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의 노인은 셜록 홈즈를 연상시키지 않는 새로운 탐정을 창조하겠다는 작가의 의지가 만들어낸 독특한 성격의 탐정이다. 이 작품집에서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점은 구석의 노인을 비롯한 라이벌들의 탄생과 작품의 배경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작품해설이다. 막연하고 짤막한 다른 작품들의 작품해설과 비교하면 꽤 재미있다. 대부분의 고전추리물들은 이런 배경설명이 부족한데, 이 점은 동서추리문고의 장점이 톡톡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구석의 노인이 등장하는 단편들은 아주 짤막하지만 간결하고 긴박감 넘친다. 제한된 분량 안에서 너무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누가 범인일까?’를 장황하게 늘어놓기보다 독자들도 이미 짐작한 범인이 ‘어떻게 살인을 저질렀을까?’를 밝히고 있다. 또한 특이하게도 악당은 심판을 받지 않는다. 그저 경찰의 손을 이미 빠져나간 범인은 유유히 거리를 활보하고 독자는 단지 구석의 노인을 통해 범인의 정체를 알 뿐이다. 법의 심판을 빠져나갔더라도 천벌을 받는다는 식의 평범한 결말과는 달리 다소 찝찝하지만 이색적인 마무리다. 상선 아르테미스와 콜리니 백작에 관한 에피소드를 제외하고는 전부 살인에 관한 이야기인데다가 노인의 설명이라는 일관된 패턴의 단편들이지만 확실히 ‘셜록 홈즈를 연상시키지 않는’ 신선한 주인공의 신선한 추리를 즐길 수 있는 수작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