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지대
마이클 크라이튼 감독, 리차드 벤자민 외 출연 / 기가코리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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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보그 로봇들을 이용해 서부시대, 로마시대, 중세시대를 재연해놓은 관광지 델로스.
이곳에서는 관광객이 자신의 폭력적, 성적 판타지를 실제로 실현할 수 있는 관광지다.
하지만 곧 로봇들이 폭주하기 시작하고 무차별 살인이 시작된다.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을 보고 터미네이터를 떠올렸을 것이다.
한마디 말도 없이 묵묵히 살인하고 적을 쫒는 무뚝뚝한 표정의 율 브리너는 대단히 인상적이다. 적어도 눈빛만큼은 아놀드 슈왈츠네거를 능가한다.


(터미네이터의 먼 조상)

그리고 마이클 크라이튼 자신 또한 인간의 탐욕과 테마파크라는 소재를 '쥬라기 공원'에서 다시 한 번 재활용했다.
'쥬라기 공원'이나 '콩고', '떠오르는 태양' 등으로 유명한 마이클 크라이튼이 자신의 소설 '델로스'를 직접 감독한 작품이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의 소설을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영화화한 작품이라고 생각하니 참...)


(당시에는 '트랜스포머'만큼이나 획기적이었을라나..)

시대를 앞서나가는 재능은 놀랍지만 영화 자체는 21세기에 즐기기에 좀 시대착오적이다.
지금은 가상현실이라는 방식이 더 효과적인 놀이이기 때문에 영화처럼 몸으로 때우는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한 상상력이 아니라는 점이 좀 아쉽다.
(그래도 마이클 크라이튼의 각본과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관심으로 리메이크가 진행 중이었다는데, 크라이튼의 죽음으로 어찌될는지 알 수 없게 되었다니, 무척 아쉽다. 원작보다 훨씬 더 자극적이고 호쾌한 액션 걸작이 될 것 같은데 말이다.)

박진감 넘치는 육탄전은커녕 쫒기는 사람이나 쫒는 기계나 어슬렁거리면서 걸어 다닐 뿐 긴박감 넘치는 속도전은 찾아볼 수 없다.
총 몇 방 쏘고 천천히 걸어간다. 마치 좀비들끼리 서로 쫒고 쫒기는 것처럼 말이다.(요즘은 좀비도 엄청 빠르지만...)

지금 보기에는 너무 느릿느릿하고 너무 싱겁게 끝나버린다.

소설이 출간될 당시나 영화가 개봉한 1973년 당시에는 충격적이고 기발한 소재였을지 몰라도 지금 보기에는 너무나 밋밋하다.(물론 '쥬라기 공원'이나 '폭로' 등이 그랬듯이 마이클 크라이튼의 원작 소설은 틀림없이 훨씬 더 의미심장하고 깊이 있는 작품이었을 것이다.)
로봇과의 대결이나 로봇과의 붕가붕가 그 어느 쪽도 만족스럽지 못하다.
정말로 시종일관 느릿느릿 걸어 다니다가 끝나버린다.

초등학교 시절 흑백 TV로 봤을 때는 '터미네이터'나 '용쟁호투' 못지않은 전율을 느낀 작품인데, 역시 추억은 추억일 때 아름다운 경우도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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