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형래 감독은 무슨 생각으로 이 작품을 ‘쥬라기 공원’이나 ‘고질라’와 비교했는지 모르겠다.
연기력이 어설픈 서양배우들의 연기, 미니어처임이 확실히 표시 나는 빌딩숲의 시가지, 일본의 구닥다리 괴수영화, ‘고지라 vs 키메라’같은 줄거리...
이 작품에 들인 CG의 분량이나 질적인 면이 ‘쥬라기 공원’보다 뛰어나다고 호언한들 실사화면과 따로 노는 용가리는 ‘우뢰매’ 수준에서 한발자국도 더 나아가지 못했다.
그리고 SF캐릭터에 무엇보다도 필요한 섬세함이 부족하기 때문에 용가리는 살아있는 괴수가 아니라 플라스틱 인형같다.(포스터의 괴수 용가리를 보고 있으면 그 조잡한 색깔과 제스처에 서글픔마저 느껴질 정도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라는 영화에서 고작 단역으로 출연한 배우를 내세워 대단한 배우인양 홍보하는 것도 한국영화의 수준을 얼마나 초라하게 만드는 일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가리’를 한국영화가 발전하는 ‘과정’으로 본다면 감독의 노력과 집념은 의미심장한 시도라고 생각한다. 후속작인 ‘디 워’의 그래픽은 ‘반지의 제왕’에 비교할 수 있을 정도로 괜찮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