 책들이 유행처럼 비슷비슷한 제목과 비슷비슷한 내용으로 쏟아져 나오는 시대네요... ㅜㅜ

hotpink 2017-05-04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연히 책 검색하다가 님의 서재로 왔는데 서평이 아주 날카롭고 솔직하고 재미있어서 이것저것 많이 읽었네요 사이다서평 잘 읽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