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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마이 러브 ㅣ 동서 미스터리 북스 20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장백일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평점 :
이 작품은 낯설다. 처음부터 끝까지 낯설다. ‘Farewell, My Lovely’라는 원제목을 ‘안녕 내 사랑’ 정도로 번역하지 않고 국적불명의 영어제목이 되버린 ‘굿바이 마이 러브’라고 한 것까지 낯설다.
마치 모리무라 세이치의 '인간의 증명'을 읽었을 때와 비슷한 감흥이다.
'굿바이 마이러브'에는 기막힌 반전, 정교한 추리가 등장하지 않는다. 범죄가 있고, 탐정 주인공이 있다. 살인과 폭력 같은 사건들이 벌어진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추리’가 없다.
‘추리소설’이 아니라 ‘범죄소설’이라고 불러야 마땅할 듯 하다.
보석 도난과 살인, 그리고 추적... 살해된 여자, 두려워하는 여자, 갈피를 못 잡는 금발 미남, 마음먹은 것을 못할 게 없는 미모의 부인, 미워할 수 없는 불량경찰관, 수완 좋은 모범경찰관, 불법의사... 고전적인 느와르영화의 등장인물들이 등장한다.
기막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하드보일드다운 반전도 있기는 있다.
그리고 비정한 결말이 있다. 그 누구도 통쾌하게 승리하지 않고, 모두 행복하게 웃으며 끝나지 않는다. 영화 ‘LA 컨피덴셜’의 결말과 마찬가지로 다소 씁쓸하고 미련이 남는 결말이다.
이 또한 깨끗하고 단정하게 끝나는 현대 스릴러소설에서는 느낄 수 없는 재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