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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내 사랑아 ㅣ 해문 세계추리걸작선 12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이기원 옮김 / 해문출판사 / 2001년 11월
평점 :
절판
‘안녕 내 사랑’에는 중절모와 라디오 같은 소품들이 등장한다. 첨단 하이테크와 말쑥한 정장의 프로탐정들이 나오는 현대스릴러물과는 다르다.
‘느와르’답게 시종일관 우중충하고 울적한 분위기, 심지어는 조금 퇴폐적인 분위기마저 느껴진다.
한마디로 템포빠른 스릴러가 인기있는 요즘에 오히려 색다른 멋을 즐길 수 있는 고전이다.
나뭇가지와 커튼, 창밖의 풍경에 대한 묘사, 상대방의 옷차림과 생김새에 대한 시적인 표현 등을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작품 속으로 빠져들어가는 것 같다. 추리의 과정과 긴장감 넘치는 사건의 연속을 기다리게 되는 존 그리셤의 스릴러와는 무척 다르다.
처음에는 산만하기만 한 구성과 멍청한듯한 등장인물들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죽 읽어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그들 사이에 서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작품 속에 빠져들게 된다는 것이다.
지나치게 말끔하지도 않고, 지나치게 천재적이지도, 다재다능하지도 않은 보통사람같은 필립 말로우 탐정도 썩 매력적이다.
50년대의 다양한 인간군상들, 이런저런 타입의 범죄자들, 암흑가의 사람들과 총기살인...
고전적인 추리물의 분위기를 한껏 느낄 수 있는 색다른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