츄리닝 Chewrining Vol.1
이상신 지음, 국중록 그림 / 애니북스 / 2004년 9월
평점 :
품절


‘츄리닝’은 비루하고 남루한 일상을 이야기하면서도 결코 유머와 촌철살인의 위트를 잃지 않는 작품이다.
예전의 ‘광수생각’같은 작품들을 훨씬 능가하는 잔혹함과 더욱 다양한 소재가 장점이기도 하다.

‘갈등’과 ‘선생님 말씀’은 태권 V와 마징가 Z가 등장하는 복고적인 소재의 에피소드이고, ‘대부2’에 로버트(?!)가 안나온다고 좌절하는 탱구의 이야기는 어린 시절 즐겨보던 ‘주말의 명화’를 생각나게 한다.

영화나 문학을 패로디한 에피소드들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감동적인 영화 장면을 다소 지저분하게 패로디한 ‘매트릭스 리로리드’, 일본의 남성만화 ‘생츄어리’를 패로디하면서 우리나라 실업문제의 심각성을 일깨우는 ‘빛과 그림자’, 전래동화와 최첨단 하이테크 문명을 결합시킨 스토리의 ‘별주부전’(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용왕님의 심각한 표정이 일품이다.), 영화 속 학교와 대한민국 고교의 학교를 결합시킨 ‘죽은 시인의 사회’, 영화 ‘언더시즈’의 스티븐 시걸이 그럴듯하게 등장하는 ‘테러’, 액션 버전의 CF ‘츄라이’등 웃음을 멈출 수 없을 만큼 재미있다.

군대에서 겪는 애환과 고민을 절묘하게 표현하는 에피소드들도 기억에 남는다.
군대 면회소에서 실연 당한 전우를 위로하기 보다 그 앞에 놓여있는 치킨에 눈이 가는 어쩔 수 없는 생존본능 ‘전우’, 군대생활은 그때그때의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너그러운 사람’ 등이다.

작가는 만화 속의 사소한 소품들도 결코 허투루 지나치지 않는다.
체육복 차림의 군인의 허리춤에 빠져나온 깔깔이, 하교하는 초딩의 손에 들려있는 신발가방, 생선가게 아저씨의 근육질 팔뚝에 새겨져있는 ‘스트롱’이라는 문신, 초콜릿 받은 의철을 부러워하는 뒤의 친구가 어깨에 흘려놓은 흥건한 침...

무엇보다 탱구네 가족이 등장하는 에피소드가 ‘츄리닝’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탱구가 더 이상 어머니를 그리워하지 않아도 되는(?!) ‘아버지’, TV쇼 진품명품 이야기 ‘가보’, 탱구 얼굴의 비밀이 밝혀지는 ‘탱구’편 등이 역시 가장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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