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도 없고 이유도 없지만 는 ‘큐브’의 이야기는 미로탈출, 그 자체만으로 엄청난 긴장감과 스릴을 선사했다. 자신들이 왜 큐브에 갇혔는지도 모르고, 큐브가 왜 만들어졌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탈출구를 찾아가는 단순한 구조의 이야기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하지만 속편 ‘하이퍼큐브’는 큐브 밖의 이야기가 잠깐 나오지만 음모의 전모가 시원하게 밝혀지기는 커녕 애매한 결말로 찝찝함을 남겼다. 주인공들의 탈출 과정도 시각적으로는 좀 더 화려해졌지만 그다지 새로울 것 없는 이야기의 반복이었다. 그리고 그 의문은 ‘큐브’ 시리즈 3편에 이르러서도 속 시원하게 밝혀지지 않는다. 제작진들은 ‘누가 왜 그들을 큐브에 가뒀는가?’라는 물음에 대답하기는커녕 전편들의 요소를 적당히 섞어서 긴장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최악의 속편을 만들어냈다. ‘큐브 제로’에는 큐브를 운영하는 사람, 큐브를 조종하는 사람들이 나오지만 ‘어떻게’와 ‘왜’에 대한 질문에는 하나도 대답하지 않는다. 그리고 살이 녹아내리는 오프닝 화면부터 역겨움만 가득할 뿐 1편의 100분의 1, 2편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졸작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