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간의 불가사의 동서 미스터리 북스 112
엘러리 퀸 지음, 문영호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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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츠빌 시리즈, 그리고 엘러리 퀸을 제외한 주요 등장인물이 다섯 명도 안 되는 간촐함... 게다가 국명 시리즈, 비극 시리즈의 화려하고 현란한 트릭에 비하면 다소 조촐하다고 할 수 있는 추리의 향연이 펼쳐지는 작품이다. 비교적 담담하고 아기자기한 트릭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 작품의 첫번째 재미는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엘러리 퀸의 고생담이다.
소용돌이처럼 전개되는 진퇴양난의 사태에 말려들게 되는 엘러리 퀸의 마음고생과 신경질이 책 읽는 맛을 더한다.

‘몹시 화가 났다. 당장 숲 속의 하얀 길을 따라 내려가... 다리와 돌담을 지나... 72킬로미터를 단숨에 달려가 짐을 챙긴 뒤 기차역으로 직행하고 싶었다...'
‘엘러리의 모든 분별 있는 세포 조직들이 소리쳐 명령하는 것 같았다. 당장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짐을 꾸려 행선지가 어디든 라이트빌 역을 출발하는 첫 기차를 타라고'
이런 식의 문장이 여러 번 나온다. 그만큼 엘러리 퀸은 계속해서 난처한 입장에 빠지기 때문이다.

재치 있는 퀸의 독백들도 일품이다. 특히 점점 더 커지기만 하는 거짓말을 수습하려는 사람들을 향해 속으로 빈정거리는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웃음을 자아낸다.
그리고 아버지가 스크랩해놓은 자신의 기사를 몰래 훔쳐보며 뿌듯해 하는 모습...

또한 폭우가 쏟아지던 날 밤의 추격전은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생생해서 기억에 남는다.

이런 잔재미도 기억에 남지만 역시 엘러리 퀸 시리즈의 진정한 재미는 그의 독보적인 추리 솜씨에 있다.
여덟째 날. 엘러리 퀸이 지금까지 일어난 여러 사건들의 패턴을 파악하기 시작하면서부터 펼쳐 보이는 추리는 마지막까지 폭발적인 스릴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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