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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블랙홀
해롤드 래미스 감독, 빌 머레이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02년 10월
평점 :
품절
적어도 헐리우드에서 코미디언은 연기력이 매우 뛰어난 배우들이다. 우리나라에서야 감정의 과잉, 감동스러운 몸짓과 대사, 천연덕스러운 사이코 연기를 해야만 연기파로 인정받지만 말이다. 아카데미상을 받은 로빈 윌리엄스도 스탠딩 코미디언 출신이고, ‘트루먼 쇼’라는 작품으로 각종 연기상을 수상한 짐 캐리도 단순히 얼굴가죽만 찌그러뜨리는 배우는 아니다. '트로이'의 헥토르 역을 맡았던 에릭 바나 역시 코미디 배우 출신이다.
‘사랑의 블랙홀’에 출연한 빌 머레이 또한 매우 연기력이 뛰어나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하루’ 속에 갇힌 주인공을 연기하는데, 점차 인간적으로 변해가는 그의 모습은 마치 실제 그 상황에 처해있는 사람을 보는 것 같다. 처음에는 냉소적이고 비꼬는 말투로 성촉절을 소개하지만 마지막에 가서는 참으로 감동적이고 인간미 넘치는 방송을 한다.
‘사랑의 블랙홀’이 단순한 코미디 영화 이상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오늘 하루’의 소중함을 잘 표현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의미없이 흘려보내는 오늘 말이다. 단 하루의 시간도 소중히 여겨야 하고 그 하루가 모여 우리의 인생이 된다는, 다소 상투적인 격언 말이다.
이 영화는 10년도 더 된 작품이지만 아직도 즐겨본다. 지금 봐도 그 감동은 여전하다. 거슬리는 것이라곤 앤디 맥도웰의 촌스러운 헤어스타일 뿐이다.
충무로에서도 단순히 웃고 떠들썩한 코미디 이상으로 감동적이고 의미심장한 영화가 나올 때가 되지 않았을까?