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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리아 전쟁기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 지음, 김한영 옮김 / 사이 / 2005년 7월
평점 :
카이사르와 ‘그의’ 로마를 다룬 책은 수백 권이 넘지만 정작 주인공인 카이사르가 쓴 책은 ‘갈리아 전쟁기’와 ‘내전기’ 단 두 편뿐이다.
그리고 이 책 ‘갈리아 전쟁기’는 거의 10년에 걸친 갈리아 원정기를 다룬 난중일기라고 할 수 있다.
특이하게도 카이사르는 주인공인 자신을 3인칭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이는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기 위해서인 것 같다.
카이사르는 이 책에서 갈리아의 각 부족들의 동향과 움직임, 적의 전술에 대한 대응과 첩보전, 전투 상황 등을 간결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의 글이 워낙 단순명료하고 건조해서 어떤 부분은 드라마틱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그 감흥을 거의 느낄 수 없을 정도다.
예를 들면, 적의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서 로마군단의 압도적인 기동력을 과시한 일이나 아녀자까지 동원된 적과의 치열한 전투장면 등이 그렇다.
갈리아 전쟁은 북쪽의 야만인(?)들을 문명화시킴으로서 로마의 안전과 번영을 도모하려는 카이사르의 원대한 계획과 다른 민족에게 쉽게 복속당하지 않으려는 갈리아인들의 의지가 충돌한 사건이었다.
카이사르는 끊임없이 적 그리고 자신의 군대와 싸우고, 설득하고, 한 발 앞서서 생각하고, 때로는 적절한 쇼맨십과 임기응변으로 자신의 전쟁을 만들어갔다.
그는 ‘갈리아 전쟁기’에 불굴의 전의를 과시하는 적장의 대답(편지)을 그대로 실어놓음으로서 결코 적을 폄하하거나 무시하지 않는 태도를 보여준다.
병사들이 두려움에 빠졌을 때는 10군단에 대한 신뢰와 애정을 노골적으로 내비침으로서 사기를 북돋우는 기가 막힌 설득력을 보여준다.
또한 냉정하고 차분하게 써내려간 글 속에서 언뜻언뜻 병참상황과 식량조달을 고민하는 장군의 고민이 엿보이기도 한다.
갈리아 전쟁에서 카이사르가 보여준 화려한 재능과 확고한 결단력, 온건한 태도는 확실히 로마의 역사를 대표하는 천재답다는 생각이 든다.
로마의 공화정이 한계에 달했던 시기에 등장한 카이사르는 갈리아 전쟁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고, 이어 자신의 정적들을 제거한 뒤에 실질적인 제정을 시작함으로서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